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부부 시계 ●지은이_김종관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2. 8. 3
●전체페이지_128쪽 ●ISBN 979-11-91914-23-8 03810/신국판변형(127×206)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2,000원
자연 그대로의 성찰로 삶의 희망을 노래하다
김종관 시인의 첫 시집 『부부 시계』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2018년 『시에』로 등단하고 펴낸 이번 시집에선 삶과 자연에 대한 성찰과 일상에서 끌어올리는 의지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새벽바람이 목포행 첫차에 올라타 하품을 한다 밤새 종이 봉지를 붙이던 가난처럼
밥 한술에 쉽게 뭉개지던 시절 풀칠을 한 봉지들은 쌀이 되어 돌아와도 형편은 여며지지 않았다 두레상의 빈자리는 뒤란 장독대에 쪼그려 앉아 사발에 출렁출렁 달을 말아 마셨다
큰 봉지 작은 봉지 그때 우린 무엇이든 담고 싶었다 얘들아, 잠이라도 실컷 담아라 어머니 잠은 달지 않아요 웃풍이 잠속으로 드나들어요
점방으로 달려간 봉지는 파래향이 묻은 부채과자와 붕어빵과 코 묻은 동전 몇 닢으로 배를 채웠지만 홀쭉한 봉지에 어머니는 무엇을 담고 있었을까
붕어빵 봉지가 따뜻하다 그때 어머니의 종이 봉지 속에서 우리는 쌀붕어처럼 입술을 달싹거렸다
―「쌀붕어」 전문
시 속에는 또 하나의 생명이 공존해서 삶과 죽음은 시인에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발에 밟힌 눈만 감으면 떠오른 얼굴, 시간과 장소와 공간을 통하여 김종관 시인은 ‘꼭 한 분’ 어머니의 영상을 절절하게 읊고 있다.
또한 “태초부터/부부는 맞지 않았다//남편은 아내 보고 맞추라 하고/아내는 남편에게 맞추라 한다//큰 바늘 작은 바늘이/똑딱똑딱 초침을 낳고 살다/늙은 시계가 된다”「부부 시계」는 것처럼 시인의 생활은 곧 시 작품과 함께 성장한다고 한다. 그래서 시 세계를 파고들면 영롱한 자기 마음의 구슬을 만지며 다툼을 잊어버리게 되어서 좋다는데 첫 시집의 진주를 아내의 하얀 목에 걸어주고 싶다고 고백한다.
봄비가 내리는 날//쌀을 씻어 압력솥에 붓고//가스 불에 올렸습니다//솥은 밑바닥이 뜨거워//떨리는 소리로 울기 시작했습니다//세상은 온통//압력을 가한 사람들뿐입니다//순한 보리쌀 같은 사람들은//그들의 밥입니다
―「압력밥솥」 전문
시인에게는 금강석 펜이 있다. 오관 작용에 의하여 직감의 조화에 의하여, 석벽도 철문도 역사도 밀고 뚫고 갈 수 있는 펜,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반항하기도 하고 투옥되기도 한다. 「시인의 산문」에서 말하듯 그는 시대의 반항이든, 사회의 반항이든, 사물의 반항이든, 인간과 인간의 반항이든 간에 시간성은 압력솥에서 부글부글 끓지만 결국은 따뜻한 밥이 되어간다. 이 공존은 인간 사회의 윤리적, 정신적, 형이상학적인 기존 질서에 대한 재현 재생을 의미한다. 시인은 반항의 원형 속에서 발버둥을 치며, 아름다운 미래의 형성을 꿈꾸며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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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시인의 말·05
제1부
봄 화살표·13
봄의 전원·14
외출에서 돌아온 나비·16
가을 엽서·18
구겨진 돌·19
감나무·20
글의 가을이 지다·21
돌에 눌린 꽃·22
나무의 길·23
여름 풍경·24
나무 목수·25
새가 물고 온 아침·26
무덤·28
네 손·29
밑줄·30
청혼의 방식·31
풀의 힘·32
제2부
수학길·37
전동차가 문제를 푼다·38
백미러·40
압력밥솥·42
여자 축구·43
미세먼지·44
선풍기·45
나의 청진기·46
떨어져 있는 시간·47
문이 열렸습니다·48
수세미·50
문어의 유전자·51
제네시스·52
햇살 빨랫줄·54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만났다·55
보이지 않는 다리·56
손자·58
혼기를 놓치다·60
제3부
실밥·63
부부 시계·64
아내·65
아내의 얼굴책·66
대나무 아내·67
주전자와 찻잔·68
컵 걸이·69
곰국·70
만성중이염·72
두 모습·73
퇴고·74
욕책·76
화해·77
기도빵·78
모이기를 힘쓰라·80
송구영신·82
통일 운동회·84
제4부
쌀붕어·87
물만두 입·88
가난·89
작대기·90
막신·92
아버지는 돼지였다·94
이혼·95
감기·96
피·98
송충이·99
알면서 속았다·100
비닐봉지·102
산 옷과 죽은 옷·103
둥근 길·104
끈의 공식·106
시의 맛·108
퇴직역·110
시인의 산문·111
■ 시집 속의 시 한 편
아담이 아내를 너무 사랑한 너머지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란 시를
인류 최초로 짓고
선악과 문제로 다퉜다
태초부터
부부는 맞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 보고 맞추라 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맞추라 한다
큰 바늘 작은 바늘이
똑딱똑딱 초침을 낳고 살다
늙은 시계가 된다
일 년에 한두 번 명절날이면
자녀들이 손님처럼 찾아와
건전지 밥을 넣어주고 간다
―「부부 시계」 전문
■ 시인의 말
이마는 플래카드
양쪽 귀는 나무
표어에 지나지 않은
내 시를 얼굴에 걸었다
다음에는 마음에 걸어야겠다
2022년 여름
김종관
■ 표4(약평)
김종관 시인의 시 전체를 분별해 보면 몇 가지 특성을 눈치챌 수 있다. 평이한 진술을 통한 쉽게 읽혀지는 시, 자연을 관조하며 얻어진 어휘의 선택, 전원적이고 우주적인 상상력, 끊임없는 삶의 성찰 등 다양한 대상에 대한 관조와 비유가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하지만 시인의 시에서 가장 지배적인 표현 방법은 자연과 조응하는 화자의 내면세계와의 교감이라 하겠다. 「봄의 전원」이라는 시의 발상은 곧 시인의 반짝이는 상상력과 내통한다. 겨우내 움츠렸던 식물들이 봄이 되면 파릇파릇 새순을 피우는 모습을 보며 시인은 능청스럽게도 ‘전원’이란 매개체를 동원해 “삽시간에 점화된 들판/초록의 피가 들끓”는다고 인식한다. 시인이 눈에 비치는 봄은 생성의 기운을 토해내는 ‘밝음’의 시작이다. 김종관 시인의 내면의 소리는 「퇴고」를 통해 낱낱이 고백된다. 「퇴고」는 글을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겪어야 할 자신과의 갈등을 주제로 다룬 작품이다. 시적 대상을 ‘호랑이’로 표현 하고 있는 그의 상상력에 독자들은 박수를 보내고 싶을 터다. 호랑이란 동물은 육식 동물 가운데 가장 용감하고 사나운 동물 아니던가. 시인 자신이 혈전을 펼쳐야 할 만큼 상대는 강인하다는 은유적 표현이 새삼 신선하다. 사납고 용맹한 호랑이가 시라 할 때, 시인이 넘어야 할 고비는 너무 많다. 특히 시적 표현이 눈에 띄는 이미지는 ‘예민한 호랑이’와 ‘지루한 호랑이’이다. 시인의 호기심은 발톱이 날카로운 호랑이를 사실상 겁내 하지 않는 재치를 보여준다. 혼자 즐기며 호랑이와 대적하는 여유를 부린다. 호랑이의 급소를 펜으로 찔러 놓고 “상처를 입은 것/호랑이일까 나일까” 하며 해학적 넋두리를 쏟아 놓기도 한다. “불을 켜서 생각을 읽어 보”는 그는 진정한 시인으로의 발돋움에 한 치 오차가 없다. 그러기에 그의 시가 네모 혹은 세모꼴로 찌그러져 있어도 앞으로 나갈 길은 밝기만 하다.
_이명진(문학평론가)
■ 김종관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서울신학대학교, 동 대학 교육대, Life University, 총회신학대학원, 성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2018년 『시에』로 등단하였다.
첫댓글 김종관 시인의 첫 시집 『부부 시계』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소중하고 귀한 첫 시집 출간 축하드립니다.
시집 출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