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네온을 연주하기전 당신의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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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좋아하는 아카데미 식구들중에 남극에 사는 펭귄이라는 동물,
마치 상어 껍질 같은 보드랍고 매끈한 깃털을 갖고 있는 새.
거기에도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아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극지에서 사는 펭귄은 그 지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서로서로
몸을 기대어 체온을 보존해야 하는데, 그래서 보드랍고 매끈한 깃털을
가질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 펭귄은 남극에만 살고 있습니다.)
반면, 고슴도치는 겁이 많고, 의심이 많고,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단독자의 삶을 살게 된다고 합니다. 고독한 고슴도치가 믿는 것은
오로지 남을 공격하기 위한 자신의 날카로운 침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 날카로운 침 때문에 고슴도치는 서로 몸을 기댈 수 없다는 것.
형제자매는 물론 제 어미가 안아주려고 해도 침 때문에 보듬어줄 수가 없지요.
그래서인지 펭귄은 시간이 나면 자신의 깃털을 다듬거나 다른 이의
깃털을 매만지는데 정성을 다한다고 합니다.
반면, 고슴도치의 침은 나이가 들수록 딱딱해지고 날카로워진다는 것.
글을 쓰다 문득 레오의 손을 내려다 봅니다.
주먹을 쥐려는 순간, 손바닥이 굵게 주름살이 잡히면서 오만상이
찌푸려졌습니다. 우는 듯 웃는 듯.
굵게 주름 잡힌 마음의 얼굴이 그 속에 떠올라 옵니다.
그 주름살은 어쩌면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내 삶의 역사와 그 속의
상처, 아픔인지도 모릅니다.
손바닥이 주름지는 동안 손등의 피부는 팽팽하게 당겨지네요.
강한 척, 자신만만해 보이지만 그것은 오직 타인의 관점에 불과합니다.
손등에 가려진 손바닥의 주름을 누가 알아챌 것인가요.
세상 지아비의 번듯함을 위해 사는 지어미의 노고처럼
그 주름살은 골이 참 깊어지기도 합니다.
고슴도치처럼 웅크린 주먹으로는 결코 반도네온을 연주할 수 없겠지요.
샌드백을 치거나 벽을 때리는 일 밖에.
우리는 그렇게 주름살투성이의 손바닥으로 타인을 만납니다.
비단 반도네온을 연주하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몸을 어루만지거나
머리를 쓰다듬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상처 혹은 아픔으로, 주름살로 만나는 것이네요.
손바닥으로 반도네온을 만나 연주를 하기 위해선
먼저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놓아야 하군요.
분노와 시기, 아집과 상처의 이 주먹을 풀어야,
펭귄처럼 서로의 체온같은 음악을 나누며 이 삶의 추위를 견딜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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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에 참여하신 모든 연주자들과 무대를 위해 함께 수고하고
응원해준 아카데미 식구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첫댓글 선생님...어쩌면 이렇게 딱 맞는 비유의 글을 써주셨을까요..! 음악회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미무리하기까지 저 역시도 똑같은 생각을 했더랬어요~ 무대 위에서는 비록 홀로 고구분투 해야할지언정 그 준비와 결과를 공유하는 순간엔 서로를 향해 아낌없이 응원과 축하를 나누는 우리 연주자님들의 모습에서 정말로 큰 감동을 느꼈어요! 한 분 한 분 보석같은 아카데미의 연주자님들, 그리고 한 발 한 발 악기와 친해지고 계신 예비 연주자님들까지..아카데미 안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고 스타랍니다~ (도망가지 마세요 ㅋㅋ) 뜻깊은 글 넘나 감사드려요 선생님~! 메리 크리스마스!🎄💚❤️
너무 좋은글 감사합니다!!
우리 아카데미의 정신적 지주이십니다!
항상 열정을 갖고 제가 할수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메리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