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슈] ‘라임펀드 사태’ 5년,
대신증권은 왜 일선 직원에게 책임을 묻는가 (더퍼블릭)
대신증권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자사 직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를 불완전판매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부당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직원 개인에게 떠넘기는 방식은 정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2019년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고수익을 내세워 자금을 모집한 뒤, 돌려막기와 환매 중단으로 약 1조6000억 원대의 피해를 낳았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 펀드 운용과 판매 전반에서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실패가 드러났고, 대신증권 역시 주요 판매사로서 관련 제재와 손해배상 조치를 받아왔다.
이번 구상권 청구는 경영진 책임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은 오너 3세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이다. 양 부회장은 라임 사태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오너 4세까지 지분율을 확대하는 등 그룹 내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오고 있다.
즉 대신증권이 오너일가의 책임을 회피하고 경영권 강화를 위한 ‘꼬리 자르기’로 구상권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내·외부에서 이어지고 있다.
라임펀드 판매 직원들에 최대 수억원 청구
[더퍼블릭=손세희 기자] 1일 대신증권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자사 영업직원들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구상권은 타인의 빚을 대신 갚은 사람이 그 금액을 채무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대신증권의 구상권 청구는 SGI서울보증의 신원보증보험을 통해 이뤄졌다. 회사가 직원의 불완전판매로 입은 손실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가 해당 직원에게 해당 금액을 구상하는 구조다.
이번 구상권 대상은 대신증권 반포WM센터에서 라임펀드를 판매한 직원 12명으로, 총 청구 금액은 약 18억원에 달한다. 인당 청구 금액은 5000만원에서 2억4000만 원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펀드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서 1조6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낳은 금융 사고다.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수익률을 ‘돌려막기’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쏟아지자 그해 10월 펀드 환매를 중단했다.
이후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 라임 펀드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 뿐 아니라 판매 과정에서의 불완전판매 문제도 드러나며 여러 금융사와 투자자 간 소송이 이어졌다.
대신증권은 당시 라임펀드의 주요 판매사 중 하나였다. 2021년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대신증권 반포WM센터에서 장기간 불완전판매가 있었음에도 본사가 이를 제때 통제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투자자 1인에 대한 손해배상 비율을 최고 한도인 80%로 결정했다.
구상권 청구에 대해 대신증권은 “이미 회사 측은 1000억이 넘는 배상금을 고객에게 지급한바 있고, 이번에 보증보험을 통해 직원에게 청구된 금액은 전체 금액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소 금액”이라며 “직원들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고객에 대한 책임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이뤄진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구상권 청구 논란 확산...노조 ‘경제적 살인’
대신증권 노조는 라임펀드 사태의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사측의 구상권 청구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대신증권지부는 지난달 8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구상권 청구 철회를 촉구했다. 동시에 금융당국의 부실한 감독에 항의하는 뜻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라임펀드 판매 직원과 라임펀드 피해자모임 대표도 함께 참석했다.
기자회견에서 오병화 대신증권 노조 지부장은 “라임펀드 사태는 경영진의 무책임한 상품 선정과 리스크 관리 실패에서 비롯된 조직적 문제”라며 “수억원대의 구상권을 직원에게 청구하는 것은 사실상 경제적 살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은행과 다른 증권사들 어디에서도 회사의 지침에 따라 판매된 펀드에 대해 직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한 전례가 없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미비와 금융사의 상품 검증 및 내부통제 실패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은 지점 직원들이 본사 심의를 거치지 않은 자체 제작 자료를 통해 상품을 판매한 불완전판매가 고객피해를 일으킨 1차적 원인인 만큼 최소한의 책임을 부과하는 조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은 ‘담보금융 90%’, ‘연 8% 이상의 준확정금리’, ‘상품 손실 가능성 0%에 수렴’ 등의 허위 내용을 포함해 라임펀드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대신증권은 2021년 12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와 해당 영업점 폐쇄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측의 주장은 오히려 회사가 내부통제와 직원 교육 책임을 회피한다는 반증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구상권 청구, 오너家 경영권 강화 위한 ‘꼬리 자르기’?
노조는 대신증권이 양홍석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를 보호하기 위해 펀드 판매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라임펀드 사태의 구조적 통제 실패에 대한 총 책임자로 양 부회장을 지목했다.
노조에 따르면 오너 3세인 양 부회장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이후 회사는 자산영업을 집요하게 강조해왔는데, 특히 반포센터를 대표 영업점으로 내세워 라임펀드를 집중적으로 판매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라임펀드가 대거 판매된 2017~2018년 당시 양 부회장은 대신증권의 WM사업단과 리스크관리·준법지원 부서를 총괄하며 핵심 부서를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대신증권 측은 양 부회장 역시 라임 사태로 징계를 받은 만큼 책임 회피는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당시 금융위원회는 양 부회장에게 문책 경고보다 한 단계 낮은 ‘주의적 경고’ 수준의 징계를 내린 바 있어 사실상 형식적인 처분에 불과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논란은 단지 내부 책임소재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영진을 상대로 한 주주대표소송을 피하려는 전략으로서 구상권이 활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 등 대신증권 소액주주들은 2023년 11월, 라임펀드 사태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양 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 3인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 제기 요청서를 감사위원회에 전달했다. 그러나 대신증권은 한 달 뒤인 12월 26일 해당 요청을 거부했다.
바로 그 사이 회사는 12월 16일에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판매 직원들에게 변상명령을 내렸고, 12월 25일에는 변상금 최고서를 발송했다. 구상권 청구는 12월 말 보험금 청구 시한에 맞춰 마감됐다는 회사 입장에도 불구하고, 시기적 배치가 지나치게 정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구상권 청구가 오너일가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라임 사태를 직원들의 ‘개인 일탈’로 선그음으로써, 경영진은 책임 논란에서 한 발 비켜서게 되고, 경영진이 보호받는 구조 속에서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손쉽게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실제 라임펀드 사태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오너일가는 회사 지배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양 부회장의 장남 양승주 군(2011년생)은 지난 4월 한 달간 장내 매수를 통해 약 17억원(10만2384주) 규모의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 이에 따라 양 군의 지분율은 0.19%에서 0.3%로 증가했다.
양 군은 2020년부터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두고 오너 3세에 이어 4세까지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대신증권의 최대주주는 양홍석 부회장(10.68%)으로, 모친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2.79%), 누나 양정연 씨(1.43%), 자녀 양채유·양채린 양(각 0.09%) 등 가족 지분을 모두 합치면 15.5%에 달한다. 이는 양 부회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기 전인 2020년 말보다 약 3%p 늘어난 수치다.
더퍼블릭 / 손세희 기자 sonsh821@thepublic.kr
첫댓글 대신증권을 아주 잘 아는 기자분이시네
국감현장에서 봅시다
이제 기사내릴 힘도 돈도 없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