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사 송년 모임 후 뭐 하나 써보려는 의무감에
‘05 중학 야구 결산’을 선택했습니다.
일전에 비슷한 내용을 제법 길게 타이핑 했다,
하필 천리안 클럽 개편에 걸려 죄다 날려먹고
다시 쓰려니 엄두가 안 나네요.
본의 아니게 신년 특집격이 되어 버린...
16살 어린 선수들의 품평은 망설여지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재작년 중학야구 결산이 생각보다 꽤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몇 몇 분들의 격려에 힘입은 바도 크죠. ^^v
언제나 그렇듯, 큰 의미를 두기 보다는
그냥 고교 입학을 기다리는 숱한 예비 신입생 가운데
극히 일부의 자랑이나 소개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먼저 지난해 전국대회 record를 보도록 하죠.
[소년체전]
(결승)
전남여수 0 - 8 경기성일
(4강)
전남여수 9 - 8 부산경남
경기성일 1 - 1 광주무등 (성일 추첨승)
소년체전은 명실상부하게 각 지역을 대표하는 '최강자'들이 경연을 펼치는 전통의 무대입니다.
05년 첫 전국 규모 대회가 운 좋게 청주에서 개최되는 바람에 전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는데요.
일전에 여기 게시판 덧글을 통해서도 잠깐 소개해 드린 바와 같이,
저는 작년 중학 마운드의 빅3 (장민제, 성영훈, 홍재영)을 나눠 보유한
광주무등, 서울덕수, 부산경남중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분류했더랬습니다.
하지만 대회 내내 지속된 경기성일중의 거센 돌풍이 저의 이런 섣부른 예단들을 보기 좋게 날려 줬죠.
일전에 동대문에서 뵙고 인사드린 성일중 모 선수 학부모님과 인연이 닿아서,
이 팀의 선수 수급현황 그리고 자체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부러 듣고 있었지만 말입니다.
이인복(경기성일중2)
경기 체육 꿈나무 대상을 수상한 성일중 에이스는 지난해 이형종(현 서울고)의 결승전 노히트노런 신화를 일 년 만에 재현했다.
작년 소체가 낳은 최고의 스타는 뭐니 뭐니 해도 이인복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성일중 첫 시합 때, 이 팀 관계자 분께 꽤 여러 선수 소개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죄송하지만 큰 점수 차에서 마지막에 잠깐 나온 이 친구만 확 눈에 들어오더군요.
'저 애는 몇 학년인가요?'
'아! 2학년입니다. 쟤도 130km/h 나오고요..'
이인복은 소위 공을 '던질줄 아는 선수'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오른손에 쥔 공이 검지를 스치는 마지막 순간에, 손목을 퉁겨주는 요령만큼은
'중학 최고!'가 아닐까 싶어요.
무릎부상 중에도 투혼을 발휘하며,
동산-경복-무등전 마다 괄목상대의 호투를 거듭하더니,
전남 여수중과의 결승 격돌에선 마침내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수립했습니다.
모교 선배(주력 대부분이 성남서고에 진학해 있죠.)들이
재작년 이형종(양천중-서울고)에게 당한 중학 선수권 결승전 노히트 노런패를 멋지게 설욕하며,
경기도 팀 최초의 소체우승을 견인한 셈이 됐죠.
일단,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이제우(신일중2) 안승민(공주중2) 정대현(상인천중2) 등
주목받는 동기들보다 반 걸음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고 봐도 좋겠습니다.
체격이 왜소한 편이라 아쉽지만, 올해는 더 커주겠죠.
강력한 우승후보의 하나였던 경남중은 서울 강호 덕수중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 끝에
1-0 신승을 거두며 4강 까지 올랐습니다만, 복병 여수중의 벽을 넘지 못했네요.
문체부 결승에서 역투하는 경남중 에이스 홍재영
對덕수전에서 호투한 홍재영(경남중3)군은 이전까지 명단에 안 보였던 선수라 의아했었는데,
원래 홍옥표에서 개명을 한 것이었군요. 송승준의 하단초, 경남고 후배인데 스타일은 사뭇 다릅니다.
실전에서 대단히 빠른 공을 보여주는 에이스는 아니지만,
중학 수준에선 보기 드물게 커브로도 쉽게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유형이죠.
비전문가의 견해로 'wind-up' 할 때 'kicking'하는 무릎을 낮춰서 허리의 하중을 줄여 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힘 세고 오래 가는 모습'을 보여 줄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덕수중과의 대혈투가 끝나고 한마디 붙여 볼까 싶어서 경남중 덕아웃 뒤쪽으로 가는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학부모님들의 격려 멘트....
'재영아! 욕 봤데이~~'
(전 첨에 이거 무슨 말인가? 싶었습니다. ^^; 경남중은 메인 응원가도 '부산 갈매기!' 더군요.)
지난해 팀의 마운드를 홀로 지키다시피 해서 보기에도 안 쓰러운데,
경남고에 입학하면 일년정도는 쉬면서 착실하게 몸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중학선수권]
(결승)
경기장성 3 - 2 광주무등
(4강)
경기장성 8 - 4 서울선린
광주무등13 - 4 부산중학
성일중의 소체우승이 작은 '돌풍(突風)!' 이었다면,
장성중의 선수권 제패는 가히 메가톤급 '태풍(颱風)!' 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정규 등록 선수가 15명에 불과한 장성중은 야구를 늦게 시작한 친구들이 많아서
주전 중 여섯 명 가량이 유급생이라고 하던데요.
이 팀 에이스 양동준과 유급생 임대춘이 대회 내내 굳건히 마운드를 지켜줬고,
당초 전국무대에서 지명도가 크게 떨어졌던 유격수 조정원이 놀라운 기량향상을 보이며,
누구도 쉽게 예상 못한 정상등극까지 성공했습니다.
준우승 팀 광주무등의 에이스 장민제는 일단 몸이 풀리면 공략하기가 쉽지 않은 투수지만,
1~2회 흔들리며 초반 실점하는 핸디캡을 극복하지 못했네요.
장성중은 안타수 9-7의 열세에도 1회말 반격에서 만회한 2점을 잘 지켜냈죠.
이미 소년체전 3경기를 고군분투하고도 추첨으로 분루를 삼킨 장민제는
(9-0 으로 승세를 굳힌 對구미중전에서 김정훈이 세 타자를 상대한 게 전부!)
연이은 선수권 대회에서도 헛심만 쓴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장민제(광주무등중3) 조정원(경기장성중3)
여담이지만, 중•고 야구를 한창 '치기(稚氣)'로 보던 학창 시절,
각 학교 연습 시합전에 2~30명 선수단의 불펜 피칭, 프리 배팅 구경하고
그 팀 에이스와 4번 타자... 골라내는 내기를 자주 한 기억이 있는데요.
작년의 무등중은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겠더군요.
(쟤가 에이스에 4번 치겠네!)
바로, 관중석에서도 한 눈에 두드러져 보이는 기량과 스타일의 장민제입니다.
일전에 주우님이 이곳 게시판을 빌어 잠깐 소개해 드린 것처럼
약간 처진 팔 스윙부터 마운드 위에서의 사소한 버릇,
심지어 안경테 묶은 줄을 댕기처럼 뒤로 늘어뜨린 풍모까지
동향 선배 한기주를 연상시키던걸요.
워낙 팀 마운드를 홀로 떠맡아 연투를 거듭하는 가운데, 쉽게 쉽게 던지다 보니
'요란한 소문 만큼의 구위!'를 실전에서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만...
올해 변수가 많은 광주일고 마운드의 사정을 감안할 때,
당장 봄부터 가동하기엔 무리겠지만, 하반기 쯤엔 자주 선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최근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경기도 인구가 서울을 추월했다는 기사가 떴던데요.
그래선지, 올 중학무대에선 이 지역 팀들이 초강세를 보이며 전반기 두 대회를 석권했죠.
경기도는 리틀 리그 등 유소년 야구 팜이 비교적 잘 형성된 편이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을거 같습니다.
반면, 매년 한 개 이상의 대회를 차지해 오던 '전통의 호남야구'가
모처럼 무관으로 전락했네요.
(부산 대통령기에서 광주진흥중이 준우승)
2년전 최강의 클린업 트리오(3번 조영선 - 4번 한희준 - 5번 강철인)를 보유하고도
김호빈의 마운드가 흔들리며 정상과 인연이 없었던 광주무등중인데,
작년엔 장민제의 뒤를 받칠 넘버2의 존재가 아쉬웠습니다.
이 팀 라인업의 주축인 정승인, 손명기, 정성철 등은 꽤 괜찮은 기량의 어린 유망주들이 틀림없지만,
한희준처럼 걸출한 공격의 리더가 안 보인 점도 우승에는 2프로 부족했던 요인같아요.
특별히 지난해 호남의 중등부 인재 풀이 질과 양에서 예년보다 처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향후에도 '유소년 야구 경기권 초강세'의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 관심을 갖고 지켜 봐야 겠습니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