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기도
12월은 벌거벗은 저 나무처럼 살게 하소서.
화려한 꽃으로 피어나도 자랑하지 않으며,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도 들뜨지 않으며,
무성했던 잎들을 떨쳐버리고도 결코 외로워하지 않는,
그런 비움의 미학을 배우고 실천하게 하소서.
12월은 즐겁게 노래하는 저 새처럼 살게 하소서.
이름 모를 나무들이 먼저 손 내밀지 않아도,
떠도는 바람과 구름이 무심하게 지나쳐도,
여전히 한결같은 목소리로 아름답게 노래하는,
그런 소통의 미학을 배우고 실천하게 하소서.
12월은 하얗게 내려앉는 저 눈처럼 살게 하소서.
산꼭대기와 산골짜기들이 저마다 높이를 달리해도,
도시와 도시의 지붕들이 제 각각 모습을 견주어도,
어느덧 눈이 내려 세상을 오직 하얀색으로 만드는,
그런 용서의 미학을 배우고 실천하게 하소서.
12월은 따뜻하게 타오르는 저 화롯불처럼 살게 하소서.
이제 곧 마음이 추운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또 갈 곳 없는 영혼들이 거리를 헤매다 돌아올 때,
훨훨 타는 가슴으로 차디찬 세상을 단숨에 껴안는,
그런 사랑의 미학을 배우고 실천하게 하소서.
- 임선애 시인 -
첫댓글 황야의 길 잃은 영혼
흰눈이 내리는 까만 밤
새 그 새의 노래소리를 ~
해가 바뀌면
바다는 하늘을 안아주겠지요
다시
별이 지기전에
불이 꺼진 듯이 보이는 화롯불이
차가운 방안 공기를 따스하게 해주듯이
어둡고 차가운 세상에서 화롯불처럼
따스한 사람으로 살게 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