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능력검정능력시험의 문제점과 요구사항 / 국립국어원에 올린 내용입니다>
올 한해 한국어능력검정능력시험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장식될 이슈는 “힌국문화의 시험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다수의
시험을 치룬 사람들이 분개하고 불안해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한국문화를 외국인에게 가르쳐야 하는 교사의 자질
을 평가하는 시험으로는 유형과 범위가 너무도 예상 외였고, 상식이하의 문제로 점철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자면, 2번부터 이어지는 문제의 유형은 이러한 문제를 꼭 알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과 시험을 위한 시험문제가
아닌가하여 매우 씁쓸하고 난감한 생각이 가시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로서, 2번 문제의 “학춤이 전래되는 지방과 도시”를
묻는 문제는 결국 지엽적인 문제로 전국 도시의 특성을 다 알 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되며 차라리 문화유산의 교재를 추천하여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한다. 또한, 3번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를 묻는 문제는 현실경제가 어려운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무슨 의미로 문제가 나왔는지 의도를 모르겠고, 우리 기술과 경제가 외국인 학습자보다 선진국이라는 점을 강조하
려는 것인 지 알 수가 없다. 4 번째 문제는 “웃는 얼굴의 기와”가 외국인과 현 한국인에게 무엇이 중요한 지 알 수가 없으며,
차라리 한국인의 기예는 해학적인 면이 있다는 직접적인 문제가 더욱 외국인수업에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지식이라고 생각한
다.
12 번의 만원짜리 신권의 세종대왕 뒤에 있는 그림의 문제도 정말 황당하였다. 초충도, 인왕제색도, 일월오봉도 등이 전혀
생소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차라리 세종대왕의 업적을 묻는 문제가 훨씬 고맥락의 문화를 묻는 문제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외에도 다수의 문제들이 출제 의도와 한국문화시험의 타당도를 의심케 했다. 그러나 문제의 내용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은
아래에 제시하려는 내용이 될 것이다.
첫째, 1교시 100분 80문제, 휴식 20분, 2교시 150분의 시험시간은 270분(4시간반)으로 자신과의 전투였다.
시험 중간에는 화장실조차 갈 수 없는 조치로 인해 작년에는 임산부가 고통 속에 시험을 포기하였다. 휴식 시간에 줄지어 늘어
선 화장실의 줄서기는 보기조차 무척 민망하였다. 그나마 용변을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은 인내심을 시험하며 시험에 응해야만
했다. 문제 지문은 194문제(1교시 80문제+ 2교시 113문제+ 주관식 1문제)로 나중에는 문제 지문조차 읽기가 지루하였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대책을 피력 한다면, 1교시 한국어학 50문제 응용언어학 15문제(주관식 1문제 포함)와 그리고 2교시 한국
어교육학 60문제 한국문화 20문제, 교안 작성 1문제 포함)정도로 문제 수의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시험 시간을 100분 이내
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험자체를 1차, 2차로 나누고 1차 시험 합격자는 명년에 2차 시험과 면접시험만 보게 하여 명실
공히 국가자격증에 대한 위상을 높여야 할 것이다.
둘째, 시험 후 객관식 문제와 정답은 신속히 공개하여 본인이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의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시험
관리위원회”의 규정에 묶여 국민의 알권리를 망각한다면 이것은 출제오류 문제에 대한 은폐이며, 시험지를 공개하는 마당에
정답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마땅한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시험을 마친 후 문제지는 반드시 개인에게 배부해야 하고 객관식
정답은 다음 날 신속히 공개가 당연히 되어야 한다.
셋째, 이번 시험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문제라 생각한다. 너무 평이한 문제와 너무 난해한 문제, 또는 전혀 예측 불가한 문제
등이 섞여 어떤 문제는 수준 이하이고, 어떤 문제는 너무 객관성이 없어 앞으로는 정확한 출제범위를 세부항목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 판단이 든다.
넷째, 환경 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교실에 난방이 되지 않아 손이 떨리고 화장실은 줄서기로, 휴식시간은 20분
이내로 자리에 앉아 다음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답답하기는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더구나 시험을 마친 사람에
게 다음 시험을 위한 자유 시간을 주지 않아 시험 마칠 때까지 밖에서 따뜻한 음료수 하나 먹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감독방법이라고 생각하여 반드시 시정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행정의 일관성이다. 한국어 시험은 매년 9월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연기가 되더니 결국은
12월의 추운 날씨에 시행하게 되었다. 아예 올해는 시험이 없다는 말도 난무했다. 문제는 시험문제 출제 위원들의 검증과
시험문제의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바뀐 유형에 속수무책으로 당황해 하며 속쓰린 아픔을
겪어야 했다. 세계 속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는 시급한 명제 앞에서 정부는 확실한 대안(전문 시험기관에 의뢰)과 일관된
정책으로 교사 수급에 박차를 가하고 3급 시험에 매달리는 사람들의 현실을 똑바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들의 비전과 희생과
꿈을 짓밟지 말고 이들의 활동을 통해 한국어가 세계로 뻗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 2007. 12. 17. 한국어참사랑 황현종 -
첫댓글 정확하게 지적을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첫시간에 시간이 조금 남아서 엎드려 쉬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화장실 문제는 정말 심각합니다. 스터디에서 많은 분들이 한국문화는 상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번 출제는 지나치게 전문성을 요하는 문제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내년에 시험 감독 기관이 바뀌면 더 큰 혼란이 있을 것 같습니다.
-..-;;... 머리가 띵~ 합니다.
황현종님의 냉철하신 분석력에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군요. 저도 한국문화에서 과락을 맞을것 같아 초조합니다. 어떻게 힘을 실어 큰 목소리를 내볼까요?
두번째 시간, 풀어도 풀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문제들... 정신이 멍해 지더군요. 한국어교사 검증시험에는 인내력 테스트도 포함돼 있는 건가봅니다. ^^;;
아.. 너무 맞는 말만 하셔서 마구마구 공감이 되네요.. 상식을 넘어서는 어이없는 문제도 많았지만 정말이지 4시간 넘게 시험치고 나오는데 뭔가 억울하고.. 머리가 너무 아프더라구요. ㅠ_ㅠ 전 점심도 안 먹고 가서 아주 배고파 죽을뻔 했구요.. 화장실 줄 서느라 휴식시간 20분이 너무 짧았구요, 교실은 추워서 계~~속 기침하고 콧물흘리면서 시험 쳤네요.. 교실에 시계도 하나 없어서 선생님한테 말해서 겨우 갖다놓구요..
선생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무엇보다 시험지를 공개안하니....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니..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요..
정말 공감합니다. 시험보는 내내 마음이 참 불편했습니다. 더불어 시험을 다 마치고나서도 주차료때문에 또 맘이 한번 상했답니다.ㅋ 정말 추웠어요.
맞습니다. 2교시 시험기간이 너무 길어서 난중엔 시험에 대한 긴장이 쫙 풀리고 대충 풀린 눈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이건 정말 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어 교육학에서 평가의 타당도와 신뢰도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시험에 이와 관계된 문제가 나왔나요? 아, 구인타당도 문제 한 개 나온 것 같네요.) 아마도 출제하신 분들은 이게 뭔지 잘 모르시거나 평가 부분 책도 안읽어보고 문제 내신거 같아요. 저의 경우엔 교실도 춥지 않았고, 감독하시는 분들도 설명을 잘 해주셨고, 시간 배분도 잘해서 지루하지도, 조급하지도 않게 시험 잘 보고 나왔는데도 나오면서 좀 욕나오더라구요...내년엔 뭔가 달라지겠죠.
바른 지적 공감합니다. 시험 운영을 하는 기관이 국가기관 아니면 위촉받은 기관일 찌라도 응시자를 고려한 어떤 배려도 찾아 볼수 없었습니다. 쉬는 시간은 20분 시험이 끝나도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고역. 제한시간안에 읽고 마킹하기도 바쁘게 배정된 시간 대부분의 응시자들 연령이 10대도 아닌 30대를 넘어 5,60대의 응시자들이 있다는것을 고려했다면 이런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저같은 겨우는 날씨핑계와 긴장, 갈등의 연속으로 팔에 마비와 어깨 통증으로 몇번이나 팔을 주무르며 끝까지 마킹은 하였지만 아까은 교안 작성은 반도 못하고 종료시간이 되었습니다. 어절수 없이 내년을 기약해야겠습니다.
주차비는 너무 아까웠습니다. 서울대 돈벌어 주기 위한 작전인가요? 서울시내 어디를 가도 행사 본부에서 주차카드를 제공해주는데..... 눈감으면 코 베간다고 하더니 눈뜨고 멀쩡히 당하고 나니 허탈하기까지 했습니다.
특히 한국문화 문제의 어이없음에 대해 정말 분노합니다!!! 한국어 교사가 왜 이런 것들을 알아야 하는지 정말 한국어 교사의 직업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사람들이 문제를 낸것은 아닌지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정말이지 한번에 몰아보기에는 시간상으로도 그렇고 화장실 문제도 그렇고 참 불편했어요. 이틀에 걸쳐 나누어 보면 더 좋을 거 같네요~
그런데 이 시험 통과하면 대책은 있는 건가요? 아니라면 왜 이렇게 어렵고 잡다한 문제를 풀어야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말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더군요. 완전히 질리게 하는 시험...
어제 시험보고 나오면서 다시는 시험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댓글 달고 지우기도 했지만 문화사 문제는 정말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제 두 번째 시간 시험 끝나고 시험지 걷는 감독관이 응시생들 머리에 손 얹고 있으라고 하는데 따르기는 했습니다만 황당 ~ 했습니다 - - ;;
어떻게 그럴수가? 머리에 손을? 초딩으로 본건가? 황당 당황!!!!!
속에 엉켜있는 말 들을 정확하게 지적해 주셨네요. "이동통신 가입자" 심하게 우롱당한 기분입니다. 참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화장실 문제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쉬는 시간이 20분이라지만 제가 시험을 본 교실에서는 5분 전에 교실에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실질적인 쉬는 시간이 15분이라는 이야이인거죠. 저는 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져있는 줄을 보고 안되겠다 싶어서 옆건물로 뛰어가서 화장실을 이용했습니다 .겨우 뛰어갔다 오는데 딱 15분 걸리더군요. 그런데 그때까지도 화장실 줄은 줄어들질 않았더군요. 그 선생님들 모두 어떻게 시험보셨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무슨 난민촌도 아니고......게다가 한국어학 문제는 작년에 비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최악의 2교시 시험시간은 그야말로 시험을 보다말고 나가고 싶더군요.
끝도 없이 계속되는 지루한 문제와의 싸움, 꼬르륵 거리는 위장과의 전쟁, 형광등이 어두워 침침한 교실환경과의 싸움, 피식 웃음이 나오는 어이없는 한국문화 문제의 당혹감을 안정시키려는 심리적인 노력 ^^;; 교안작성하는데 시간도 부족하고 나중에는 손이 벌벌 떨려서 글씨를 잘 써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저히 제대로 작성할 수가 없었습니다. 휴~ 만약 합격한다고 해도 2차 시험은 또 어찌 뒤통수를 칠지 답답합니다. 이것이 정말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수능볼 때 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
저두요 한국문화.. 황현종님께서 지적하신 글을 보며 매우 공감하고 있어요.
저만 그렇게 생각한게 아니었군요^^;
동감입니다.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 죽고 싶었습니다
시험 환경 여건이 그렇게 안좋을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ㅜ.ㅜ 어쨌든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끝까지 시험 마무리 잘하고 오신 모든 분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매 주말마다 먼길도 마다 않으시고 다같이 모이셔서 시험공부 열심히 하시던 선생님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원래 이번에 저도 시험계획이 있었으나 피치못할 사정으로 시험을 내년으로 연기했거든요. 항상 저희들을 위해서 애써주시는 회장님께서 이번에도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셔서 앞장서서 문제 제기를 주셨으니 내년에는 좀 더 개선된 환경에서 모든 선생님들이 시험을 잘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모두들 힘내세요~~ 화이팅!! ^.^
문제는 둘째치고, 열악한 환경은 더욱 할말이 없게 만듭니다. 서울 언어관에서 본사람들은 그래도 괜찮은편.. 멀티관은 10분 지연에, 2교시 10,13번 문젠가요? 같은 것이 두번 나온... 그것 조차 방송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 오신 두분중 한분도 알고 있는데 소수라고 무시 당하기도 하고, 지하철역에서 20분 거리 인 서울대에서 시험을 보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친구중 하나는 헤메다 시험 못보고 펑펑울고
감독관도 어의가 없습니다. 12-5명 정도라고 하지만 한명이 들어오는 경우가 어떤 국가 시험에 있습니까? 저희 방에서는 시간지나고 두명이 체크를 하고 있었는데 앞에 앉아있다는 이유로 실랑이를 벌인 분은 답을 못쓰고, 뒷분은 다쓰고 아닌척 하고, 일년에 두번 시험본다는 이야기는 어디가고 남은 한번도 미뤄지고. 이번 결과에 세계화재단은 어떻게 반응 할까요? 저번처럼 그냥 아무일 없듯이 넘어가겠죠. 속으로 한국어 교사는 커리큘럼도 엉성한 대학원가서 2급 따라고 하겠죠.
정말 공감하는 부분이 많네요! 주관식 문제도 좀 웃겼습니다. 필기 합격하고 면접시험치를때 50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강의안 작성하는 것도 포함되는데 시험문제로 제출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10점씩이나 비중을 두면서... 문제출제에 성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강의안을 작성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교사로써 갖추어야할 항목이긴 하지만, 실기로 이루어지는 부분이기때문에 점수로 판단하는 필기시험 문제로 출제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이 되네요..경력자들에게는 너무 유리하고 경력이 없는 분들께는 너무 불리한 문제였으니까요.. 아무튼.. 시험끝나고 나니 더 암담하네요.. ^^; 이러다 우울증 걸리겠어요 ㅋ
국립국어원이 아니라 한국어세계화재단 홈페이지에 올려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어세계화재단이 국립국어원으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지만 독립적 단체로 검정시험은 국립국어원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두 기관이 한국어에 관한 주도권 싸움으로 상당히 안 좋다고 고소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