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애가
매운 우물가 방망이질로 빤
열 식구 빨래 널어놓은 긴 빨랫줄
이생을 돌아보며
어머니가 틀어 놓은 연속극 한 장면
그땐 그랬니라, 아득한 음성
- 양향숙
《 쪽수필/오정순 》
아침에 일어나면 순간 행복하다. 언젠가부터 이 감정의 뿌리는 어디에 기인한 것일까를 생각하다가 찾았다. 한 겨울에 수도꼭지 손잡이만 올리면 따뜻한 물이 나온다는 것과 갈라져 피가 나던 내 손바닥이 나아서 물이 닿아도 따갑고 쓰리지 않다는 것에 닿았다. 언감생심 고무장갑만 해도 고마운데 상시 따뜻한 물이 나온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설거지도, 부엌 일도 싫지 않다. 사라진 흑 역사가 이후의 삶을 감사로 도배한다.
돌이켜보면 우리네 역사 자체가 흑 역사를 바탕에 깔고 있는데, 버린 건가 잊은 건가 모르겠지만 감사가 적고 당연한 듯 살아서 못내 아쉽다.
언제나 찬물에 손 넣는 것은 어머니 몫이었는데 결혼 후 어느 해 어머니와 함께 김장을 하면서 수돗가에서 겪은 손시림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우리나라 어머니의 아직도 가시지 않은 아리고 시린 산 역사이지 않은가.
주택에 길게 늘어진 빨랫줄에는 8식구 빨래가 얼었다 녹으면서 마르곤 했지. 아직 아파트에 살아계신 어머니의 베란다에 빨랫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도 더 이상 흑 역사는 아니다. 한 두 가지 손 빨래한 속 옷가지가 종종 널려 있다.
시인의 어머니가 틀어놓은 연속극 한 장면에 공감하여 올해로 98세가 되신 어머니를 만나 올 때까지 손을 잡고 있었다. "그 때는 왜그리도 추었던고" 하시는 어머니의 산 음성도 아득하기만 했다.
첫댓글 더 이상 손 시리지 않아 따갑고 쓰리지 않아 감사하다는 말씀에 과하게 편하고 편리해진 요즘의 삶을 돌아봅니다. 그땐 그랬니라~~~라는 말씀이 들리는듯해요. 사진과 언술도 너무 좋았었던 작품이었어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
사진이 보기 드물게 귀해요.
숨쉬면 코가 쩍쩍 달라붙고
흘린 물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던 날들을 우리는 겪었어요
시리다 해야 할까
가슴 따뜻하다 해야 할까
그시절의 아름다웠던
우리의 엄마 어머니의
이야기임 분명했던 지난날
시를 통해 읽습니다
선생님의 쪽수필로 그리움
밀려오는 이야기도 잘읽었습니다
극대비되는 현실 속에서 감사를 모른다는 건 안타까워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가 언제부터 이랬는가 한번쯤 되돌아보면서
귀중한 것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의 손으로 마음으로 꼭꼭 집어주시니 그 시절 어머니들의 시린 역사가
더욱 선명하게 전해집니다.
어머니께서 사시는 동안 몸도 마음도 강녕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조건없이 비판없이 사랑만 하자고 듭니다
한겨울 얼어붙은 찬물로
빨래를 하시던 어머니!
당신의 손은 시리지 않은 줄 알았습니다.
그것이 극한의 인내와
사랑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디카시와 쪽수필를 통해 다시
철없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 봅니다.
불과 몇십년 전 일인데
잊은 듯 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