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때린 보여주기식 실사…18억 선취수수료 ‘헛방’
[부동산펀드의 배신⑤] (대한금융신문)
법률·세무실사는 현지서 진행한 반면
시장실사는 기존 보고서 참고에 그쳐
가장 중요한 ‘선순위 매각’ 시장상황은
발생시점보다 두 달이나 늦게 공시
[이지스글로벌 229호]
시장실사를 등한시하는 행태는 다른 부동산펀드에서도 포착된다.
벨기에 펀드와 함께 전액 손실 사태가 터진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 역시 현지 법무법인과 함께 법률·세무실사를 했으나 시장실사는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
이 같은 관행은 금융투자협회가 마련한 대체투자펀드 리스크관리 모범규준과도 배치되는 실정이다. 모범규준 제5조는 국내자산뿐 아니라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충분하고 적합한 현지 실사(on-site due diligence)’의 과정을 거쳐 투자자 보호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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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해외 부동산펀드의 전액 손실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판매 증권사는 안전성을 강조하며 투자를 권유했지만 위험의 본질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펀드를 조성한 운용사가 부실하게 사업을 진행한 정황도 포착됐다. 대한금융신문은 부동산펀드의 판매 실태와 구조적 문제를 상세히 들여다보는 한편 이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해 본다.
시장실사란 시장에 직접 나가 기존 자료에서 구할 수 없는 자료나 실태를 조사하고 상황을 분석하는 일이다.
‘한국투자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2호(벨기에 펀드)’의 시장실사는 소액으로 대강 진행된 보여주기식에 그쳤다는 평가다. 투자자가 한국투자증권 등 판매사에 18억원에 달하는 선취수수료를 낸 것과 대조적인 행태다.
리서치로 때운 시장실사…장밋빛 전망만
벨기에 펀드의 시장실사가 부실하게 이뤄진 정황은 투자설명서를 통해 확인된다.
투자설명서에 명시된 건물 매입부대비용에 따르면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측은 1000만원을 들여 시장실사를 진행했다. 반면 법률·세무실사엔 5억원을 지출했다.
법률·세무실사 비용과 시장실사 비용이 두드러지게 차이 나는 건 현지 실사 진행 여부에서 비롯된다.
한투리얼에셋운용은 영국 법무법인 앨런앤오버리(Allen&Overy)·네덜란드 법무법인 로이엔스앤로에프(Loyens&Loeff)와 함께 현지에서 법률·세무실사를 진행했다.
투자설명서는 “법률실사 결과, 본 건 매도인(자산의 이전 소유인)인 악사 벨기에(AXA Belgium)는 적법하게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며 “법률실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임대차계약은 적법하게 체결돼 있고, 임대차 기간 만료 시 임차인인 (벨기에) 정부건물관리청이 임차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시장실사의 경우 현지에서 진행한 것이 아닌,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JLL(존스랑라살)의 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성이 배제된 시장실사의 범위는 임대료·공실률·투자수익률 등에 한정돼 있었다. 중·후순위 대주가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을 알고도 원금을 회수하려는 해외 금융사(선순위 대주)의 관행이나 우리나라 오피스 시장 거래규모의 절반도 못 미치는 벨기에 시장의 협소한 사정은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
현지 오피스의 매매가 추이와 과거 비슷한 유형의 매각 사례조차도 없었다.
시장실사를 등한시하는 행태는 다른 부동산펀드에서도 포착된다. 벨기에 펀드와 함께 전액 손실 사태가 터진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 역시 현지 법무법인과 함께 법률·세무실사를 했으나 시장실사는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
이 같은 관행은 금융투자협회가 마련한 대체투자펀드 리스크관리 모범규준과도 배치되는 실정이다. 모범규준 제5조는 국내자산뿐 아니라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충분하고 적합한 현지 실사(on-site due diligence)’의 과정을 거쳐 투자자 보호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투자는 기관투자자조차 골머리를 앓는 일인데, 개인투자자의 경우 언어 장벽·물리적 거리 때문에 기관에 비해 정보 접근성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투자자들이 현지 상황을 상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선순위 매각 이미 알려졌는데…공시는 두 달 지각
이런 가운데 한투리얼에셋운용은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 상황을 뒤늦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순위 대주의 일방적인 자산 매각 소식을 발생 시점으로부터 두 달가량 흐른 뒤 공시한 것이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이자 전문 매체인 코스타(Costar)는 벨기에 펀드의 선순위 대주인 영국 생명보험사 로쎄이(Rothesay)가 벨기에 오피스를 매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코스타의 보도 시점은 지난해 10월 14일이다.
코스타는 “로쎄이가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CBRE에게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투아송도르 빌딩을 매각하도록 지시했다”며 “한국투자신탁운용(현 한투리얼에셋운용)은 이 건물을 1억4600만유로에 인수했었다”고 보도했다. 기사가 작년 10월에 나온 것을 감안하면 물밑 작업은 그 이전부터 진행됐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당시 한투리얼에셋운용은 해당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투리얼에셋운용이 자산 매각 소식을 공시한 건 지난해 12월 17일이다.
부동산집합투자기구(부동산펀드)는 자본시장법 89조에 따라 부동산 관련 권리 변경을 지체 없이 공시해야 하는데 이를 곧바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벨기에 펀드가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엑시트할 최후의 기회마저 인지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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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실태는 향후 금융감독원 조사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2월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 투자 현안 설명 브리핑을 열고 금융사에서 진행한 부동산 투자의 적절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김병칠 금감원 부원장보(현 부원장)는 “손실 발생 가능성이나 펀드 향후 처리 방향에 대해 충분한 공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며 “향후 금융사들을 검사할 때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를 하면서 모범규준을 제대로 지켰는지도 포함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이삭 기자 gija824@kbanker.co.kr
첫댓글 대신금융그룹이 이지스자산운용 2대 주주인가요? 3대주주인가요?
하옇든 이지스랑 이거 팔았으면 책임 제대로 져야죠.
보니까 규정 (대체투자펀드 리스크관리 모범규준)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구먼
기사 자체가 증거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