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산사와 어우러진 설산의 비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설악산 신흥사 템플스테이를 다녀오기로 했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해 질 무렵과 이른 아침, 적막함이 내려앉은 산사의 풍경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뿐만 아니라 설악동에 위치한 신흥사는 웅장한 설악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후 2시경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평일인데도 빈자리 없이 차들이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다. 붐비는 차들 사이를 오가며 안내를 하는 주차요원에게 템플스테이를 하러 왔다고 하니 주차장과 산문을 그대로 지나 일주문 앞까지 무사통과됐다.
일주문 현판에 설악산 신흥사 이름이 커다랗게 새겨져 있다.
템플스테이 숙소인 '설선당'은 깔끔한 한옥 건물로 일주문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다. 도착 후 사찰 예절과 명상법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사찰을 둘러보러 나섰다. 템플스테이 담당 스님은 빙판길에 발밑을 조심하라는 '조고각하'와 돌덩이처럼 무거운 눈 뭉치가 떨어지는 처마 끝으로 다니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셨다.
설악산 신흥사의 템플스테이 숙소인 설선당 전경.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웅장하고 경이로운 설악산에 압도당해 버렸다. 눈 덮인 산사와 어우러진 설산의 비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했다. 산사의 매서운 겨울바람도 잊은 채 한참 동안 서성이며 설악산의 겨울 정취를 만끽하고 극락보전이 있는 본 절로 발길을 옮겼다.
설악산 신흥사는 신라 진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원래는 '향성사'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설악동 입구에 세워졌는데 몇 차례의 화재로 사라지고, 조선 인조 때 지금의 자리에 중건하여 '신흥사'라고 명명했다. 설악동 입구에는 향성사 옛 터임을 알게 해주는 향성사지 삼층석탑이 남아 있다.
설악산 신흥사의 명물 중 하나인 통일대불은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조성되었다.
설악동 소공원에서 일주문을 통과해 경내로 들어오면 바로 오른쪽에 대형 청동불상인 통일대불이 자리 잡고 있다. 설악산 신흥사의 명물 중 하나로 1997년에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108톤의 청동으로 조성되었다. 불상의 미간에는 커다란 인조 큐빅이 박혀져 있는데 사위가 어두워지면 속세를 밝혀주는 광명처럼 하얗게 빛이 난다.
세심교에서 사람 얼굴을 닮은 울산바위가 보인다.
통일대불을 지나 전각으로 가기 위해서 마음을 씻는 다리 세심교를 건넌다. 다리 중간쯤 건넜을 때 고개를 들어보면 저 멀리 사람 얼굴을 닮은 울산바위가 보인다. 누워서 동해 바다를 보고 있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보는 사람과 장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천의 얼굴을 가진 바위다.
사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자마자 다시 한번 설악산의 압도적인 풍경에 빠져버린다.
고색창연한 사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나지막한 전각들 뒤로 높이 솟아 있는 설악산이 다시 한번 시선을 사로잡는다. 빼어난 산세와 눈 덮인 기암괴석의 암봉들이 빚어내는 비경 앞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시리도록 차가운 설악산의 풍광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넘어서 무서움마저 들게 한다.
고색창연한 사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나지막한 전각들 뒤로 높이 솟아 있는 설악산이 다시 한번 시선을 사로잡는다. 빼어난 산세와 눈 덮인 기암괴석의 암봉들이 빚어내는 비경 앞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시리도록 차가운 설악산의 풍광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넘어서 무서움마저 들게 한다.
극락보전으로 가는 통로인 보제루를 지날 때 누구든 고개를 숙여야만 한다.
설악산 신흥사는 그 명성이나 규모에 비해 둘러볼만한 전각은 몇 개 없다. 사천왕문 바로 앞에 있는 보제루와 본전인 극락보전, 명부전 등이 있다. 영조 46년에 세워진 보제루(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04호)는 원래 법회가 열리던 곳으로 사방이 개방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문으로 막혀 있다.
누각 아래는 기둥으로만 이루어져 극락보전으로 가는 통로가 되는데 낮은 기둥이 눈길을 끈다. 극락보전으로 가려면 누구라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설악산 신흥사의 중심 법당인 극락보전은 보배로운 전각이라는 뜻으로 조선 후기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목조건물이다.
설악산 신흥사의 중심 법당인 극락보전은 조선시대 후기의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목조 건물이다. 천왕문과 보제루, 극락보전이 일렬로 이어지는 가람배치에 팔작지붕이 하늘로 날아오를 듯 위로 치켜 올려져 있다.
그 자체로 멋진 작품이 되는 꽃살문에는 모란과 국화, 연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고 물고기와 새, 거북이, 나비 등이 조각되어 있어 숨은 그림 찾기 하듯 하나씩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기 시작하는 초저녁, 오가는 이 없는 고요하고 엄숙한 산사에 산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 소리만 더 크고 매섭게 분다. 어느덧 저녁 공양 시간이 되어 본절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이번 설악산 신흥사 템플스테이에서 기대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공양 시간!
사찰에서 먹는 밥과 반찬은 속세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별미 중에 별미다. 된장국과 나물 무침, 두부 등 어느 것 하나 입에 맞지 않는 것이 없다. 묵언 식사로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고 저녁 예불에 참가한 뒤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이 걷힌 새벽, 더 황홀한 설악산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스름한 푸른빛이 내려앉은 산사와 한 프레임에 담긴 설악산은 신비롭고 장엄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장관을 이루었다.
문득 위대한 자연 앞에 서 있는 보잘것없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프리드리히의 풍경화 속으로 걸어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역시 명불허전 설악산이다! 한 해의 끝에서 이렇게나 감동적인 풍경을 선물받고 보니 새해는 뭐든 잘 될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사진작품 / 푸른사과
첫댓글
아침 풍경은
어디서나
아름다운 것
조용히
임하셨을
이 사진찍으신 분의
모습이
선합니다..
올해는
저도
산사 부근에서
하룻밤 묵고
아침 산책길을 나서는
소망 하나를 준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