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영화를 보고
‘서울의 봄’ 영화를 보았습닌다. 1979년 12.12 전두환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입니다. 제목이 주는 친근함과 그 시대를 건너온 사람으로서 꼭 보아야 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영화는 80년 그 당시에 전해 들었던 상황보다 훨씬 더 비극적이었던 역사였더군요.
내가 80년 원풍노조 당시 느꼈던 ‘서울의 봄’은 이미 12.12 쿠데타로 오지 않을 봄이었다는 사실을 43년이 지나 영화로 알게 되었다는 씁쓰레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왜냐면 80년도 희망에 찼던 봄날이 생각나서였지요. 기숙사 가는 길목 담장이었던 노란 개나리꽃이 그 봄날은 더욱 화사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새로웠지요. 사진첩에 그해 봄날 개나리꽃 울타리를 배경 삼아 찍은 내 모습과 고이옥순(총무), 직포과 이재열, 우리들의 20대 환한 모습에는 그 봄의 활기찬 희망이 담겨있더라고요.
그해 5월 한국노총에서 열렸던 ‘노동기본권 확보 전국궐기대회’ 노동자 1,000여 명이 모여서 단상을 점거하고 어용 위원장을 쩔쩔매게 했던 희망이 넘쳤던 첫날의 광경이 떠올랐지요. 우울했던 이튿날도 기억납니다. 밤샘 철야 농성을 해산한 이유도 지레짐작만으로 착잡했던 심정으로 비 오는 거리를 우산도 없이 걸어서 대림동 공장으로 돌아왔던 그때 그 사람들이 떠 올랐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서울의 봄’의 끝은 한국노총에서 해산하는 날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미 12.12 전두환의 반란으로 끝난 봄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헛웃음이 나오네요.
80년 5.18 광주민중항쟁이 발발했지요. 김대중 대통령은 내란음모의 주범으로 끌려갔고 그 외 우리가 아는 민주인사들이 정체 모를 계엄군인들에게 끌려갔다는 비보가 날마다 들려오던 때였지요. 그런 와중에서도 원풍노조 조합원들은 광주시민 돕기 모금을 하였고 전달했었지요.
‘서울의 봄’ 영화를 보면서 참 우리가 무모했고, 한편 참 용감한 노동자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전두환은 이미 12.12 군사 반란으로 군 통수권자를 박정희 시해 사건 가담자로 계략을 꾸며 가두고, 대통령 자리까지 찬탈한 그 상황이었으니 우리 노동자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영화는 79년 12.12 9시간의 반란군과 진압군의 숨 막히는 전쟁을 보여주더군요. 그야말로 국방위를 책임져야 하는 장성들이 국민의 나라를 도둑질하는 역적놈들이더라고요. 그러나 영화의 핵심은 소수이지만 죽기까지 군인의 본분을 지켰던 소수의 정의로운 사람들을 들어내는 것이었지요. 그들은 전두환, 노태우에게 고문과 감옥살이하고 가족들이 풍비박산이 나는 아픔까지 겪은 군인들이었지요. 그들의 희생 덕분에 1993년 김영삼 정권에서 전두환이와 노태우를 반란군으로 법정에서 단죄할 수 있었지요.
이번 영화를 본 사람 중에는 혈압이 높이 올랐다는 이야기가 화제 되고 있지요. 나 역시 상영 중에도 욕지거리가 나오는데 다른 관람객들 때문에 차마 할 수 없어 꾹꾹 참았지요.
극장을 나서면서 전두환은 시체를 다시 파내서 부관참시하여 그 추종자들에게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우리나라가 해방 후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해 나라가 바로 못 섰지요. 그와같이 군부 독재자들도 청산하지 않아서 민주화가 진척된 오늘날에도 국민을 위한 정치는 없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영화가 끝날 무렵 전두환이가 화장실에 가서 배꼽이 빠지도록 깔깔대며 웃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의 권력욕구를 달성한 쾌락을 보여준것이지요. 그리고 내 느낌은 더 나아가서 말하자면, 그 비웃음에는 별 세 개, 네 개짜리 장성들이 전두환의 권력에 편승하는 나약하고 비루한 존재들에게 보내는 비웃음도 함께 뒤섞여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장성들이 전두환의 권력욕과 거짓 수법에 순응하며 권력을 나눠가지려는 자들, 이들이야말로 전두환보다 더한 범죄자로 여겨지더군요.
우리는 일상에서 매 순간 무언가를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선택의 갈림길에서 거짓을 숨기고 양심을 가장하는 비루한 존재들을 우리 주변에서 많이 목격합니다. 이런 인간들이 존재하기에, 역사가 정의롭게 전개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서울의 봄' 영화는 바쁜 연말 속에서도 사회 정의의 측면에서 한번 살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어느새 올해도 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해는 개인적으로 참으로 다사다난한 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날들이 내 남은 삶에 양약이 되도록 노력하는 연말입니다.
아무쪼록 지기지우님들의 안녕과 건강을 손모아 빕니다.
2023. 12. 3.
황선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