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전성시대
강 문 석
지난 2월 하순 ‘우주행성 방사선 경고’란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평소 후배를 아끼는 원로선배께서 보내주신 거였다. 메시지가 도착한 그날 자정에서 새벽까지 강력한 방사선을 가진 우주행성이 지구 가까이를 지나므로 휴대전화나 태블릿 등을 끄고 몸에서 멀리 하라는 경고였다. 구글과 NASA 또는 BBC와 같은 세계적인 매체들이 전하는 뉴스라고 했다. 하지만 이 뉴스는 사실이 아니었다. 일전엔 또 ‘고영태 사기극 전모 특집뉴스’가 저녁 8시에 방송된다는 카톡 메시지가 도착하였지만 그날 해당 방송사인 MBC에선 ‘고영태’의 ‘고’자도 들먹이지 않았다.
7백여 지인들과 나누고 있는 카톡 자료는 그 종류가 다양하지만 인체에 직접 해를 끼친다거나 세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특종사건 뉴스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바로 보내는 편이다. 그랬으니 휴대폰을 끄고 그 시간을 불편하게 지내거나 시간을 재며 특종뉴스를 기다린 분들에겐 뭐라고 해명할만한 말이 없다. 가짜뉴스는 주로 믿고 싶은 뉴스만 끼리끼리 주고받는 SNS가 그 온상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세상이 온통 가짜뉴스로 시끄럽다. 온라인으로 대변되는 사이버공간은 지구의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일까지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데 가짜뉴스가 이렇게 판치는 걸 보면 인터넷 세상도 생각처럼 그리 투명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짜뉴스는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도 엄중하게 다스린다고 하니 그 폐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예전의 유언비어가 그냥 떠돌아다니는 소문이었다면 오늘날 가짜뉴스는 외형상으론 방송뉴스나 신문기사의 형태와 다르지 않아 구별하기 어렵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그래서 대부분은 속아 넘어가고 만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선은 기간이 짧은 만큼 네거티브 선거전도 더욱 치열한 양상을 띤다. 그동안 있어왔던 가짜뉴스는 ‘김대업사건’이 가장 악랄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회창과 맞붙은 노무현 대선전에서 김대업은 이회창 후보의 아들들 병역면제 비리를 투표일 이삼 일 전에 가짜뉴스로 폭로하여 그를 아슬아슬하게 낙선시켰다.
김대업이 폭로한 가짜뉴스의 진실은 밝혀졌고 그는 처벌을 받아야했지만 자기는 죄가 없고 당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사건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래서 대한민국 법은 ‘맞춤법’이란 비아냥거림이 따른다. 그는 자신의 엄청난 죄를 모르지 않았을 터이고 그래서 테러를 당할까봐 경비가 삼엄한 교도소에서 호의호식하며 살고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당선자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지 청와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면서 당시의 권력자 부패와 가족사의 역겨움까지 규탄하는 배짱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와는 달리 여든을 바라보는 지만원 박사는 ‘5.18가족 10퍼센트 가산점 특혜제도’를 대선전에 올려 지금 시끄럽다.
그는 노구를 이끌고 외롭게 ‘5.18광주사태 진상 바르게 알리기'에 매달려 법원을 드나들며 오늘까지 온 사람이다. '5.18 가산점 특혜제도' 한 방이면 이번 대선에서 안하무인격으로 설쳐대는 후보가 미끄러지는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작심하고 퍼뜨린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가 관련 법조항까지 조목조목 밝히는데도 그걸 가짜뉴스로 몰아붙이는 세력들이 등장해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이다. 막상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보니 그 자리가 그리 대단한 자리가 아니란 걸 이제야 사람들은 깨달았던 모양이다. 그동안 벙어리 냉가슴 앓듯 숨죽이고 있던 저마다의 분노가 수면 위로 얼굴을 내민 형국이다. 어제 카톡으로 도착한 메시지부터 살펴보자.
“권양숙을 뇌물죄로 당장 구속하라. 조카와 형도 구속하라. 노무현재단도 몰수하라. 이명박은 BBK 사기죄로 구속하라. 그의 형이 뇌물죄로 구속되었으니 이명박도 경제공동체이다. 구속하라. 이명박 재단도 몰수하라. 김대중도 불법송금 죄로 구속하라. 이휘호도 예우 철회하라. 이휘호도 경제공동체이다. 공범이다. 연금 회수하고 구속하라. 김대중재단도 몰수하라.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외 없다. 죽었다고 무죄? 그런 거 없다. 법은 만인에 공평해야 하는 것이다. 이 글을 퍼뜨리자. 봉하마을 권양숙을 구속하자. 노무현 쌍까풀 수술 청와대서 했는지 조사하라…”
그동안 무능한 대통령을 탄핵으로 쫓아내면서 갈라선 촛불과 태극기 시위 현장에서도 가짜뉴스는 무성했다. 그 과정에서 신문과 방송도 가짜뉴스를 만드는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메이저신문이라는 '조중동'은 그들이 운영하는 종편채널에 시정잡배들과 다르지 않은 군상들을 끌어 모아 희희낙락하며 탄핵정국을 즐기는 듯했다. 국가적인 원로들을 모시고 북핵을 비롯한 눈앞의 국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고 권력에 붙었던 자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이제 아침마다 도착한 신문을 펴기가 겁난다.
오늘 지면의 헤드라인을 보자면 한겨레는 <근거 없는 ‘한반도 위기설’ 남북긴장 고조가 낳은 괴담>이라 했고 동아일보는 <‘북 미사일 요격준비’ 식지 않는 4월 위기설> 매일경제는 <긴장의 한반도…가짜뉴스까지 판친다>까지 들어있다. 뒤늦게나마 뉴스의 진위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등장했다. 지난 3월 29일 일이다. 정치인의 발언, 정치인과 관련된 의혹제기, 기타 주요현안에 대해 검증한다는 것. 여기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와 동아일보, 채널A 등 국내 16개 언론사가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런 장치를 통해서라도 독버섯처럼 나라를 좀먹는 가짜뉴스를 뿌리 뽑고 정치개혁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