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마음, 어버이 마음
말라 3,13-20; 루카 11,5-13 /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2023.10.12.; 이기우 신부
사람은 보는 대로 가고 듣는 대로 말합니다. 보지 못하면서 갈 수 없고 듣지 못한 것을 말할 수 없습니다. 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도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창조하신 사람들이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 보고 그 말씀을 듣는 대로 말할 수 있도록 구세주를 보내셨습니다.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우리가 보아야 할 빛이요 우리가 들어야 할 말씀이십니다.
오늘 독서인 말라키 예언서는 이러한 이치를 모르는 세상 사람들이 보여주는 무도한 현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세상에서는 하느님을 믿지 않기 때문에 예수님을 보지 않고 그분 말씀도 듣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분을 믿는다고 돈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 악을 저지르는 자들이 오히려 잘 나가고 죄를 저질러도 벌도 받지 않더라!” 지위와 학벌과 돈이 판을 치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을 집행해야 할 검사들이 도리어 법을 앞장서서 어겨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위법과 탈법으로 돈을 부당하게 벌어도 큰 소리 치며 삽니다. 법에 따라 재판해야 할 판사들이 억울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도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나중에 그가 무죄로 판명나더라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며 출세길을 달려나가곤 합니다. 그런 허접한 인사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주더니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국격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민낯입니다.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책임을 내팽겨치고 오히려 주어진 권한을 자기 출세와 치부를 해서 실망을 주고 있는 허접한 인사들은 판검사만이 아닙니다. 기자들도 그렇습니다. 국민의 눈과 귀가 되고 입이 되어야 할 언론이 거짓을 전하고 그로 인해 치부를 해도 그 어떠한 처벌도 없으니 진실을 알고자 하는 개인 언론들이 진실을 찾아서 서로의 눈과 귀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섬기지 않고 구세주를 믿지도 않는 자들이 이끌고자 하는 무도한 세상에서 벌어지는 거짓과 불의와 위선이 가득합니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 그 지식을 올바르게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도한 세상입니다. 기자 언론인보다 더한 영예를 누리는 대학 교수 박사들도 사정은 똑같지요. 하느님께 이르는 진리를 추구하고 알려주기보다 알량한 지식을 무기삼아 무신론을 퍼뜨리는 무도한 자들이 수두룩합니다.
말라키 예언자는 이런 무도한 세상이 심판받으리라고 경고했습니다. 즉, “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검불이 되리니 다가오는 그날이 그들을 불살라 버리리라”(말라 3,19). 하느님의 심판은 악인들의 죄악을 처벌하는 것으로 그치지 아니하고 의인들의 선행을 상주는 것으로 나아갑니다. 부모가 자기들을 섬기는 자식을 아끼듯 하느님께서도 당신을 섬기는 이들을 아끼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마음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이를 잘 아시는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에게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세상을 심판하시는 역할을 맡기셨습니다. 마태오 복음 19,28의 말씀입니다. 그 엄중한 심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끈기있게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루카 11,9).
이러한 심판을 하기 위한 기준이 나머지 조건입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성령의 이끄심이 그 기준입니다. 하늘의 섭리와 자연의 순리와 세상의 이치로 나타나는 성령의 이끄심에 우리는 순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악행을 처벌해서 악인들이 세상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끈기있게 노력해야 하지만, 그 기준은 물로 이루어지는 심판의 방식도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기준을 가톨릭교회에서는 사랑이요 진리이며 정의라고 가르칩니다. 그 방식은 고해성사에서 이루어지듯이, 죄악을 정확하게 성찰하고, 그 죄악을 진실한 마음으로 뉘우쳐야 하며, 정직하게 스스로 그 죄악을 고백해야 하고, 죄악으로 인해 입힌 피해를 보속해야 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이 용서해야 합니다.
자녀를 낳아 기르는 부모의 마음은 잘못을 저지를 때 바로 잡아 주고 잘 했을 때 칭찬해서 가정을 성화시키려 하는 것이듯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사람을 내신 하느님의 마음도 죄악을 처벌해서 바로 잡아주고 의인들이 그 역할을 하도록 성령을 보내셔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청하라고 분부하셨습니다. 하늘의 섭리를 따르고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세상의 이치를 무시하지 않는 삶을 이룩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와는 어긋나는 사탄의 유혹도 실제 존재합니다. 즉, 심판은 하느님께만 맡겨드려야 하고 내세에 이루어지는 것이니, 현세에서 믿는 이들은 그저 기도만 열심히 하고 착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하거나 가르치는 일이 그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기준으로 하고,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서 악을 선으로 변화시키려는 믿는 이들의 노력이 세상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에덴 동산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교우 여러분!
성경에 나오는 첫 사람 아담과 하와처럼, 여러분도 아담이요 하와입니다. 여러분의 가정과 현실을 하느님께서 거하시는 에덴 동산으로 가꾸십시오.
첫댓글 저번주부터 신부님께 질문이 있어서 질문에 대해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답이 딱~~ ㅎㅎ
이러면 제가 질문을 못해요. ㅎㅎ
감사합니다.
성령의 이끄심에 잘 따르겠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