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너를 본 듯 바람이 분다 ●지은이_안용산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4. 10. 7
●전체페이지_112쪽 ●ISBN 979-11-91914-67-2 (03810)/46판변형(120×188)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5,000원
생명과 사랑으로 내고 달아 맺고 푸는 신명의 노래
안용산 시인의 시집 『너를 본 듯 바람이 분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안용산 시인이 1986년 『좌도시』와 1994년 『실천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펴내는 여덟 번째 시집이다. 그의 시편은 삶의 길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믿음을 주고 그 변화를 통해 새로운 힘을 꿈꾸게 한다. 돌과 바위 등 ‘숨겨진 존재’가 만드는 ‘여울’과 온몸으로 풍물을 치는 사람의 ‘돌무’와 어떻게 살고 있느냐 소식 묻는 ‘바람’의 힘이 있다. 그 새로운 힘을 그는 ‘신명’이라 하고 그 변화를 ‘신명곡선’의 시편으로 그려내고 있다.
금강/여울을 찾는다//산과 산 사이 폭이 좁아 물살이 세차게 흐르는 곳이다/흔히 그렇게 말한다/아니다/드러나지 않고 속으로 숨은 돌들이 물과 부딪쳐 서로/물살이 되어 물고기를 부르고 사람을 부르는 그런/탯자리였다/부딪치면 부딪칠수록 더욱/서로를 살리는 세상//네가 바로/여울이다
—「네가 바로 여울이다」 전문
여울은 숨어 있는 돌과 드러난 물이 저 혼자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있게 하고 서로 부딪쳐 물살을 이루고 물살을 통해 물고기 등 여러 생명을 있게 한다. 그래서 여울은 따로따로이면서 한 몸이다. 서로에게 ‘너’이면서 동시에 ‘나’인 존재로,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서로를 죽이지 않고 살리는 생명 그 자체인 것이다.
떠날 사람 다 떠난/마을이다//언제 찾아올지 몰라/그 모르는 것 때문에/너는/쓸쓸하지 않았다//까치밥이다
—「너는 쓸쓸하지 않았다」 전문
구름 한 점 없이 가물었다/자귀꽃 피자 구름처럼 몰려와/비 그칠 줄 모르고/장마가 든다/한번 진 장마/쉬이 그치지 않았다/잊었다 해도 지워지지 않는/몸속에 박힌/상처였다//이제 늘 몇십 년만이라고 말해야 하는 폭우처럼/부딪치고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바람이다
―「꽃그늘」 전문
지구 환경의 변화로 코로나19와 같은 역병이 전 지구적으로 혼란을 일으켰다. 폭우와 폭염이 계절 없이 이어지고 신종 바이러스는 줄줄이 이어져 출몰하는 시대, 삶의 방식과 사고의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지만 인간은 쉽사리 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편리함과 자본을 좇아 도시로 도시로의 집중은 가속화되고 “떠날 사람 다 떠난” 농촌 마을은 소멸 직전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꾸며 그 근간이 되는 서로의 믿음마저 사라지게 했다.
애태우는 것들 모여/하나하나 부르며 타오르는/섣달그믐 매굿 모닥불이다//돌무가 돈다 돌아라/고비 고비 한 고비 넘기려 돌무가 돈다/그려 앉아 있지 못하는 구경꾼들 덩달아/내고 달아 신명이 돈다/그렇게 돌고 돌다 보면 끝내/판이 판을 부르며 고비를 넘는다/고비 고비 넘어 타오르던 모닥불도/맺어야 하는 그때가 온다//풀어야 할/기다림/하얀 재로 타고 있다
—「모닥불」 전문
농촌 공동체 마을의 풍경이 따듯하게 다가오는 시편이다. 매굿을 치는 날이면 마을 전체가 모여 서로 좋지 않은 일들은 잊고 새해에는 부디 앞동산 뒷동산 새잎 돋아 오르듯 좋은 일들만 있기를 빌면서 모닥불을 놓는다. “애태우는 것들 모여/하나하나 부르며 타오르는/섣달그믐 매굿 모닥불”과 함께 시작된 판굿이 끝나고 나면 마지막으로 탈복굿이라 하여 그 자리에 있는 치배와 구경꾼이 모두 연기뿐인 모닥불을 넘으면서 매굿을 마치게 되는데 “풀어야 할/기다림”은 합장하듯 고요하다.
신명이 살아나면 없는 것도 마치 있는 것처럼 온몸으로 흥을 주체할 수 없다. 우리의 자연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어김없이 돌아가고 돌아오는 변화의 힘이 있어 사람으로 하여금 근본으로 삼게 했다. 안용산 시인은 『너를 본 듯 바람이 분다』에서 우주 원리와 자연의 변화에 몸을 싣고 풍물을 치는 사람이 되어 “봄에 내고, 여름에 달아, 가을에 맺으면서 융합적으로 전환하여 겨울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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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시인의 말·05
제1부
내려칠 때 너를 보았다·13
나 아닌 나를 노린다·14
그랴, 너는 바람으로 온다·15
산수국·16
너는 쓸쓸하지 않았다·17
나 아닌 너를 부른다·18
풀씨로부터·19
너는 그렇게 무작정이다·20
겨울나무·21
뿌리로부터·22
산꽃세상·23
꽃그늘·24
마실·25
산길·26
그때 너를 보았다·27
또 하루 그렇게 간다·28
너는 꺾이지 않는다·29
제2부
모닥불·33
어둠으로 햇살을 키운다·34
시작이다·35
그때가 온다·36
알아주지 않아도 온다·37
이때와 그때 사이를 흐른다·38
땅콩을 캐면서·40
바람이 먼저 일고 있다·42
그늘이 있어 햇살이다·43
구멍이 하늘이다·44
줄이 줄로부터·45
피지 않은 꽃처럼·46
감자가 그랬다·47
바람이 전하는 편지·48
그때 그 길이다·50
돌개바람·52
문득 새가 운다·53
제3부
꿈이었어라·57
서둘러 너를 태운다·58
곧 다가올 물살이다·59
꽃구경·60
오늘도 걷는다·61
두레박·62
우리 사이·64
입산·65
다람쥐가 보이지 않는다·66
섬·67
먼 마을·68
활골에서·69
그때가 있어 다른 바람이다·70
아픈 손가락·71
대둔산 생애봉·72
개똥벌레로부터·74
그래서 나를 보았다·75
시간의 그림자·76
제4부
너는 무엇으로 만나 우리가 될까·79
네가 바로 여울이다·80
너를 다시 만나려 하는 것은·81
그때가 있어 부딪친다·82
여울은 화살처럼 흐른다·83
혼자 가는 길·84
너는 따로 함께 넘는다·85
너는 이렇게 없이 있다·86
너는 다르면서 같은 때였다·87
명주포여울에서·88
어실녘여울로부터·90
서로 부딪쳐 끝내 여울이다·91
농박골여울·92
용화여울·93
장구목여울·94
취병협여울·95
여울 따라 흐른다·96
그래서 강돌은 둥글다·98
시인의 산문·99
■ 시집 속의 시 한 편
금강 흘러흘러 내리다
양각산과 갈선산 사이 여울져 굽이친다
서로 부딪쳐 하얀 돌 옥양목 펼쳐 놓은 듯
명주포여울이다
물살 바뀌어 물소리 보이지 않고
보이는 것은 여기저기 돌뿐이었다
다르지만 모두 둥근 돌이다
무엇이 이토록 돌들을 둥글게 하였을까
세찬 물살이 그랬으리라
짐작처럼 사라진 물살이 남긴
다른 무늬들을 본다
돌과 물이 부딪쳐
물살이 되고 물소리가 되어 서로
새긴 생생한 무늬를 본다
참고 견디며 생생하게 살아 돌아보는
그러나 끝내 떠나보낸 그때처럼
너를 본 듯 바람이 분다
—「명주포여울에서」 전문
■ 시인의 말
바람은 늘 차이를 생성하는 변화 그 자체라고 합니다.
바람과 바람으로 힘을 실어준 좌도시와
삼남제약 김호택 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2024년 가을
안용산
■ 표4(추천사)
“소쩍새 울먹인다/세상 것 아무리 모여도 감당 못 할/소쩍새 울먹인다 …… 물 마른 몸/겨울 세워 일어서는 불꽃/민들레”
30년 전 전주대사습놀이 농악에서 장원한 후, 뒤풀이에서 좌도시인들의 시집을 선물 받았다. 그 속에 「민들레」라는 시가 가슴 뜨겁게 와 닿았다. 바로 장구잡이였고 금산문화원 국장이던 안용산 시인의 시였다.
밟혀도 일어서는 민들레의 강한 생명력을 노래로 엮어 지금도 종종 부른다. 우직스럽게 고향을 지키며 자연 속에서 시심을 두루 노래하며 유유자적한 모습이 옛 선비를 보는 듯하다.
씨를 심고 꽃이 피고 흔들리고 열매 맺고, 모두 바람, 내고 맺고 달고 푸는 상모도 바람, 부딪쳐 부서지고 사라지는 물살도 바람, 바람은 희망이라고 노래한다.
“부딪쳐라/부딪쳐 살리는 그때/오고야 만다/그때가 바로 너이리라”
안용산은 참 행복한 바람잡이 장구잡이다._장사익(소리꾼)
■ 안용산
충남 금산에서 태어나 1986년 『좌도시』와 1994년 『실천문학』을 통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메나리 아리랑』, 『잡색의 노래』, 『돌무야 놀자』, 『바람으로 노닐다』, 『콩꽃 피다』, 『향기는 코로부터 오지 않는다』, 『피어나라, 나비야』가 있으며 한남문인상, 풀꽃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첫댓글 안용산 시인의 시집 『너를 본 듯 바람이 분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독자 여려분의 큰 관심과 사랑(지금 교보문고, 알라딘 등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