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이런 장면을 보았다.
청춘남녀 연인 둘이서 대화를 하는데..
"오빤 나랑 있을 때 무슨 생각해?"
"응, 맛있는 거 뭐 먹을까? 뭐하면서 즐겁게 지낼까?"
"그럼 나랑 있지 않을 때는?"
"뭐 그때 그때 다르지, 일할 땐 일 생각하고.."
"그래? 그렇구나.."
"그런 건 왜 물어보는데?"
"요즘 좀 외롭네.."
"????"
그러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남자의 독백
'1년 이상 사귀면서 오늘처럼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말은 처음이네.'
(왜 여자들은 그렇게 모호하게 스무고개 같고 화두 같은 말을 많이 할까?
여자 마음은 알려고 하지 말라, 여자의 마음은 신도 모른다. 아니 본인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ㅎㅎ
그래서 '묘하다'고 할 때 '어린 소녀'를 의미하는 듯한 묘(妙)자를 쓰는 걸까?)
하여간에 그래서 그 남자는 직장에 가서 사람들한테 물어보았다.
"외롭다는 게 무슨 뜻일까?"
"???"
"같이 있고 싶다는 거 아닐까요?"
"관심이 필요하다는 거 아닐까요?"
"남친이 같이 있으면서도 딴 생각 하는 거 같다는 말 같은데.."
그런데 이어지는 스토리를 보니까 그 커플은 취향과 성향이 너무 안 맞는 거 같았다.
휴가 때 봉사를 가자는 여친.. 해외여행을 가자는 남친..
휴가는 푹 쉬라고 있는 거라는 남친..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 리프레쉬도 중요하다는 여친..
"자기는 왜 항상 그래? 한 번이라도 내 말 대로 해주면 안돼?" 결국 토라지는 여친..
거기까지 보고 채널을 돌렸는데..
자, 그럼 만약 남친이 관심도 보여주고
자기 입장만 고집하지 않고 잘 맞춰주고 배려해주고..
만약 그래도 외롭다면 어떨까?
그건 내적 충만감이 없어서 그렇다.
틱낫한 스님 말씀을 다시 한번 음미해본다.
"우리 안에는 깊은 외로움이 있습니다.
우리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모릅니다.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 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고통을 보고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 안에 있는 고통을 보지만
그것을 달래주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낍니다.
그것이 일빙(ill-being, 아픈 존재)의 깊은 상태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와 같은 일빙(ill-being)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몰라서
우리 안에 있는 고통이나 외로움을 소비로써 감추려고 합니다.
술이나 마약이나 인터넷 같은 것도 마찬가지로
고통으로부터 달아나고 잊게 하기 위한 것들입니다."
☞ 혼자 있을 때 외로운 건 외로운 것도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