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 시집 『호수 위에 섬 하나』 발간
시집 『천년초』와 『살아있음이 행복이다』를 발간한 김숙(본명 김숙자) 시인이 세 번째 시집 『호수 위에 섬 하나』를 오늘의문학사에서 <오늘의문학 시인선 510>으로 발간하였습니다. 이 시집은 ‘시인의 말’ ‘1부 대청호 연가’ ‘2부 모두가 스쳐간다’ ‘3부 가을이 오는 소리’ ‘4부 고희를 맞으며’ ‘작품 해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김숙 시인은 ‘문학사랑’ 신인작품상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출발하였으며, ‘아동문예’ 신인상에 동시조가 당선되어 아동문학가로 활동하는 분입니다. 시집과 함께 동시집 『초록 길 따라 열차를 탄다』 『달 항아리』 『달팽이 우주여행』을 발간하였으며, 동시조집 『봄 꿈 꾸는 제비꽃』 『별 바구니』를 발간하였고, 현재 한밭아동문학가협회 회장으로 문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분입니다.
리헌석 문학평론가는 시집의 ‘해설’에서 다음과 같이 평설하고 있습니다.
#1 - 김숙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문학기행을 다니며 모아두었던 글을 고희古稀문집으로 발간합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연계된 작품은 시집의 절반이 넘습니다.
시의 제재가 기행(紀行)인 경우에는 크게 세 가지 양상으로 드러납니다. 하나는 기행하게 된 지역의 특성, 그 곳에서 만난 대표적인 유적 혹은 사물 등에 대한 객관적 서술, 그에 따른 시인의 느낌 등으로 구체화하는 경향입니다. 다른 하나는 같은 대상을 보고 들었지만, 시인 자신만의 생각과 정서로 새롭게 재구성하는 경향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동일한 체험을 하였으면서도, 표현의 멋과 맛을 살려 절묘하게 형상화하는 경향입니다.
#2 - 시인은 고향과 어머니에서 ‘정겨움’과 ‘그리움’이라는 교집합을 찾아 작품으로 빚습니다. 그의 고향 경상남도 창녕은 ‘어머니와 가족들의 사랑’으로 일체화되는 공간입니다. 최근 시인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신 어머니를 첫눈 오는 날에 찾습니다. <못다 한 말씀이 남아 있음인가/ 박꽃처럼 하얀 꽃이 피어납니다.>에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승화합니다.
어머니는 늘 여인의 길을 당부하였습니다. 시인은 그 말씀을 말없이 실천하며 살아온 세월을 반추합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서 멀리 가셨기 때문에 <당신의 빈자리>만 남아 있습니다. 어머니의 비유로써 그 꽃은 어딘가에서 피었다가 지고, 다시 필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첫눈 오는 날에 어머니는 ‘흰 백합’으로 피어 ‘무언의 말씀’으로 시인을 지켜보는 것으로 설정합니다.
#3 - 고희에 이르면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이 자꾸만 멀어짐을 실감하게 마련입니다. 시인 역시 친구의 부음을 전해 듣고 「별이 된 그대」를 묵상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사랑하며 살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을 시에 담아냅니다. 오늘 고운 별 하나가 떨어지듯, 우리들 모두 언젠가는 사라질 운명임을 수용합니다. <그냥 지나는 한낮의 소나기처럼> 잠시 이 세상에 왔다가 가는 것이 우리의 인연이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슬픔을 달래며,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 채 살아갑니다.
#4 - 그의 집은 대전 도심에 있지만, 부산으로 가는 경부선 기찻길 옆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는 기차소리가 점점 다가오는 소리, 그리고 점점 멀어지는 소리와 동거동락(同居同樂)하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시 창작의 고통을 극복하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감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는 마애삼존불의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야말로 번뇌가 쌓이는 일상처럼 눈발이 휘몰아쳐도 그냥 웃으며 살기를 소망합니다. 이런 시심으로 창작에 힘쓰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수많은 독자들과 간담상조(肝膽相照)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