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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이여진 제2시집 [별의 연가] 로맨티시즘 부활시키는 戀歌의 詩人 ――연가를 통한 삶의 참다운 의미 추구 홍윤기 한국외대 [한국시]담당교수 일본센슈대 대학원 문학박사 인간의 삶이란 과연 무엇으로서 값지게 상징시킬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이여진 시인은 그만의 독보?Ю? 포이츄리(poetry, 詩作業)에서 오로지 연가(戀歌)를 쓰므로서 스스로 삶의 참다운 의미를 성실하게 추구하고 있다. 더구나 시는 ‘노래’이기에 그 노래를 통한 인생의 진실을 창출하느라 진력하고 있다. 필자는 시의 생명력은 릴리시즘(lyricism)인 서정(抒情)을 모체로하는 노래(song)가 그 바탕이라고 단정한다. 서정시(lyric)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늘의 시가 <노래>가 아닌 <이야기>로 자꾸만 전락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 나는 서정을 노래할줄 알고 있는 이여진 시인을 이 시집 [별의 연가]에서 만난 것이 매우 반갑다. 참으로 우리가 소망했던 참다운 릴리시즘에 목말랐던 시단에 그의 시세계는 단비를 흠뻑 적셔주고 있다. 그러기에 그 독특한 한국 서정시가 세련미를 거듭하는 가운데 새로운 생명력을 고양시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고 있다. 두말할 나위없이 시를 창작하려는 근본적인 목적은 참다운 시어 구사를 통한 진선미(眞善美)의 결정(結晶) 형성이다. 여기서 연가를 부활시키고 있는 이여진의 대표시 [별의 연가]를 함께 음미해보자.
에리사! 내게 무슨 할말이 남았겠읍니까 하늘이 달과 별을 잃고 그 센 해풍이 구름을 몰고 가던 밤 빛나던 당신의 눈빛을 참말 기억할수 없습니다. 시작과 종말을 한꺼번에 안겨준 지하 계단은 마흔은 되지 못한체 마지막 한층은 허물어져 있읍디다. 에리사! 당신과 나 사이의 가슴 에이도록 벅차던 예쁘고 고운 사랑이 우리의 기억 속에 지워 지드레도 난 울지 않겠읍니다. 낙엽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 늦가을 어느 오후 쓸쓸한 공원의 벤취에서 당신의 이름을 피가 나도록 가슴에 세긴 체로 무정한 당신을 기다려 보렵니다. 그러다 첫눈이라도 내려 나를 덮씌워 오면 갈 길을 잃어버린 보헤미안처럼 상상의 나래 속에 당신을 그리며 행복한 꿈속으로 젖어 들겠읍니다. 에리사! 오늘도 어려운 당신의 초상을 얻지 못한 체로 내 좁은 가슴에 조여 오는 타는 그리움은 여윈 뺨 위에 눈물로 흐릅니다. 이 연가를 감상하며 대뜸 떠오르는 것은 유럽의 로맨티시즘 낭만시를 꽃피운 영국 계관시인 바일론(G.G.Byron, 1788~1824)이다. 그는 첫사랑의 소녀 ‘메리’를 여러 시편에서 불렀다. 동시에 독일 최고시인 하이네(C.J.H.Heine, 1797~1856)의 뜨거운 연정의 시편들에 등장한 것은 ‘아말리에’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로맨티시즘 연가의 시인 김소월의 빛나는 발자취 속의 연인은 ‘님’일 따름이다. 이여진이 등장시킨 상징적 연인은 ‘에리사’이다. 이여진은 [별의 연가]에서 섬세한 시어 구사로 짙은 낭만적 서정성을 밀도 있게 효과적으로 살려내고 있다. 그는 연가에서 관념어인 ‘사랑’이며 ‘행복’을 시종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기교적인 이미지로 전환시키는 뛰어난 메타포(은유)를 구사하고 있다. 전체적인 구성은 산문체이나 세련된 솜씨로 역동적 율동의 리듬감을 살려내는 기교파의 수법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기서 또 한편의 연가 [초연](初戀)을 음미해 보자. 아직 박꽃은 이슬을 먹음은체 열매 맺을 기쁨의 보람으로 떨고 있습니다. 눈이 부신 햇빛의 옹골진 바램은 아-사랑하는 사람 길게 늘어뜨린 흑색 머리칼의 가시내 마음 마냥 하늘은 높고 꿈은 익어 갑니다. 비워져 가는 가을 들판에 황량한 마음 허무를 느껴도 어쩜 뜨겁게 타오르는 내 좁은 가슴 모든 것 팽개쳐 버리고 벌거벗은 몸으로 들을 내달아 하늘을 우럴으면 그래도 박꽃은 수줍은 마음 창백한 모습으로 이슬을 먹음은체 저토록 떨고 있음은 초연의 몸짓입니다. 이 연가에서도 이여진의 로맨티시즘은 티없이 깔끔하고 물씬한 정감 넘치는 분위기 속에 “아직 박꽃은 이슬을 먹음은체/열매 맺을 기쁨의 보람으로/떨고 있습니다//눈이 부신 햇빛의 옹골진 바램은/아-사랑하는 사람”(1~2연)이라는 오프닝 메시지의 설래는 첫사랑의 감동이 시작되면서 깨끗한 청춘의 순정은 눈부신 사랑의 열매를 맺는다. [초연](初戀)은 시의 바탕인 서정적이며 낭만적이고 상징적이라는 경향을 기본으로 갖춰야한다는 것을 입증시키는 전형적인 작품이다. 내가 오랜 세월을 두고 한국시단에서 항상 역설하고 있는 것이 릴리시즘을 기본으로하는 심볼리즘이다. “모든 것 팽개쳐 버리고/벌거벗은 몸으로/들을 내달아/하늘을 우럴으면//그래도 박꽃은/수줍은 마음 창백한 모습으로/이슬을 먹음은체/저토록 떨고 있음은/초연의 몸짓입니다”(5~6연)라는 이 소박하고 순수한 사랑으로 무성한 기쁨의 서정미 넘치는 이여진의 감각적 시어들이 참으로 순결한 첫사랑의 선언을 조화롭게 꽃피우고 있다. 오늘의 시 작품들이 자꾸만 이야기화(化) 되면서 시 본래의 릴리컬한 <노래>가 망각되는데 대한 이여진의 경종의 한 표본시는 다음의 [메아리]라 하여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다. 분홍 꽃 진달래 축제 속으로 살며시 파고드는 봄산 메아리 수줍은 꽃잎들 부산함 속에 첫 가슴 흔드는 봄 산 메아리 “봄 산 메아리”를 동어반복하는 레토릭(修辭法)을 깔끔하게 구사하면서 기승전결로 구성된 참다운 사랑의 희열이 독자에게 호소력있는 시의 감동을 자아내게 한다. 무릇 현대시의 생명력은 이미지(image)의 발랄한 전개 과정에서 눈부시게 꽃핀다. 그러나 한국 시단의 오늘은 어떤가.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지]가 아닌 [스토리](story) 제시를 마치 시인양 착각하고 [시]가 아닌 [이야기]를 [시]대신에 시 행간에다 무질서하게 나열하고 있는게 작금의 현상이다. 사랑의 정(情)과 한(恨)을 통해 민족의 발자취를 일관된 낭만시로서 노래했던 김소월 이래 우리 시단에는 그동안 많은 연가들이 등장해 왔다. 이제 여기서 오늘 우리는 주목할만한 새로운 연가의 시인 이여진을 만났다. “분홍 꽃 진달래/축제 속으로//살며시 파고드는/봄산 메아리//수줍은 꽃잎들/부산함 속에//첫 가슴 흔드는/봄 산 메아리”라는 이여진의 [메아리]야말로 들녘을 뻐근한 강물줄기로 흐르듯 릴리시즘의 세련된 이미지의 노래가 한국시단으로 신선하게 그 물결을 출렁이고 있다. 서정적인 산듯한 분위기 속에 한국현대 서정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는 [메아리]는 근래 보기드문 수작(秀作)이다. [메아리]라는 소재(素材) 자체를 새로운 시각에서 메타포(은유)하는 표현미가 매우 참신한데 공감한다. 오늘의 많은 시의 소재가 진부하고 또한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진 틀에 박힌 유형적인 묘사에 치우치고 있다. 그러기에 독창성이며 참신성이 결여되고 있는 시를 대할 때 우리 시인들이 좀 더 자성하면서 [메아리]와 같이 새로운 시세계 구축을 위한 진취적인 작업이 요망된다고 아울러 지적해본다. 새롭고 뛰어난 메타포의 구사와 더불어 한국시단의 주목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여진 시인은 어떻게 시를 쓰고 있는가. 이제 그의 [詩를 씁니다]를 통해 시인의 진지한 자세를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해지는 강변의 갈밭에 앉아 조용히 낚시를 드리운 체로 나만의 시를 씁니다 바람과 구름과 비의 시를 어느 핸가 겨울 밤 홀로 누운 갓방의 문풍지를 울리든 바람의 시를 젊음을 불태우며 산위에 올라 끝없이 흘러 가든 구름을 보며 마음도 함께 실어 띄워 보네던 늦가을 둑 위의 시든 들국화 위에 한없이 쏟아지든 가을의 시를 연륜 만큼 가슴에 쌓여 한으로만 넘쳐 나는 벅찬 슬픔은 한줄 외로운 시를 씁니다. 이여진은 “해지는 강변의 갈밭에 앉아 조용히 낚시를 드리운 체로/나만의 시를 씁니다”(제1연)라고 그의 시의 콘텐츠(contents)를 제시했다. 즉 그것은 ‘바람과 구름과 비의 시’라고 하는 서정적 로맨티스트다운 고백이다. 바람과 구름과 비라고 하는 위대한 자연을 바탕으로 그 내부에 여과되는 참다운 시로서 자연의 은혜를 입는 수확의 가을과 조락의 나뭇잎 떨어져 뒹구는 낙엽속의 가을의 시를 쓰며 사랑과 작별의 외로운 시를 쓴다는 진지한 인생파 낭만주의 시인의 전형시로서 [詩를 씁니다]라는 흐뭇한 감동을 독자에게 안겨준다. 여기서 우리는 삶의 진실을 추구하는 이여진의 서정(抒情)과 로맨티시즘의 미학(美學)과 마주치게 된다. 섬세한 시어 구사로 짙은 낭만적 서정성을 밀도 있게 효과적으로 살려내고 있는 그의 시세계는 관념어를 구사하면서도 역동적 율동의 리듬감을 살려내고 있다. 다음의 [북항(北港)에서]가 그 전형적인 작품이다. 북항은 그대로다. 아직 옛 파도 갯바위를 감돌고 한결 해풍에도 수줍은 물새는 피곤한 어깨를 내리고 <P style="FONT-SIZE: 10pt; MARGIN: 0px; COLOR: #000000; TEXT-INDENT: 0px; LINE-HEIGHT: 160%; FONT-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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