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피반(虎皮斑) 예전에는 그냥 호반(虎斑)으로 불렸으나 우리나라의 발음상 호반(縞斑)과 구별이 되지 않아 호피반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맞추어 호반(縞斑)을 선호반(線縞斑)이라 부르기도 한다. 호피반은 사피반과 더불어 반상(斑狀)에 속한다. 줄무늬가 아닌 굵은 점무늬인 것이다. 즉 잎의 종단과 무늬의 횡단이 마디져서 나타나는데, 쉽게 호랑이의 가죽에서 나타나는 무늬를 연상시킨다. 일본춘란에 비해 유독 좋은 품종이 드문 것이 바로 이 호피반이다.
무늬색이 짙고도 바탕색인 녹과의 경계가 뚜렷한 것을 명품으로 치는 바, 호피반은 다른 엽예품과는 달리 후천성에서 명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선천성으로 나오는 것은 자라면서 점차 사라지는 후암성이 맣지만, 후천성 호피반은 자라면서 점점 더 선명한 무늬색을 갖기 때문이다. 호피반은 크게 무늬가 엽맥에 대하여 직각으로 잘려 있는 절반(切斑)과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도(圖)로 나뉜다.
호피반의 발색법
자생지에서 산채시에는 우수한 성질의 호피반일지라도 난실 환경에서는 무늬가 약하거나 아예 무늬의 성질을 띄지 않는 호피반을 자주 볼수 있다. 그것은 자생지의 환경과 난실의 환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호피반을 잘 발색시키려면 강한 햇빛을 쪼여야만이 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빛을 쪼여도 호피반은 나오지 않고 푸른색 잎으로 되는 경험을 한 적은 없는지 그 원인을 생각해 보면 주로 다음과 같다.
1. 잎이 완전히 자라고 나서 햇빛을 쪼이는 경우이다. 호피반 발색은 잎이 채 다 자라지 않았을 때 여름 장마가 끝나고부터 잎 본래의 부분에 강한 빛을 쪼여 주어야 한다. 따라서 싹이 자라 장마 때까지는 약간 어두운 데서 강한 햇볕을 쪼이지 말고 키워야 한다.
2. 햇빛이 약한 늦은 봄이나 장마철에 언뜻언뜻 스치는 강한 햇빛에 쪼이지는 않았는지. 그러는 사이 잎이 자라 견고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얼마간 햇빛을 쪼여 주어도 무늬는 잘 나오지 않는다.
3. 싹이 나올 쯤에 밝고 건조한 환경에서 재배하지는 않았는지. 싹은 될 수 있는 한 부드럽게 자라게 하는 것이 호피반을 내기가 쉽다.
4. 질소분을 전혀 함유하고 있지 않은 배양토나 물을 너무 주지 않은 것은 건강한 싹이나 잎을 기대할 수 없으며 호피반을 내기 어려운 원인이 되기도 한다.
■ 호피반을 내는 원칙
1. 춘란의 출아가 빠르면 장마가 끝날 때까지 잎은 거의 다 자라 호피반이 발색되기도 전에 잎이 견고해져 아무리 쪼여 주어도 호피반은 나오지 않게 된다. 따라서 출아는 늦은 정도가 좋다.
2. 장마철 날씨가 개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는 중에 불충분한 기후에 잎을 자라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추운 장소에 놓아두거나, 4월 중순에 이식하거나 그루를 나누기도 하는 등 어떻게 해서든지 출아와 신장을 늦추어야 한다.
3. 무늬와 비료와의 관계에 있어서 자주 비료를 주면 무늬가 안든다고들 말하지만 그것은 결코 비료에 의한 것은 아니다. 황색의 짙은 아름다운 무늬는 비료 없이는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질소를 일찍부터 주면 싹의 신장이 빨라져 장마가 갤 때까지 잎이 자라 무늬를 놓치는 원인을 초래한다
■ 소출(燒出)
난을 직사광선에 쪼여 호피반을 내는 것을 소출이라고 한다. 장마가 개이고 바로 강한 빛을 쪼여 준다.
직사를 종일 쪼여 주면 며칠 뒤에 무늬가 보이게 된다. 여기에서 약한 햇빛에 되돌려 놓아도 무늬를 낼 수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흐린 날, 비오는 날도 있으므로 자연히 여러 가지 무늬가 나오는 것이다. 8월 말경 무늬가 아래부터 나온다면 소출은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약 1개월 동안 직사광선을 쪼여 주지만 얇은 잎계통은 잎을 상하게 하므로 소출 시간을 짧게 해준다. 그 사이 무비료로 하면 잎을 상하게 하므로 주의한다.
여름 동안에 햇빛을 종일 쪼인 잎은 완전히 탈색된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을 원래의 갈대밭 아래로 되돌려 놓으면 늦가을에는 원래의 깨끗한 녹색으로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