감동! 감동의 북알프스 산행. 그 아름다운 이야기
2010년 8월 6일 새벽 하늘이 보인다.
걱정과 설레임으로 뒤척인 밤! 5시 기상벨 소리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5시 30분에 아침을
서둘러 먹고 6시 20분에 호텔을 떠나 2시간여 만에 무로도 고원길에 들어서니,
원시림으로 뒤덮인 삼나무 숲길이
몇백년의 세월을 담아낸 몸짓으로
짙푸른 향연을 펼치며 햇살을 담아
산길 가는 나그네의 발길을 잡는다.
가던길 멈추고 앞산을 바라보니
하얀 물줄기 웅장하게 쏟아내며
깊고 깊은 협곡을 힘차게 달려와
산길 가는 나그네를 설레게 한다.
오름길에 3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넘은 아름다운 원시림을 시간관계로 다 들여다 보지 못하고, 소묘폭포는 역광을 받고있어 그 웅장하고 장엄함을 사진에 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무로도 고원을 향해 오른다,
8시 40분 무로도고원(2450m) 주차장에 도착하여 생글생글 웃음천사 ‘신부용’임의 지도로 산행을 위한 준비체조를 마치고
立山玉殿의 湧水서 한컷, 힘이 불끈 솟는 약수라니 너도 나도 앞 다투어 湧水를 마시고 물병에 가득 물을 채운뒤에 돌계단을 오르니 ‘천상의 화원’이 펼쳐진다. 옷깃으로 스미고 코끝을 건드리는 살랑 살랑 바람, 솜털처럼 부드럽고 향긋한 내음이 찌푸둥한 가슴을 말끔히 씻어준다.
차가운 침대에 누워 푸른 바다의 촉감을 느끼듯 파아란 하늘아래 펼쳐진 초록빛 세상, 이 아름다운 모습을 누가 훔칠가봐 사방으로 둘러 웅장하게 솟아있는 영봉들, 그위에 걸쳐있는 파아란 하늘! 모두 함께 마중나와 ‘두리누리산들회’를 환한 웃음으로 축복해 주며 길을 내어준다
살랑 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새록 새록 초록잎 향기 쏟아 내니
길섶에 이름모를 꽃들이 시세움하며
햇살 머금고 울긋 불긋 향연을 벌인다
북알프스 영봉을 넘어온 살가운 바람
미쿠리가 연못과 만년설에 행구어서
싱그러운 웃음으로 가슴 흠벅 적셔주니
설레이는 마음 풍선되어 하늘을 난다
바람에 속옷 벗고 달려가는 솜털 구름
무로도의 평원으로 살포시 내려 앉자
햇살에 물들여진 초록잎 간지럽히니
토실 토실 핀꽃들이 방긋방긋 웃어댄다
천상의 화원을 지나 영봉을 오르는 길목의 만년설의 협곡에 들어서니
만녈설 밑 청명한 물소리는 발끝을 간지럽히고,
새콤 달콤 바람 성희롱하듯 가슴을 만지고 간다.
사각 사각 눈길 걷는 발걸음 심장을 간지럽히고,
구름사이 내민 햇살 살포시 속살을 훔치고 간다.
이런 몸짓에 그 짜릿함에 모두 환호성이다. 머리끝에 남아 있던 모든 잡념이 이슬처럼 녹아나면서 온몸이 평화로 가득해진다. 아! 행복하다
고소적응을 위해 서행 걸음으로 1시간여 만에 이찌노코시산장에 도착하여 찰깍! 뽐내는 얼굴들을 한장의 사진에 남기고 하늘을 찌를듯 우뚝솟아있는 오야마로 향한다. 쳐다보는 눈길에 밟히는 오야마! 칼날처럼 각을세워 하늘에 메달린듯한 모습이 쉽사리 길을 내주지 않을 듯......, 이 모습을 놓치지 않고 웃음을 던져준 김기윤 교장왈! 저길 두발로 어떻게 올라가? 아예 손까지 빌려 네발로 가야 할것같은 데! 산을 오를때는 虎視牛步하라 했던가? 오야마를 오르는 방법에 대한 정답을 써준지도 모른다.
초입부터 바위와 돌뿐인 험준한 급경사길. 조심 또 조심, 가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숨을 몰아쉬는 힘든 길......, 그러나 뒤돌아 볼때마다 천상의 화원을 휘감고 출렁이는 초록빛 바다가 fithing! fithing!의 메시지를 보내주었기에 1시간 30여분만인 11시 40분에 오야마 정상에 올랐다.
벅찬 감동! 오야마의 정상은!
초록빛 바다위에 꽃무지게 걸쳐놓고
옥류빛 고운얼굴 연못속에 드리우네
밤잠을 털지못한 봉긋솟은 영봉들이
하나 둘씩 구름 털고 기지개를 펴네
북알프스 영봉들을 끝도 없이 이어 놓고
구로베호수에 드리워져 넘실넘실 춤추네
눈물 베어낸 감동으로 영봉들을 길어 올리니
초롱초롱한 물방울 머금고 와락 품에 안기네
마지막 정상을 향해 영차! 영차! 정상 바로앞에서 조영희 부회장임이 폼샷들을 한컷하고 있네요......,
오야마의 감동을 품에 안고 다테야마(立山)연봉에 있는 오난지야마로 발길을 옮긴다. 후지산(富士山), 하쿠산 (白山)과 함께 일본의 3대 명산이요 이번 산길 중 최고봉(3015m)이다. 바로 앞에 우뚝서있는 정상이 금방 손에 잡힐듯하면서도 뽀족한 바윗길과 낭떨어지로 이어진 길이 쉽게 내어주지를 않는다. 그러나 앞을 보나 좌우를 보나 뒤를 보나, 숨이 멎을 듯 벅찬 감동의 물결이 넘실대는 그 길을 미친듯 달려가고 싶다. 이렇게 30여분을 빡세게 걸어 12시 20분! 오난지야마에 전회원이 등정에 성공! 감동의 순간을 “두리누리산들회”라 외치며 사진 속에 담아내고, 바닥이난 에너지를 공급해주기 위해 휴게소로 내려가 점심! 정결하고 맛갈스러운 점심밥이 꿀맛이다. 이 꿀맛앞에 펼쳐진 천국! 그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듯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영혼을 멈춰서게 한 오난지야마 정상!......,
하늘을 가린 듯 초연히 솟아오른 오난지야마
바람도 구름도 산나그네의 영혼도 멈추어 놓고
꾸밈도 화려함도 없이 속살 드러 낸 그 모습이
숨이 멎을 듯, 가슴이 터질 듯 벅찬 감동을 주네
눈 시리게 맑아 산 너울 보니 연봉이 넘실 거리고
산자락 가득, 하얗게 흘린 연무 한 폭의 수묵화되네
겹겹이 흐르는 계곡 저 아래 초록빛 바다 출렁이고
계곡마다 둘러 펼쳐진 만년설이 천국인 듯 평화롭네
2명(가이드도 중도에서 내려감)을 남겨두고 온 아쉬움이 있지만 거의 전원이 여기까지 왔다는게 경이스러운 일이다. 오난지야마의 정상에 펼쳐진 아름다움을 글로 다 써내지 못한 마음을
“우리 오늘의 시간들이 너무 멋있었어요. 영원한 추억으로 가슴에 기억해둡시다.
가슴에 둔 이 한마디를 이번 산행의 정답으로 써놓고......,”
오난지야마의 정상에 그리고 그 산자락에 아쉬운 이별을 묻었다.
전원이 종주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이견이 있었으나,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하여 12명만 종주를 하기로 하고 벳산으로 서둘러 길을 나섰다. 가이드를 도와 종주길을 함께 리드해 주신 '조영희'부회장임과 '신상구'산행이사임에게 이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며, 회원임들께, 정말 미안하고 아쉬운것은 거의 모든 회원들이 종주를 충분히 할 수 있었으나, 내가 대포땜에 함께할 수 없어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했음을 회원님들께 이자리를 빌어 사과 드립니다.
긴급 SOS! 오난지야마에서 오야마를 거의 다와서 인원을 파악하니 3명이 행불? 이미 내려간 가이드에게 긴급 SOS!, 종주팀에게 수없이 연락을 해도 통화지역 이탈로 문자까지 안되어! 나홀로 다시 오난지야마로 달려 갔다. 정상 밑에 도착할 쯤 가이드로 부터 2명은 찾았다는 데 1명이 부족, 3명일때는 설마하고 여유를 부렸는데, 1명이라? 오난지야마 정상을 샅샅이 살펴보고 어쩔 수 없이 다시 하산을 결정하고 말았다.
종주팀을 기다리며
오난지야마에서 벳산으로 떠난 종주팀!
그 길로 엷은 운무가 갑자기 밀려가는데
가시는 산행 길에 해방군이 되지 않을까!
시야에서 떠나지 않은 아련한 모습들...,
12명이 아닌 13명이 함께 하겠지!
굳게 믿으면서 바라본 벳산길 능선
초록빛 바다위에서 알른 알른 대고
다정한 웃음소리 귓가에 속삭인 듯...,
내려오는 길에 미구리가 호수와 지옥의 계곡을 둘러보고 오후 5시 라이쵸산장에 도착하니 지옥의 계곡에서 분출되는 유황 냄새가 역겹다. 배정받은 방을 정리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서성대기를 1시간여 6시에 종주팀이 도착 12명이 아닌 13명으로 1명을 환생시켜 왔으니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있겠는가! 막혀있던 가슴이 뻥 뚤린다. 1명의 환생이 누구일까? 웃음바다로......,
저녘식사를 마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천연온천지에서 몸을 말끔히 씻고 나오니 하늘을 날듯 기분이 상쾌하다.
잠자리는 이미,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콧노래에 취하고, 산길을 걸어온 영상에 빠지고, 청춘의 열기에 데여 밤잠을 설치며 뒤척이는 데 창밖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시계를 보니 새벽 1시30분이다. 서둘러 밖에 나가보니 ‘김창호’임이 서성이고 있다. 반갑기는 하나 왜 잠못 이루고 밖에서 서성이는지 묻지 않아도 알듯......, 우리 옆방에서도 소곤 소곤! 그 옆방은 출입구 문에 아예 빗장을 해놓고 문을 살짝! 잠못이루는 밤의 모습을 보며, 산장 밖으로 나가니 가슴이 뻥 뚫린다. 싸늘한 밤 공기를 마시며 어제 우리들의 산행길에 내려준 축복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비가 나리거나 가스가 너무 많았으면 거의 불가능했던 산행! 뿐이랴. 종일 햇볕이 쨍쨍 내리 쬐었어도 힘들었을 텐데, 햇볕과 구름이 시세움 하듯 번갈아 가면서 산길가는 두리누리회원님의 발길에 최상의 날씨를 내려준 축복은 영영 잊을 수 없는 산행사로 남겨질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에 젖기를 20여분. 금새 비그침으로 하늘이 열린다. 별빛을 쏟아내며 하늘을 찌를듯 솓아 있는 영봉들이 와락 내앞을 가로 맊는다.
은모래를 뿌려 놓은 듯 잘 여문 별빛들이
북알프스 영봉들을 조롱조롱 메달아 놓고
아침햇살 찾아올가봐 앞다투어 손 내밀어
봉긋 솟은 가슴만지며 화들짝 웃고있네요
시세움에 화들짝 새벽잠 깬 풀벌레 들이
깊이 잠든 꽃무리들을 지긋히 포옹하고
못다 한 사랑 애틋한 노래로 들려주며
울긋 불긋한 잎술 맞추고 연애질 하네요
이른 새볔 산장앞 화원 언덕에 서니 밤잠을 털지못한 산봉우리들이 하나 둘씩 구름을 털고 기지개를 펴고 있는 모습이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내 가슴속에 남아있는 찌거기를 말끔히 청소해가듯 하늘에 구름은 서두름없이 흘러간다. 아! 지금 난 행복하다. 가슴이 싱러움으로 가득채워진다.
6시 30분. 아침식사를 마치고 짐을 꾸려서 알펜루트 구간의 극치를 이루는 오기사와 까지의 답사를 위하여 무로도역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길에 마중나온 무로도구원은......,
어제밤에 토해낸 별빛이 땅밑으로 스며들고
초롱 이슬, 아침 햇살에 천상의 화원 물결치네
파란 하늘 달리던 삿갓구름, 가던길 멈추고
살포시 내려앉아 설레발레한 산나그네 보듬네
아침 햇살에 놀란 풀벌레 후다닥 도망을 하고
밤새도록 연애질한 꽃무리들 이슬 가득 보듬네
온몸을 드러낼듯 말듯한 꽃송이는 얼굴 붉히고
길가는 산나그네에게 수줍은 듯 윙크질 하네.
설레임과 벅참에 터질듯 한 가슴을 다음 여정의 베낭속에 잠금질하고 북알프스의 산길을 접으며 함께한 회원님들에게 속삭입니다.
하늘을 찌를듯 우뚝솟은 오야마, 오난지야마, 벳산을 넘으면서 그리고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무로도의 꽃길에서 함께한 우리들의 고운 미소가 심장을 녹이듯, 꽃향기 하나로 우리들의 마음을 밝히고, 3015m의 봉우리를 넘어서는 용기로 천번의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산길은 앞으로 우리들의 삶에 영원한 축복으로 남겨둡시다. 그리고 가끔은 외롭고 지칠때에 두리누리 산들회와 산행을 함께 하시면서 남겨둔 축복에 다시 불을 지펴주시면 축복은 더욱 더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그리고 사랑하는 회원임!
눈으로만 담을 수 없는 것은 사진으로 담아왔고, 사진으로 담지못한것은 아련한 추억으로 담아 놓고 온길, 그러고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아련함이 있다면 당신의 심장속에 꼬옥 숨겨두었다가 정적이 흐르는 고요한 시간에 토해 내어 당신의 삶에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꽃으로 피워내시기를 기원합니다.
못다한 이야기를 여백으로 남겨두었으니....., 그 여백에 회원임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쏟아 주시기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고재섭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