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5월27일 – 하나님이 부르신 날
한국과 이곳의 시차는 16시간의 차이가 난다.
한국이 이곳보다 16시간이 앞서 간다는 말이다.
지금 이곳에 시간이 27일 오후3시30분이니 한국시간은 28일 오전 7시30분이다.
4년이 지난 2020년 5월28일(금) 오전 7시30분 그날도 시차는 여전히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집사람이 변(便)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먹은 것이라고 해야 음료수뿐인데...
혹시 하나님께서 3번째 표적을 보이기 위함인가 하는 기대도 했다.
그런데 그 기대는 적중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된변(便)이 갓 자란 어린오이 만큼 나오더니 조금 후에는 검은 물변이 계속 나오기 시작했다.
집사람에게 왜 이렇게 변이 계속 나오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그냥 시원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결국에는 뒷정리를 다 하지 못하고 어른 귀저기를 채우고 마무리 했다.
그때부터 집사람의 호흡이 가빠졌다.
그래서 의사를 부르니 생각보다 빨리 그 날이 온 것 같다고 하면서 자가격리 되어있는 아들을 급히 불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보건소에 연락하여 지금 곧 환자의 임종이 눈앞에 있으니 임종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서둘렀다.
우리도 목사님을 오시라고 연락을 취했다.
얼마 후에 자가격리 중인 아들이 코로나19 법령에 따라 검역소를 거쳐 괸리직원과 함께 왔고 우리는 모두 자리를 피하였다.
어느 누구도 접촉해서는 안 된다는 것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후에 목사님이 도착했고 함께 임종기도로 집사람과 함께 교감의 시간을 가졌다.
심장박동수와 몸 안에 산소수치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명은 연명하고 있었다.
그 시간이 오전 2시 30분경이었다.
의사의 이야기로는 지금 혈압 강화제와 다른 몇가지를 수혈하고 있으니 아침까지는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일단 철수하고 아침 11시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고 나니까 집사람의 호흡은 점점 가빠지고 심장 박동 수도 떨어지며 혈압도 수치를 재기가 힘들었다.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화면상의 숫자가 떨어지기도 하고 ,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했다.
다시 목사님께 연락해서 급하게 달려 오셨다.
얼마 후에 화면 모니터에서 나오는 숫자가 모두 0 이 되고 진동파동이 ―― 자가 되었을 때 의사선생님이 시계를 보더니 사망일은 2020년 5월28일 금요일 오전 7시53분입니다. 라고 선포하고 나가셨다.
우리는 모두 함께 찬송가 “하늘가는 밝은 길이”를 부르면서 임종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집사람은 안치실로 가고 함께 했던 사람들은 모두 돌아가서 준비하고 3시간 후인 11시에 장례식장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병실에는 나 혼자 덜렁 남았다.
함께 같이 있었던 집사람도 안치실 직원이 데려가고 없다.
그러다보니 이 세상에는 이 좁은 공간에 나 혼자 남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감으니 지난날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쳐 갔다.
다시 일어선다면 집사람은 하나님의 사역자의 길을 가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복음 전하는 것에 전념하고 싶어 했고,
또한 그동안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고 살았던 마음을 회개하고 마음껏 주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어 했었다.
그리고 세상 유혹 다 버리고 오직 주님만 위해서 살고 싶어 했었다.
또한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우리를 구원해 주신 분은 오직 예수님뿐이라고 외치고 싶어 했다.
27일 저녁 나에게 마지막으로 전한 말은 지금도 생생하다.
만약에 내가 하나님이 부르셔서 먼저 간다면...
당신이 나의 몫까지 사역을 잘 감당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당신에게 미안하다.
당신을 만나서 정말 행복했다.
당신은 내가 보기에도 참 좋은 사람이다.
그런 당신에게 많이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못된 짓 많이 했다. 용서해 달라...!!
이제라도 내가 다시 일어난다면 당신에게 정말 잘하겠다.
그리고 당신하고 오랫동안 주님이 맡겨준 사역을 감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신 동생들에게 미안하다. 큰며느리 구실을 다하지 못했다.
더 미안한 것은 진은이를 못보고 가서 미안하다고 전해 달라...!!
집사람은 이런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내 곁을 떠나갔다.
오늘이 그날이다.
그래서 오늘이 되면 그날이 기억난다.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더 잘해 줄 수 있었는데....
혼자이고 보니 더 후회가 된다.
있을 때 잘해줬어야 했는데... 집사람에게 미안하다.
그럼에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하나님이 집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 때 함께 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것은 나에게 특별한 은혜였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소망하는 그곳에 나 보다 먼저 집사람을 데려가신 것도 하나님의 배려와 은혜였다.
그래서 또 감사하고 감사하다.
하나님이 나를 언제 부르실지는 모르지만 그 때까지 나에게 맡긴 사명을 다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마음에 굳게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