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아무도 손대지 않은 아침을 너에게 줄게 ●지은이_김고니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1. 10. 25 ●전체페이지_144쪽 ●ISBN 979-11-91914-06-1 03810/국판변형(127×206)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2,000원
푸르게 멍든 바다를 만지는 하얀 물결 같은 시편들!
김고니 시인의 신작시집 『아무도 손대지 않은 아침을 너에게 줄게』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김고니 시인의 시편들은 언어를 통한 감각적 쾌감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서정적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시인이 지나는 마음이 지나는 길과 시선이 닿는 세계는 이 시집의 표제작 “아무도 손대지 않은 아침”처럼 비단처럼 곱고 청아한 자태로 빛난다.
참새가 하늘에 앉아 있다
바람에 휘청거리며 날개를 쉬고 있다
선은 새를 위해
잠시 휘어진다
푸른 하늘에
검은 선
그리고 참새
노래하는 부리는 허공을 쪼아 먹다가
선을 두고 가버린다
팽팽하게 돌아온 하늘이
둘로 나뉘어졌다
새가 날아간다
따라가지 못하는 선,
―「참새와 하늘 그리고 선」 전문
김고니 시인은 천수천안의 감각을 지닌 시인이다. 시 편편마다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시적 의장은 절묘하다. “선은 새를 위해/잠시 휘어진다”는 시적 상상력은 김고니 시인의 특장이다. “노래하는 부리는/허공을 쪼아 먹다가/선을 두고 가버린다”는 역발상, 새가 날아가도 선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감각이 남다르다.
시는 시인을 투영한다. “푸르게 멍든 바다를 만지는 하얀 물결/천천히 수평선을 따라 걷는 햇살”(「바다가 된 사람을 만났습니다」)과 “건반 위를 조심스럽게 건너는 손가락처럼/횡단보도를 지나간다”(「딸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바위 아래 숨은 가재의 수염을 만”(「그리움」)져본 다. 이처럼 그의 시편들은 아름다운 심상 그대로 맑고 밝으면서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모자를 벗어놓고 절을 하다 보니
모자에게 절을 하는 건지
부처님께 절을 하는 건지 헷갈린다
머리에 이고 다니는 건 모두 부처님이다
늘 내려다보는 하늘도 부처님
탯줄을 잘라내듯 잘라내야 귀의할 수 있는
생의 검은 흔적, 머리카락도 부처님이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고
어디로 가는지도 분명치 않은,
머리카락 스치는 바람도 부처님
내려놓을 수 없는 형벌 관세음보살의 마음으로
고요히 버티고 있는 서까래도 부처님이다
모자에 절을 하다 문득
나를 이고 다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해, 탈」 전문
고전적이고 의고적인 불교 제재를 김고니 시인은 현대적 언어와 감각으로 승화시킨다. “모자를 벗어놓고 절을” 하면서 “모자에게 절을 하는 건지/부처님께 절을 하는 건지 헷갈”리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시인은 이런 상황을 더 진전시켜 “머리에 이고 다니는 건 모두 부처님이”라고 단정한다. “머리에 이”는, 머리 위에 있는 모든 것, 모든 존재가 부처님인 것이다. 이를테면 하늘도, 머리카락도, “머리카락 스치는 바람도”, “서까래도 부처님”인 것이다. 어디에나 부처가 있다는 처처부처다. 이런 단정은 일반적 상식으로 맞지 않지만 번득이는 상상력을 통해 시적으로 견인한다.
김고니 시인은 이 밖에 많은 시편에서 불교 제재를 옛날의 언어가 아닌 현대적 언어로 변용하고 전이시킨다. 욕망으로 치닫는 현대를 지옥도로 비유하여 표현하기도 하고, 주어진 시간을 사랑하지 않고 헛되게 보내는 인간을 안타까워한다. 선재길을 걸으며 “비손을 하고”, 산길을 내려가다 “툭, 부러지는 산길”을 만나기도 한다. 이처럼 김고니 시인의 시적 세계는 발견과 상상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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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시인의 말·04
제1부
속수무책·13
사랑하다 지칠 때·14
첫눈처럼·16
아무도 손대지 않은 아침을 너에게 줄게·18
비가·19
그리움·20
부서지는 것들은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21
거울을 보다가·22
바다가 된 사람을 만났습니다·24
첫날밤·26
끝이 없는,·28
별별 사랑·30
참새와 하늘 그리고 선·32
마당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34
계승·36
택배가 왔다·38
제2부
해, 탈·43
어리석은 행자·44
딸의 뒷모습을 보았다·46
날개·47
지옥에서 만난·48
사바하·50
불 때는 남자·52
세상의 모든 빛을 너와 함께 하고 싶다·54
월하정인(月下情人)·55
건너편 아파트에 그리움이 살고 있다·56
면벽·57
거기 붉은 산이 누워 있었다·58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60
장화 신은 고양이와 나·62
마흔넷·64
유리꽃·66
제3부
감자도 핏줄이 있다·71
어디에도 없는·72
4월을 달리다·74
캐모마일 차를 마신다·75
시간이 지나·76
박쥐·78
나는 마녀였다·80
도서관 옆 헬스클럽·82
나의 하늘·84
근의 공식을 잊은 사람들·86
기일·88
남자가 울 때·90
숙려기간·92
수도꼭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나를 보았다·93
날개는 서른보다 아프다·94
작은방·95
제4부
너에게 문이 있어·99
바른길을 가라·100
고해 2·102
아들의 방엔 상자가 있다·104
숨질 4·106
고양이 신부·109
칼국수와 호두과자·110
못된 가을·112
선재길을 걷다·114
연탄재 수거함·116
실, 연·118
물이 되어 흐르는·120
착각·122
겨울 잠자리의 불꽃·124
바람의 길목을 만들다·126
해설│공광규·127
■ 시집 속의 시 한 편
콩나물국을 끓이다가
앞치마에 눈물을 닦던 어머니의 아침
고된 일상을 술로 씻다가 잠든
아버지를 깨우는 또 다른 하루
새벽녘 책상에 엎드려 잠들었던
가방이 무거운 수험생의 정거장
퉁퉁 부운 눈 위에 화장을 한
아무렇지도 않은 구두 발자국
모두 잠든 새벽
새를 데리고 와 지붕 위에 풀어놓은 아침,
밤을 샌 고양이의 허리를 두드리는 햇살
어제와 하나도 닮지 않은,
아무도 손대지 않은 아침을
너에게 주고 싶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아침을 너에게 줄게」 전문
■ 시인의 말
슬픔을 덮고 잠들면
어둠이 온몸을 돌아
검은 아침을 만들었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아
그 속에 오래
누워 있었다
오래된 어둠은 동굴을 만들고
아침은 문밖에서 서성거리고
빛이 문을 두드리다 지친 새처럼
날개를 잃어버렸을 때
못난이 인형처럼 웃으며
괜찮다고 말해주던 너
아무도 손대지 않은 아침을
너에게 주고 싶다
2021년 가을
김고니
■ 표4(약평)
김고니 시인은 천수천안의 감각을 가진 시인이다. 시의 곳곳에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절묘한 표현들을 기획하고 배치한다. 표제작 「아무도 손대지 않은 아침을 너에게 줄게」에서 시인은 아침 풍경을, 맑고 밝고 깨끗한 사물과 사건을 감각으로 형상한다. 그의 시에 진입해 몰입하다 보면 시인이 짜놓은 촘촘한 언어와 서정의 그물에 걸려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거기다 감각적 비유와 상징이 금상첨화를 이룬다. 또한 불교 제재를 옛날의 언어가 아닌 현대적 언어로 개발하고 개선한다. 욕망으로 치닫는 현대를 지옥도로 비유하기도 하고, 주어진 시간을 사랑하지 않고 헛되게 보내는 인간을 안타까워한다. 선재길을 걸으며 “비손을 하고”, 산길을 내려가다 “툭, 부러지는 산길”을 만나기도 한다. 잘 읽히는, 그러면서도 긴장을 갖게 하는 시적 진술로 독자를 매료시키는 김고니 시인의 시집이 갖는 의미가 크다.
_공광규(시인)
김고니 시인의 시는 청신하다. 깨끗하게 씻겨 맑고 투명하다. 그의 시편들은 정신이 머문 집을 깨끗이 비우고 씻어낸 결과물이다. 요란한 수사나 관념의 때를 말끔히 씻어내 청정하고 무구하다. 그의 마음이 지나는 길과 시선이 닿는 경물들은 비단처럼 곱고 청아한 자태로 빛난다. 시집의 표제처럼 “아무도 손대지 않은 아침”이다. 이러한 미적 감수성은 무엇보다 언어를 잘 조탁하고 정신을 정련해 불순물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감정은 거듭 다듬어져 순수한 상태로 나아가고, 언어는 그 마음의 흐름처럼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그 움직임 속에서 그의 시는 표현의 섬세함과 감정의 농후함을 연출한다. 섬농(纖穠), 섬세함과 농후함, 말 그대로 가는 무늬 비단처럼 섬세하며 무성한 꽃나무처럼 생기 넘치는 농후한 시적 감흥이 매혹적이다.
_김홍진(시인·한남대학교 교수)
■ 김고니
서울에서 태어나 2016년 『월간시』로 등단하였다. 시집 『달의 발자국』, 『냉장고를 먹는 기린』, 『팔랑』, 동시집 『완이의 잠꼬대』가 있다.
첫댓글 김고니 시인의 신작시집 『아무도 손대지 않은 아침을 너에게 줄게』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고니 시인의 신작 시집 출간을 축하합니다
감정을 떨림을 순간순간 포착하여 빛나는 시 많이 쓰고 문운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