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법사 ‘타이번’(아래 ‘타이번’) :
“술을 깨게 한다라. 내가 아는 어느 마법사의 이야기가 생각나는군. 그 마법사는 술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도대체 마법 공부할 시간도, 정신 상태도 유지할 수 없었거든? 그래서 어느 날 작심하고 술을 딱 끊어버렸지. 그러고는 진심 전력으로 술 깨는 마법을 만들었어. 마법 이름도 근사하게 지었지. ‘큐어 드렁큰(Cure Drunken)’이라고. 이유(까닭 – 옮긴이 잉걸. 아래 ‘옮긴이’)가 뭔지 아나? 술을 마음껏 마시고는 그 큐어 드렁큰을 쓰고 마법 공부를 할 셈이었다고.”
- 초장이(양초 만드는 사람)의 아들인 ‘후치 네드발’(아래 ‘후치’) :
“똑똑하군요?”
- 타이번 :
“뭐? 똑똑해? 웃기는 소리. 그 큐어 드렁큰도 마법은 마법이란 말이야. 취한 상태에서는 캐스트(Cast. 여기서는 ‘생각해내다’는 뜻으로 쓰였다 – 옮긴이)할 수가 없어. 그래서 캐스트하려면 술이 깰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러니 무슨 소용이 있겠어?”
- 후치 :
“에? 아이고 맙소사 …… 그런 바보 같은!”
나(후치 – 옮긴이)는 낄낄 웃었다. 타이번도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기다란 백발을 쓸어넘겼다.
- 후치 :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그 마법사, 결국 공부를 못했어요?”
- 타이번 :
“아냐. 그 마법사는 자기 실수를 깨닫고는, 자기 제자를 불러들여서 그 마법을 가르쳐줬어. 제자는 (마법을 – 옮긴이) 잘 익혀뒀지. 그리고 그 마법사는 마음 놓고 술을 마시고는 제자에게 캐스트하게 했어. 어떻게 됐을 것 같애? 제자의 정신이 말똥말똥해진 거야. 처음부터 자기를 위해(그러니까 자기에게 거는 – 옮긴이) 마법이라 캐스터(Caster. ‘담당자’/‘주조자’라는 뜻. 여기서는 ‘마법을 건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 옮긴이) 대상 마법이거든?”
- 후치 :
“푸하하하!”
- 타이번 :
“그래서 화가 머리끝까지 나버린 마법사는 제자와 같이 며칠 밤을 새우며 연구에 들어갔지. 그 큐어 드렁큰을 ‘오브젝트(Object. 이 글에서는 [첫번째 주문과는 반대로 작용하는 주문]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 옮긴이)’ 용으로 바꾸기 위해서. 결론은 짐작하겠지?”
- 후치 :
“어라, 어떻게 됐죠?”
- 타이번 :
“간단하지. 술주정뱅이 스승과 며칠 밤을 같이 지내고 나자, 제자도 술주정뱅이가 된 거야.”
- 후치 :
“푸하하하, 으핫!”
- 이영도, 『 드래곤 라자(Dragon Raja)』, 107 ~ 109쪽
- 『 드래곤 라자(Dragon Raja) 1』 ('이영도' 지음, '(주)황금가지' 펴냄, 서기 1998년)에서
( 옮긴이의 말 : 오늘,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한국의 환상[판타지] 소설을 읽다가, 우연히 찾아낸 웃기는 이야기를 이곳에 올린다. 부디 이 이야기가 여러분이 웃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덧붙이는 글 : 이 이야기에 나오는 마법사와 제자가 한 짓은 따라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