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진 1시집 『하늘 우체통』
충북 영동군에서 ‘숟가락 난타’ 지도자로 봉사하고 있는 최윤진 시인이 1시집 『하늘 우체통』을 오늘의문학사에서 발간하였습니다. 충청북도 문화재단에서 우수작품집으로 선정되어 발간된 시집은 ‘시인의 말’ ‘1부 혼잣말도 사랑이다’ ‘2부 네 곁에 나 없거든’ ‘3부 천태산의 봄’ ‘4부 무게만큼 웃고 싶다’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작품해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최윤진 시인은 ‘인공위성 발사’로 유명한 전남 고흥군 나로도에서 출생하여, 충청북도 영동군에서 살고 있으며, 댄스스포츠 학원을 운영한 체육지도자입니다. 현재 문화센터의 댄스스포츠 전문 지도강사, 숟가락 난타 전문 지도강사, 평생교육 학습원 건강체조 지도강사 등으로 지역체육계의 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시인으로서 문학발전에도 기여하는 분입니다.
= 서평(리헌석 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 발췌하였음)
#1
최윤진 시인은 <아버지(당신)의 모습 보이지 않고/ 어머니도 구름 따라 여행 가신 고향집>을 가끔 찾았던가 봅니다. 그때마다 <마중하는 이 없는 대문/ 폐허가 되어 버린 초가지붕 위에/ 구멍 난 상처 끌어안고 늙어가는/ 느티나무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가슴 먹먹하게 들렸던가 봅니다.
양친(兩親)께서 먼 세상으로 떠난 고향, 그 마을을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 긴 세월을 살아내느라 몸통에 구멍이 난 늙은 느티나무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시인을 맞습니다. 늙은 느티나무에 구멍이 생기면, 그 구멍으로 바람이 흐를 때 휘파람과 같은 소리가 들리는데, 애상적 정서에 젖어 있는 시인에게는 ‘서러운 울음소리’로 들렸을 터입니다.
흘러간 세월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켜켜이 담을 쌓고, 시인에게는 ‘슬픈 영혼의 가슴’까지 여름밤의 도화지 위에 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늘 가득 ‘쓸쓸한 별들’이 밤하늘에 그려낸 서경(敍景)은 시인의 아픈 가슴을 더욱 아리게 합니다. 이와 같은 아픔이 그의 시에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정서를 발현합니다.
#2
세상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그리운 사람은 더욱 그립게 마련입니다. 최윤진 시인도 그러했나 봅니다. 꽃이 만개하면, 바람도 시샘을 하는 그런 날에, 시인은 아버지의 추억을 되살리려 길을 나섭니다.
<당신이 뿌린 씨앗 하나>로 은유되는 ‘시인’은 아버지가 생을 멈춘 고향에 도착합니다. <다섯 봉우리도 넘지 못한 채/ 바보처럼 이곳에 주저앉아 버린/ 당신>을 통하여 그의 부친은 지천명(知天命, 50세)을 온전하게 넘기지 못하고 별세한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더욱 아버지의 품이 그리워, 그는 대문 밖에서 무릎을 꿇고 하소연합니다. <삶의 어깨가 무겁습니다>라며, 아버지가 한 번 웃어 주시고, 어깨를 다독여 주시기를 갈망(渴望)합니다. 시인은 그 갈망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무거운 어깨를 아버지가 부축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애잔하면서도 절절한 자녀의 본디 정서일 터입니다.
#3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재(不在)가 시인의 가슴에 아픈 정서를 환기(喚起)하였듯이, 가족과 가족 사이에 서로가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러한 현상이 비롯됩니다.
시인은 시집살이로 곪은 상처가 난도질하듯 끝내지 못한 방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가족이라는 울타리 행여/ 비바람에 쓰러질까/ 겹겹이 가슴에 담장을 치며> 피멍 들어 저린 손을 잡지 못하고 놓아버린 보금자리에서 상실의 정서를 오롯하게 확인시킵니다.
때로는 부수어지고 부수어져서 더 부수어질 수 없는 성(城)마저 잃고, 갈 곳 없는 난민이 되듯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 아물지 않는 상처 끌어안은 채 온몸에 흉터뿐인 삶에서 세월만 꿀꺽 삼켜버린 채, 시간을 조각내어 파편을 만들면서도 시(詩)를 지어 가슴에 굳건한 빌딩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흰 눈이 쌓여 삶이 막막한 가운데에서도 한 그루 「눈꽃 나무」가 되어 그 의연함을 본받고 싶다는 내면을 구체화합니다.
#4
최윤진 시인은 「하늘을 안고 싶다」에서 <노을이 꽃을 머금고/ 안부를 전하면/ 하늘가 석양이 불꽃을 피워/ 거미줄에 걸린 별이 웃는다>며 아름다운 서경(敍景)을 시로 빚습니다. <길 잃은 영혼이 그대를 부르면/ 외로워도 좋을/ 그 품에 머물고 싶은 날>을 고대하며 기다립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이 혹여 거짓일지라도 서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 때문에, ‘휘청거리는 마음’ ‘흔들리는 가슴’을 다독이면서 꼿꼿이 걷겠노라 약속합니다.
이렇듯이 내면에 차고 넘치는 ‘휘청거리는 마음’ ‘흔들리는 가슴’을 다잡기 위해 삶의 터전에서 마주치는 자연에 집중합니다. 그는 삶의 터전인 충청북도 영동군에 대한 작품 창작에도 남다른 애정을 보입니다. 그 제재(題材)에 시인의 정서를 이입하여 눈부신 생명체를 만듭니다.
시인은 한겨울에 옥계폭포에 이르렀던가 봅니다.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며, 그리운 사람 만나기를 고대하며, 폭포 앞에 섰던가 봅니다. 그리하여 어디에 내어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절창(絶唱)을 빚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