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마음
초등학교 1학년인 외손녀가 겨울방학이 되어 외가에 놀러 와 책을 읽으며 지내다가 외할아버지인 나에게 '시'가 무엇이고 어떻게 쓰는지 물어 보아 적잖이 놀라기도 하고 대견스러웠다. 또한 손녀는 자신이 읽어야할 시를 알려달라고 한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외손녀가 동시를 접하면서 독서를 좋아하는 나에게 물어보라고 딸이 권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시에 대해 외손녀에게 설명해주고 서가에 있는 시집에서 동시 몇 편을 골라 노트에 써보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주에 오면 시제를 주고 시를 써서 스케치북에 그림과 함께 옮겨 할아버지와 함께 읽기로 했다. 이렇게 외손녀와 합께 매주 또는 격주로 동시를 짓기도 하고 김소월 윤동주, 나태주 등 우리나라 시인들이 쓴 동시를 알려주였다. 나 또한 동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니 기분도 좋고 재미도 있었다. 점접 외손녀의 시어詩語도 제법 다양해지고 문해력과 감성도 점점 풍부해 짐을 느끼게 되어 나름 보람도 느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어 국어 교과서를 받은 외손녀가 책을 뒤적거리다가 지난 겨울방학 때 읽었던 동시가 교과서에 실려 있다 하면서 너무 기뼈하며 할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하니 나도 즐거웠다.
2022년 10월 9일 한글날 새론문학에서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제2회 어린이 문화 백일장을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개최하였다. 이번 백일장은 초등학교 3~6학년 학생들이 시제인 '한글'에 대한 작품을 인티넷으로 공모하여 예선을 치르고, 예선을 통과한 어린이들이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행사 당일 발표된 시제 '서리'와 '단풍' 중 하나의 시제를 택해 글솜씨를 겨루었다. 외손녀를 포함한 결선 참가자 22병 전원은 전통한복을 입고 조선시대 과거 시험장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에서 백일장에 참여해 더욱 뜻이 깊었다. 장려상을 받은 외손녀는 '한글' 시제에 맞게 <세종대왕의 마음>을 제목으로 하여 시를 썼다.
사랑하는 내 백성들
모든 것을 한자로 다 하는 백성들
힘들었지?
그래서 내가 선물을 준비했어 내가 준비한 선물 받아 줄 수 있겠니?
세상의 단 하나뿐인 나의 선물 한글
잘 보존해줄 수 있겠니?
사랑하는 내 백성들아
내 마음을 전할게
[세종대왕의 마음]은 백성을 사랑하는 세종대왕이 배우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힘든 한문보다 한글을 통해 문맹을 없애고 소통력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한글을 창제하여 선물을 백성들에게 하사한다는 내용이다
외손녀가 지은 동시를 보며 2년 전 처음 시에 대해 나에게 질문했던 외손녀의 글짓기 실력과 어휘력이 나날이 발전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고 이를 '시'나 '산문'에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면 더욱 좋은 글이 나옴을 알 수 있다. 외손녀와 얘기를 하다 보면 문득문득 아로새긴 은쟁반에 금사과처럼 경우와 상황에 맞아 떨어지는 말을 구사하여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잠언 25: 11). 유익한 말과 글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스스로 노력을 하여 얻거나 책이나 영화, 여행 등 간접 경험을 통해서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외손녀가 앞으로 편협되지 않제 책을 읽고 여러 장르의 문학작품을 통해서 이 세상을 밝고 신명 나는 곳으로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담당하는 삶을 살기 원한다 '손자는 노인의 면류관이요 아비는 자식의 영화니라 (잠원 17:6)."
최권수 kschoi@hanulac.co.kr
늦게 시작한 수필쓰기, 생각은 많은데 글이 나오질 않네요 역시 젊음이 좋은 걸 깨달았어요. 누군가 글쓰기를 원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붓을 들기를
권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