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값을 하느라고
이제 삼일이 되니 몸과 마음이 다 지친다.
그래도 오늘은 집에 가는 도중에 들릴 수 있는 곳을 정해 놓아 조금은 위안이 된다.
어제 밤 묵었던 곳이 목포 갓바위 부근이라는데,
갓바위가 천연 기념물이라는데 뭔지 궁금해 찾아가 본다.
그야말로 바닷물에 의해 침식된 바위가 갓을 쓴 사람 같다하여 갓바위란다.
영광에 있는 불갑사는
백제 불교 문화의 시발점이기도 하다니 그야말로 천년 고찰이다.
역시 불갑사 가는 길은 산책하기 좋게 잘 가꾸어져 있으나 너무 덥다보니 다들 예까지 차로 이동들 한다.
제길, 아무것도 모르는 노친네들은 절에 볼일 있는 사람들만 차를 타고 가는 줄 알고 땡볕을 터덜터덜 걸었다.
보통 절은 그 입구가 사천왕문인데,
불갑사 첫째문이 안쪽에 금강문이라 써있고 저 뒤쪽에 천왕문이 있다.
어쨌거나
절의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
이곳 저곳 돌계단이 많아 불편하기는 한데
천년 고찰답게 규모와 세월의 흔적이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에게도 엄숙하게 다가 온다.
근데,
어찌 절의 규모에 비해 대웅전이 작다.
그래선가 대웅전 가는 표식이 왼편으로 하나 더 있다.
표식을 따라 가니 현판은 없으나 정작 불공을 드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한눈에도 천년 고찰 답게 옛스럽다.
물맛은 어떠할지 한바가지 들이켜보니 너무 더워선가 시원한 맛은 없다.
불갑사가 유명한건
상사화(꽃무릅) 때문이기도 한데,
아직 상사화가 피려면 한달은 족히 남았으니 다시 올 수도 없고...
올라 오는 길에
시간이 좀 남아 태안 신진도를 찿아간다.
태안 해상국립공원을 둘러보는 유람선을 탈 요량인데,
찾는이들이 없어선가 달랑 가장 짧은 A코스만 운행한단다.
내야 C코스까지 유람했었지만 처음 와 본 일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A코스라도 따라 나선다.
A코스라니 너무 짧다.
사자바위라지만 어디 조게 사자처럼 보이는가?
깊은 바다에서 안쪽으로 항해하다보면 진짜 사자 같더니만 실망이다.
신진도의 안흥 외항에서 안면도라면 거꾸로 내려가는 길이다.
그렇지만 아주 먼길은 아니라 좀 돌 생각을 하고 안면암을 보기 위해 안면도로 향한다.
안면암은 물이 차야 제격인데, 마침 바닷물이 밀물때가 다가 오니 안면암 풍광이 기대가 된다.
안면암 자체는 볼거리가 대단한게 아니다.
안면암 앞바다 섬가운데 물위에 뜨는 탑을 만들어 놓고,
그 탑을 오고가는 뜬다리를 만들어 놓아 사람들의 호기심을 더해 준다.
사실 모세의 기적이라는
간만의 차에 의해 길이 드러나는 곳이 어디 하나 둘이겠는가?
제부도며,
무창포며 진도며...
모두 그럴듯한 명칭을 붙여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데,
요기 안면암도 절과 기독교가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모세의 기적을 빗대어 사람 좀 끌어모아도 될듯 싶다.
아직 일몰 때가 아니고
구름층이 두터워 일몰 그림을 기대하진 않았으나
서편 하늘의 노을진 하늘은 그런대로 안면암의 운치를 더해 준다.
에고에고!
만조가 되어도 조 정도는 남아있으려나 했더니...
어느새 바닷길이 없어졌다.
이 사람들! 뜬다리를 만들려면 끝까지 만들던지,
조리 중간에 끊어지면 미쳐 못건너간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사진 찍는다고 딴짓하다가 결국 신발을 벗고 바닷물에 발을 적시고 말았다.
부랴부랴 서둘러 올라왔더니,
아니 저기 탑 앞의 두 사람은 뭐여?
이젠 길도 안보일락 하는데 사랑놀이도 너무 티나게 하는거 아닌가?
- 조 두 사람, 마지막에 뛰어 오는 꼴새를 보니 내 처럼 미쳐 예상하지 못했나 보다-
사진작품 / 빛으로 그린 이야기
첫댓글
다른이의 사진을 바라보는 일이
이리
좋을수가
설명 글이 있으니
한결 이해 폭이 넓네요
감사해요
늘 꺼진 게시판을 바라보는 일이
편치가 않았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