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빗방울 수채화 ●지은이_신승희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2. 3. 15
●전체페이지_136쪽 ●ISBN 979-11-91914-16-0 03810/신국판변형(127×206)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2,000원
따뜻한 삶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정원 같은 시
신승희 시인의 첫 시집 『빗방울 수채화』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그의 시편들은 따듯한 삶의 풍경이 오롯이 담긴 시의 정원이다. 시로 가꾸는 정원에는 꽃도 있고, 나비도 있고, 삶의 그늘진 고뇌와 상처, 사랑도 담겨 있다. 따라서 그는 시의 정원에서 이웃과 더불어 일상의 삶을 진솔하게 그리고 시대적 상황을 맑고 아름답게 풀어놓으면서 꿈과 희망을 노래한다.
장롱 구석에 넣어 두었던 청바지를 입다가
발가락이 해진 곳을 뚫고 나왔다
야속한 세월이
청바지의 나이를 알아챈 모양이다
실핏줄처럼 남겨진 몇 가닥 실오라기
넓적다리의 민낯을 드러낸다
오랜 시간
내 몸의 분신처럼 붙어 있다
어둡게 웅크려 있던 지난 시간,
살을 맞댄 관계에 대해
까마득한 거리를 둔다
뽀얗게 쌓여 있던 먼지를 털고
묵은 냄새를 바람에 날려도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
찢어진 청바지와 영원한 이별을 고하려다가
한쪽을 마저 뜯어 구멍을 냈다
내일은 속살이 훤히 비치는 바지를 입고
구멍 난 옛 시간을 만나러 가야겠다
―「찢어진 청바지」 전문
시는 대화다. 그 대화가 깊으면 깊을수록 아름답고 따뜻하게 보인다. 찢어진 청바지는 시인의 삶과 깊은 동행을 했기 때문에 버릴 수 없다. 그래서 찢어진 청바지를 다시 한 번 더 찢어 입으며 지난 삶의 내력을 다시 돌아본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지난 시간들이 내 속살의 민낯보다 더 밝은 삶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기에 시인의 마음 또한 새로운 삶의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고 본다. 그 새로운 삶의 표정을 구멍 난 청바지가 되찾아준 시다.
빨래를 개다
눈에 들어온 그이의 팬티
늘어진 고무줄이 밖으로 빠져나와 있다
잡아당겨도
튕겨질 듯한 긴장감이,
뚝
끊기고
팽팽한 얽매임을 가슴뼈까지 묶고
걸어온 삶의 무게가 보인다
질긴 듯
끊어질 듯
소리 없이 삭아가고 있는 고무줄
―「고무줄」 전문
남편의 속옷을 개다가 지난 삶의 시간처럼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며 아무리 잡아당겨도 끊어지지 않을 것 같던 삶의 시간이 흘러 이제는 가슴 허리 하나도 부여잡지 못하는 헐렁한 모습으로 변해 있다.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다. 젊은 시절을 함께한 과거가 속옷의 고무줄처럼 삭아 있어도 이미 더는 삭지 않는 삶의 믿음이 그 고무줄을 대신하여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슴뼈까지 묶”을 수 있는 삶의 믿음이 무형의 재산인 믿음을 깊이 뿌리내리게 했다.
신승희 시인의 마음은 주변의 삶에 늘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 폭설로 차단된 마음을 천국과 지옥의 거리로 환산하여 바라보고 있고, 따사로운 햇살이 암탉의 졸음까지도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또한 삶의 시간을 통해 바라본 통찰의 깊이가 깊다. 아픔도, 고통도, 외로움도 한 발 더 걸을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는 이 시집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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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시인의 말·04
제1부 빗방울 수채화
와글와글 꽃밭·13
겨울 강·14
봄의 소야곡(小夜曲)·15
낙화(落花)·16
박쥐·17
빗방울 수채화·18
탈피·20
만조(滿潮)·21
조화(造花)·22
감기·23
찢어진 청바지·24
폭설·26
홍시·27
자장가·28
도화동 구멍가게·30
노란 고기·31
틀니·32
풋내·33
제2부 가스통을 안은 남자
내시경 검사·37
노을·38
봄동·39
알밥·40
아이러니·41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42
폭염·44
떫은 감·45
겨울 속으로·46
크림 스파게티·47
아주 소소한 행복·48
허리띠·50
비상(飛上)·51
깜박임에 대하여·52
가스통을 안은 남자·54
소심한 배려·55
발정난 봄·56
씹히다·58
제3부 고무줄
개망초·63
잠깐의 이별·64
겨울비·66
귀로·67
어떤 인수인계·68
고무줄·69
수련의 질투·70
첫눈·72
겉절이·73
신선한 노동·74
참새 나무·76
어떤 님·78
조화(弔花)들의 퇴역식·80
졸혼·82
불면(不眠)·84
흑색 소음·85
심야 무비(Movie)·86
초승달·89
제4부 화상 입은 시집
지나가는 비·93
낙엽 손님·94
퇴근길·95
화상 입은 시집·96
두 시와 세 시 사이·98
씨앗·99
겨울나무가 옷을 벗는 이유에 대하여·100
고양이의 시·102
여왕의 휴가·104
카페라테·106
우수(雨水)·107
박하꽃·108
늙은 호박·110
엉겅퀴꽃·111
속닥이네 집은·112
텃새, 텃세·113
해설│임영석·115
■ 시집 속의 시 한 편
노오란 우산 속
갈색의 긴 머리 여자
내리는 빗속을 거닐다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작은 카페 창가에 앉아
빗방울이 그리는 그림을 본다
한줄기 빗방울 꽃잎을 그리고
또 한줄기 빗방울 바람을 그린다
갈색 머리 여자
어느새 가느다란 검지를 뻗어
빗방울 꽃잎 위에 예쁜 햇살 그려넣고
바람이 지난 자리
아름다운 교향곡의 음표를 그린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커피에서
뽀얀 안개를 뿌리고
그윽한 향기는 꽃향기로 퍼진다
비 내리는 오후
작은 카페는 빗방울 수채화 전시 중
―「빗방울 수채화」 전문
■ 시인의 말
강원도 사시는 모 시인님의 시집이 문 앞에 와 있다
무수히 쏟아내는 영혼의 언어들이
청사초롱의 영롱한 불빛처럼 일렁인다
달콤한 밀어들이
달근달근 들어 있는 시집
꽃같이 예쁜 표지를 입고
꿈의 날개를 펼친 시의 집을 난 언제쯤
나를 알고 있는 아니,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시집을 보낼까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아 두었던 시의 날개를 달아 시집을 보내려고
내 안에서 잠자고 있던 글들을 깨웠다.
이제 그만 일어나서 세상과 마주해 보고자
아주 조심스럽게 세상에 얼굴을 내미는 시들이
누군가의 가슴에 한줄기 빛이 되고 희망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족한 글에 해설을 써주신 임영석 선생님,
언제나 묵묵히 지켜봐 주고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준 가족들,
힘들어할 때마다 용기와 격려를 보내준 영원한 벗들과 그리고 문우님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2022년 2월
신승희
■ 표4(약평)
신승희 시인의 시는 꽃의 향기를 찾아 날아가는 나비의 마음 같다. 그 마음이 빗방울로 스며들고, 할머니의 틀니처럼 보이고, 찢어진 청바지 속에 감추어져 있다. 본성이 아름답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신승희 시인의 마음은 주변의 삶에 늘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 「폭설」이라는 시에서는 폭설로 차단된 마음을 천국과 지옥의 거리로 환산하여 바라보고 있고, 「도화동 구멍가게」에서는 따사로운 햇살이 암탉의 졸음까지도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또한 삶의 시간을 통해 바라본 통찰의 깊이가 깊다. 아픔도, 고통도, 외로움도 한 발 더 걸을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여 이 시집이 탄생되었으리라 본다. 그리고 다시 때가 되면 또 다른 시집을 위해 더 큰마음의 짐을 져야 할 것이다. 더 크고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 하기에 이번 시집을 통해 충분히 용기 있는 힘을 비축하기를 바란다._임영석(시인)
신승희 시인의 시는 맑고 투명하다. 대상을 응시하는 시선도 그러하거니와 거기서 나오는 감각 또한 이와 정비례의 관계에 놓여 있다. 그러니 신승희 시인의 서정시들은 독자의 정신을 깨끗한 세계로 인도한다. 그럼에도 신승희 시인의 시들은 예찬의 정서에 한정되지 않는데, 이는 낭만적 그리움의 세계와는 분명 구분된다. 그가 묘파한 자연의 투명성은 일상과 어울리면서 삶의 진실성을 호소한다. 이런 자연관은 목월의 자연 묘사 방식에 닿아 있는 것이지만, 이 자연이 창조된 것이 아니라 미메시스라는 의장을 벗어나지 않음으로서 목월의 자연을 뛰어넘는다. 구체적인 자연의 모습에 참된 진실이 있고, 이를 수용한 자아는 일상의 혼탁한 현실 속에 그 진실을 용해시켜 깨끗한 자아로 거듭 태어난다. 팽팽한 긴장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화학적 반응이 시의 감동을 한껏 고양시킴으로써 시인의 시들은 서정의 진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_송기한(문학평론가·대전대학교 교수)
■ 신승희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2014년 『문학의봄』으로 등단하였다. 2014년 시조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첫댓글 신승희 시인의 첫 시집 『빗방울 수채화』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 드립니다~~^^
신승희 시인님,
첫 시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큰 축하와
박수드립니다.
건필하시고요.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봄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