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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앞서 이수현 씨는 장애인의 생애주기별로 우리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었다. 이번에는 현직 교사로서 교육현장에서 체감하는 통합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정리했다. 이전 기사에서 지적했던 장애학생의 선택권 부재 외에 체감하는 문제는 바로 일반교육과 통합교육의 분리, 지원인력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1.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분리
“우리나라는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이 너무 분리되어 있어서 특수교육이 일반교육에 전혀 섞여있지 못해요. 우리가 아무리 요구해도 그게 다 특수(교육) 쪽으로 가요. 사실 일반교육에서 교사가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특수교육대상자 진단을 받으면 특수로 분류돼요. 그래서 자꾸 특수를 일반과 분리하는 것부터 통합이 되어야 해요.”
이수현 씨에 의하면 교육부도 ‘특수’교육과가 따로 분리되어 있단다. 처음부터 분리해서 접근하는 게 아니라, 특수교육을 일반교육으로 통합해야 한다. 일반교육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교육하면 좋을지 다 같이 고민하고 의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구조적인 문제는 장애학생이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면 오히려 그로 인한 차별이 더 많이
일어날 뿐이다.
“사실 특수교육대상자는 지원을 받으려고 되는 건데, 그게 아니라 따로 떨어뜨리거나 배제하는 모양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특수반이 없어지거나 특수교사가 일반학급에 와서 같이 지원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부터 따로 분리하려는 인식을 개선하는 게 정말 필요해요.”
대한민국의 일반교사들 중에도 훌륭한 사명감을 가진 교사가 전국 각지에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통합교육’이라는 간판만 내걸고 있을 뿐 실제로 이 간판대로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사례보다 그렇지 않은 비중이 클 것이다. 교사들 중에는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해 ‘아, 얘는 특수아이니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어. 전문적인 특수교사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야. 나는 손 뗄래.’ 이런 경향이 강한 교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우리 교육의 슬픈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수아이가 있으면 특수반에서 잘 하겠지, 잘 교육받고 있겠지, 우리반에는 잠깐 앉아 있는 거야’와 같은 개념이 크죠. 그럼 특수아이는 우리반에 있어도 수업 시간에 아무것도 안 해도 되고 가만히 앉아서 문제만 안 일으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정말 강해요. 그게 아니라 특수아이를 ‘우리반 아이’로 인식하고 어떻게 통합을 시킬 건지, 어떻게 반에서 같이 잘 조화되게 할 건지를 일반교사가 먼저 고민해야 해요.”
이수현 씨는 이게 일반교사의 인식 문제라기보다는 학교장, 관리자에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장애에 대한 인식 문제라고 했다. 우리 사회는 비장애인 주류사회다. 굳이 교육 영역에만 한정하지 않더라도 거의 모든 영역에서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장애인을 통합하기보다는 장애인을 ‘따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이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2. 지원인력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꼭 장애가 없더라도 특성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아무리 열정적인 교사라도 한 반에 20~30명씩 있는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최소 한 명 이상의 지원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특성을 가진 아이 한 명에게 모두 맞춰서 교육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여러 명의 지원이 필요한 아이가 있을 경우라도 교사 한 명이 지원하게 되면 수업이 훨씬 더 풍성해지고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지원을 받으며 수업에 참여할 수 있어요.”
이수현 씨는 특별한 요구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학습지와 같은 자료를 많이 만든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자료를 ‘그냥’ 준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옆에서 촉진도 해줘야 하고, 설명도 해줘야 하는데 그러한 부분을 지원해줄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 지원인력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단다. 그래서 지원인력에 대한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단다.
“그 이유는 아직 선생님들에게 지원인력이 익숙하지 않은 거예요. 수업은 오롯이 내가 혼자 해야 하고, 누가 있으면 불편하고, 내 수업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강한 것 같아요. 그런데 한 번 해보면 훨씬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보게 돼요. 지원인력이 있으면 관리해야 하는 사람(지원인력)이 생겨서 업무가 늘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제가 해 보니까 오히려 업무량이 줄더라고요. 두 명이서 하니까 학생에 대한 파악도 빠르고, 학습지 제작도 쉽고, 아이들도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되고요.”
이수현 씨가 공저로 참여한 “해 보니까 되더라고요”와 “모두참여수업”에는 일반교사로서 통합교육을 하며 겪은 교육현장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아무리 교육적 지식을 가진 교사라도 단 몇 시간의 연수로 단번에 장애에 대한 인식이나 통합교육 마인드가 자리잡지는 않는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교육현장에서의 이야기가 잘 담겨 있는 이수현 씨의 저서를 교사들이 많이 읽기를 권한다.
지원인력에 대한 아쉬운 생각이나 혼자 교육을 진행하려는 생각도 어쩌면 교육 영역을 넘어 우리 사회에 깊게 깔려 있는 장애에 대한 부족한 인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미래 세대인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좋은 장애 감수성을 지니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이수현 씨의 열린 마인드가 많은 교사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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