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금강 ●지은이_김종윤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4. 8. 8
●전체페이지_128쪽 ●ISBN 979-11-91914-62-7 03810/46판변형(양장본, 120×188)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5,000원
다정한 강, 긍강을 따라 흐르는 시편
김종윤 시인의 시선집 『금강』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선집은 그동안 시집을 낼 때마다 수록했던 금강 시편들을 한데 모았다.
김종윤 시인은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충남 금산과 대전에서 자란 후 금산, 부여, 논산 등 금강을 곁에 두고 생활하였다. 따라서 몸과 마음이 금강에 머물러 있으면서 금강을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금강 시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금강 줄기 걸어서 하루의 끝입니다
발원지인 뜸봉샘에서 내리는 길을 따라
수분리 고개를 지나 장수 읍내를 지나서
강과 길로 걷다가 중동마을 입구에 있는
정자나무 밑에서 짐을 풀었습니다
하루종일 동행하던 금강은
어둠 속에서 소리로 흐르고 있습니다
강물에 더운 몸을 씻고
소쩍새 소리를 이불 삼아 누웠습니다
머리 위 느티나무에서 우는 소쩍새를 향해
할머니! 하고 불러봅니다
―「소쩍새」 부분
금강 종주를 계획할 때 가장 큰 두려움은 ‘작은 텐트 속에서, 인적 없는 강변이나 다리 밑, 큰 나무 밑에서 자야 할 텐데 무서움을 어떻게 극복할까’였다. 그런데 그건 길을 나서기 전의 염려에 불과했다. 너무 피곤해서 무서움을 느끼기도 전에 “소쩍새 소리를 이불 삼아” 깊은 잠에 떨어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물이 차오르기 전 이 길은
사과 과수원과 고구마밭을 지나 마을에 닿았다
햇살 뜨겁던 날, 고구마 줄기를 걷어내던
소년은 어디로 갔을까 굽은 허리로
고구마를 캐던 노인의 눈동자는
어느 갈피에서 흔들리고 있을까
장수 지나 천천, 옥수(玉水)로 흐르던 금강은
골 깊은 죽도에서 막혀 용담호가 되었다
동백꽃 피듯, 붉은 체열로 달려온 함성이
이곳에서 차갑게 식어 가라앉고
초승달 빛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는
아름다운 묵색의 빈 편지지 한 장이다
용담골을 떠나지 못하고 호숫가에 둘러앉은
낮은 불빛들을 향해 편지를 쓴다
잔설 위로 노루귀꽃이 피고 육각정 정자 옆
산수유 꽃망울에 봄물 오른다고 쓴다
어제는 고사리밭에 새 묘가 이사 왔다고 쓴다
호수 옆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실향 불빛들처럼 세상에
그리움보다 더 큰 이념이 어디 있냐고 쓴다
초승달 빛 밝혀 용담호 물이랑에 쓴다
밤바람 달래면서 용담호 수면에 가만가만 쓴다
―「용담호에 쓰는 편지」 부분
순조롭던 금강 종주 여정이 금산에서 사달이 났다. 무리한 계획에 맞추느라 행군처럼 걷다 보니 양쪽 다리가 굳고 두 발바닥에 물집이 열 개 정도 생겼다. 그뿐만이 아니다. 금산 원골유원지 근처 다리 밑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묵었는데 텐트가 좁아서 밖에 놓은 허리 가방을 밤사이에 야생 동물이 가지고 사라진 것이다. 가방 안에 든 마른반찬 냄새를 맡고 가져간 것 같은데 그 가방 속에는 핸드폰이 들어 있었다. 아픈 다리를 끌고 주변을 찾아보았지만 텐트 주변에 흔적만 있을 뿐 끝내 찾지 못했다. 반찬 없는 아침밥을 먹고 오전을 걷다가 천렵하는 사람들에게서 점심을 얻었다. 점심 동냥의 시작이었다.
상처가 길이 된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상처와 상처가 만나는 것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다
―「상처가 길이 된다」 전문
금강을 따라 내려가는 여정은 한결같이 금강 곁을 지키는 길의 여정이다. 금강을 따라나섰지만 사실은 길을 따라나선 것이었다. 길을 따라 하루종일 걷다가 길 위에서 눕고 길 위에서 일어난다. 부여, 강경, 나포, 하구둑, 모두 길 위에서의 여정, 금강은 곧 길이다.
“금강 천 리 길”처럼 시인 또한 한결같은 마음, 한결같은 시의 길을 걷는다. 그 길은 ‘한 줄기 샘물로 천리 밖 바다를 마중하는 뜸봉샘처럼, 바다를 꿈꾸는 수분령 고개의 늙은 수분송처럼’ 가슴으로 내는 믿음의 길이다. “저문 강길을 붉게 울며 걸어”보면 “외로움이 벙글어 노을로 빛나고” “눈물이 강물 되어 맑게 흐”른다.
금강(錦江)의 금(錦)은 비단이란 뜻이다. 따라서 금강을 비단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장수 뜸봉샘에서 발원해 무주. 금산, 영동을 지나 경부고속도로 휴게소가 있는 금강유원지와 옥천 동이면, 그리고 안남면으로 내려가다 보면 왜 금강을 비단강이라고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산과 강이 굽이굽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그래서 김종윤 시인은 금강을 다정한 강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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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시인의 말·05
제1부
상처가 길이 된다·13
강가에 서 보라·14
수분송·16
달집태우기·18
소쩍새·20
홍수·22
죽도·24
길은 살아 있다·26
그늘에서·27
일하는 여자들·28
흘러라 금강아·30
용담호에 쓰는 편지·32
어둑서니·34
길 위에 서 보자·36
두 갈래 길·38
제2부
맑은 날·41
만남·42
적벽강·43
동냥밥 한 그릇·44
비꽃이 피는 날·46
낚시하는 노인·48
오른발·49
심천에서·50
금강의 하루·52
섬·54
보리 한 알·55
비 온 다음 날·56
빗살무늬 토기·57
밤나비·58
청마리 솟대·60
제3부
사랑·63
집 짓는 노인·64
그리움으로·66
대청호·68
물 부는 시간·70
네모난 바퀴·72
풍경·73
정암리 사람들·74
강이 눕는다·76
붉은 강·78
열 번째 밤·80
금강 하구에서·82
어머니의 강·84
홍수가 내는 새 길·86
세종보·88
제4부
군무(群舞)·91
불을 끄다·92
강변 갈대의 노래·94
겨울꽃·96
무주 골짜기·97
대보름 밤·98
금강 상류에서·100
우기(雨期)·102
탁류·104
용담댐에서·106
이런, 이런, 이런·108
칠월의 목련·110
가난한 날·111
백로가 찾는 길·112
악동(惡童)·114
시인의 산문·115
■ 시집 속의 시 한 편
강가에 서 보라
세상이 나를 억압하고 재촉할 때
세상이 내 등을 밀어 흔들릴 때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강으로 가자
푸른 등 비늘 꿈틀대는 강으로 가자
우리에게는 강이 있어
강이라는 소망이 있어
고단한 삶의 비린내부터
술 취해 흔들리는 오줌발까지
삶의 한줄기는 언제나 강물에 담그고
풀어 보내는 것 아니냐
강은 핏줄이고
심장이고
정신이 아니더냐
강가에 서 보라
수천 년 이어온 흐름을, 날실을 끌고
제 길을 가고 있는 강이
우리 안에 들어와 붉은 핏줄로 흐르고
우리는 다시 돌아가 강을 품은 몸
저 강을 품은 정신으로 세상에 서는 것이 아니더냐
―「강가에 서 봐라」 전문
■ 시인의 말
금강 시편들을 모아 선집을 냅니다
발목을 적시는 강
무릎을 감는 강
가슴을 치는 강
정수리를 덮는 강
그 강 속에서
아직 강을 건너지 못했습니다
2024년 여름
대전 침산에서 김종윤
■ 표4(약평)
금강(錦江)의 금(錦)은 비단이란 뜻입니다. 금강을 비단강이라고 합니다. 금산에서 강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경부고속도로 휴게소가 있는 금강유원지와 옥천 동이면, 그리고 안남면으로 내려가다 보면 왜 금강을 비단강이라고 하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산과 강이 굽이굽이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그러나 나는 금강을 다정한 강이라고 부릅니다. 금강 천 리 길, 금강의 여정 중에서 강이 사람 곁을 떠나 따로 흐르는 곳이 없습니다. 장수 천천 일대의 어린 강에서도, 금산 적벽강과 천내강에서도, 옥천과 신탄진에서도, 부여의 백마강에서도, 강경에서도, 나포에서도 언제나 사람 곁에서 다붙어 흐릅니다. 강이 혼자 따로 흐르는 곳이 없습니다. 강이 곧 살림입니다.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물길을 가르면 아낌없이 내어주고, 물길을 막으면 흐르다 멈추어 채우고, 차오르면 다시 흐릅니다. 장수 뜸봉샘의 작은 물줄기는 이렇게 채우고 흘러서 마침내 바다로 갑니다._「시인의 산문」 중에서
■ 김종윤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충남 소재 중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1992년 시집 『새벽을 기다리는 마음』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길에게 길을 묻다』, 『나뭇잎 발자국』, 『기술교사의 학교일기』, 『저녁이 지나가는 길에 서 있었다』 등이 있다. 해동문학상, 대전문학상, 한금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첫댓글 김종윤 시인의 시선집 『금강』이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사랑(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등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