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이야기 - 오존층, 광합성, 세상의 빛
사도 22,30;23,6-11; 요한 17,20-26/부활 제7주간 목요일; 2023.5.25.; 이기우 신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을 위해서 하느님께서 주신 네 번째 축복은 햇빛입니다. 산소가 풍부해 진 바닷물은 온갖 생물이 번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지만 육지로 나올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육상에는 자외선을 함유하고 있어서 해로운 햇빛이 내리쪼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태양에서 지구로 오는 햇빛 속에는 파장의 길이에 따라서 가시광선, 라디오, 마이크로웨이브, 적외선,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이렇게 대표적인 일곱 가지 광선 등이 섞여 오는데, 이 중 자외선은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를 파괴하는 죽음의 광선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억 년 전까지는 이 자외선을 막아줄 수 있는 보호막이 없었기 때문에, 바다 속에 살던 생명체들이 바다를 떠나 육지에 올라오면 이 자외선에 쏘여 죽어서 바다 속에 머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바다 속에 있던 산소도 수증기와 함께 대기권을 채우기 시작하더니 성층권에까지 가득 차게 되어서,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구의 공기 구성에 산소가 차지해야 할 충분한 비율, 즉 21%에 이르자 나머지 산소들이 태양빛과 반응하여 성층권에 자외선 차단막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러니까 산소 분자 세 개가 모여 이룬 오존(O³)이 두터운 층을 만들어 지구 대기권을 둘러싸게 되자, 생명체들의 면역체계를 망가뜨리고 유전자를 변형시켜 돌연변이까지 일으킬 수 있었던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후부터는 수많은 바다 생물들이 산소와 가시광선이 풍부한 육지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식물들은 가시광선을 받아서 뿌리에서 끌어올린 물과 잎사귀가 빨아들인 공기를 합성함으로써 자신의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분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덕분에 식물은 자신의 성장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그 대신에 동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산소를 배출하는 한편 포도당을 만들어 자신의 성장 양분으로 삼았습니다. 이로 인하여 성장하고 번식하는 식물을 먹이로 하여 초식 동물이 생존하고, 이 초식 동물을 먹이로 하여 육식 동물이 생존하는 거대한 먹이사슬이 가능해졌습니다. 인간은 이 먹이사슬의 정점에 자리를 잡고는 식물과 초식 육식 동물 등의 모든 생명체를 먹이로 하여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의 근원은 태양이 자신을 태워 방출하는 에너지, 즉 매초 400만 톤이라는 어마어마한 빛 에너지, 즉 햇빛입니다. 이 모든 생명작용을 광합성 작용이라 합니다.
이 방식은 예수님의 존재와 그분이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인간과 맺는 관계양식에 대한 탁월한 비유가 되어줍니다. 식물이 햇빛과 물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합성하여 이루는 광합성 작용은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하여 인류와 맺고 계시는 관계양식 즉 성체성사를 훌륭하게 비유하는 소재입니다. 여기서 식물에 내리쬐는 햇빛은 무상으로 주어지는 예수님의 삶에 비유될 수 있고, 식물이 흡수하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죄와 사랑을 모두 품고 있는 세상의 현실에 비유될 수 있으며, 그리고 식물이 자기 뿌리에서 끌어올린 물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기억과 묵상에서 길어 올린 체험과 사색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또한 광합성 작용의 결과로 공기 중에 배출되는 산소는 성체성사에 참여한 그리스도인들이 거룩한 변화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세상에 발산하는 그리스도의 향기에 비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창조된 모든 것이 최상으로 고양되는 곳은 성체성사입니다. 하느님께서 스스로 사람이 되셨고 자신을 피조물을 위한 양식으로 내어주셨음을 성체성사에서 기념하기 때문입니다. 성체성사는 사랑이 흘러넘치는 핵이며 생명이 마르지 않는 핵입니다. 그래서 성체성사가 이루어지는 성찬례는 하늘과 땅을 결합시키는 한편, 환경에 관한 우리의 관심에 빛을 비추고 동기를 부여하는 원천이며, 모든 피조물을 돌보는 청지기가 되도록 이끌어줍니다”(회칙 ‘찬미받으소서’ 236항).
예수님께서도 “나는 세상의 빛”(요한 8,12)이라고 계시하셨고, 제자들에게도 당신처럼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라고 당부하셨습니다(마태 5,14). 여기서 빛의 역할은 어둠을 비추어 주는 일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제공하는 일도 포함됩니다. 그래서 조명과 충전의 역할로써 예수님께서는 인간을 위한 생명의 빛이시고, 교회 또한 그래야 합니다.
예수님을 빛에 비유할 수 있다면, 하느님께서는 그 빛을 보내는 태양에 비유되실 수 있습니다. 150억 년 전, 시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끊임없이 그리고 무한할 정도로 자신을 태워서 빛을 내보내고 있는 태양은 지구의 생명체들을 생존 가능하게 해 주는 모든 에너지의 원천으로서 창조주 하느님께서 모든 피조물들을 위해서 하고 계시는 역할을 상징합니다.
- 공동의 집인 지구를 온갖 생명 있는 것들에게 마련해 주신 주님, 찬미 받으소서!
- 땅과 물과 공기와 햇빛을 무상으로 베풀어주시는 주님, 찬미 받으소서!
- 성체성사를 마련해 주신 주님, 찬미 받으소서!
교우 여러분!
지구 온난화 현상이 위험한 것은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증가하면 태양열을 붙잡아서 기온이 상승하고 이상기후가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기 중 산소와 결합된 이산화탄소가 오존층을 파괴해서 지구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 지구가 더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나 전기 등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화석 에너지를 가급적 덜 사용하면서 불편을 감수하는 데 익숙해 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