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에 얽힌 이야기는 일본에서 다큐멘터리 동화로 쓰여 많은 어린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으며, 영화로도 제작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개봉에 이어 어른을 위한 동화로 출간된 바 있으며, 또 SBS의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 10년을 한결같이 주인만을 기다린 충직한 개로 소개되어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치는 현재 도쿄 시부야 역 앞에 동상으로 남아 있으며, 실제 몸은 박제가 되어 우에노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의 내용
어느 겨울 날 아키타라는 시골 마을에서 용감하기로 이름난 아키타견 강아지 네 마리가 태어납니다. 이 강아지 중 한 마리는 태어난 지 두 달 무렵이 되었을 때 도쿄의 우에노 교수 댁으로 보내집니다. 개를 좋아하는 우에노 교수는 이 강아지를 소중히 받아 안아 여덟 번째 기르는 강아지라는 뜻에서 그리고 두 다리를 여덟 팔(八)자로 떡 벌리고 서 있는 당당한 모습을 보고 하치(八:여덟 팔자의 일본 발음이 '하치')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지극한 사랑으로 보살펴 줍니다.
하치가 조금 자라자 함께 산책을 다니고, 함께 목욕도 하고, 볕 잘 드는 툇마루에서 벼룩을잡아주는 등, 우에노 교수는 마치 자식처럼 애지중지 기릅니다. 어느 날부터 하치는 출근하는 교수님을 따라 시부야 역까지 나가 배웅을 시작합니다. 저녁이면 하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퇴근하는 교수님을 맞이하기 위해 혼자 시부야 역으로 나가곤 했습니다. 교수님과 하치의 더없이 행복한 나날은 언제까지라도 계속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아침 강의 도중 우에노 교수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하치의 외롭고 힘든 기다림의 나날이 시작됩니다. 하치는 하루아침에 주인을 잃고 홀로 남겨져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지만 하치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10년을 한결같이 시부야 역으로 나가 보고 싶은 교수님을 기다립니다. 이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져 시부야 역 앞에는 하치 동상이 세워지고 하치는 잠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지만, 늙고 몹쓸병에 걸린 하치를 진정으로 돌보아주는 사람이 없어 하치의 병은 점점 깊어만 갔습니다. 더는 버틸 기력이 없는 하치는 마지막 힘을 다해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며 어디론가 걸어가다가 길에서 숨을 거둡니다. 하치는 우에노 교수가 잠든 아오야마 묘지를 향한 채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 본문 소개
하치의 사슬을 풀어준 기쿠 아저씨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하치는 단숨에 툇마루를 뛰어올라 거실 쪽으로 달렸습니다.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하치는 제단의 교수님 사진을 향해서 마치 사람 울음소리처럼 울부짖었습니다. 그리곤 킁킁, 냄새를 맡았습니다. 꽃으로 덮여 있는 흰 관 속에서 교수님 냄새가 났습니다. 하치는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았습니다.'교수님 냄새다! 그래, 이 상자 안에 교수님이 계시는 거야!'--- p.96
비록 하치는 떠돌이 개들의 대장으로 살고 있기는 했지만, 가슴 밑바닥에는 빨간 불 하나가 켜져 있었습니다. 그 불빛은 자기를 사랑해주었던 우에노 교수님을 단 한 번만이라도 만나 안기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었습니다. 그 생각 하나로 지칠 줄 모르고 그리운 교수님을 찾아 헤매며 걸었습니다. ---본문 p.127
"이런! 넌 하치 아니냐? 하치, 하치야, 너......"
청소를 하러 나온 술 도매상 안주인이 너무 놀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랬구나. 너 우에노 교수님이 잠들어 있는 곳까지 힘겹게 아픈 다리를 끌며 온 것이로구나."
술 도매상 안주인이 하치의 몸을 천천히 쓰다듬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하치는 우에노 교수님이 잠든 아오야마 묘지 쪽을 향해서 평온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본문 p.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