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209]
강원 영동 지역 곤드레밥
서해나 남해 섬마을에서는 쌀, 보리 고구마 등 식량이 바닥을 드러내면 바닷가로 달려갔다. 톳을 뜯고, 굴을 까서 밥을 지을 때.보됐다. 제주도에서는 조수 웅덩이나 얕은 바다에서 보말이나 깅이(게)를 잡아 죽을 쑤었다. 이것이 섬마을 대가족이 배를 곯지 않고 보릿고개를 넘기는 비책이었다.
그럼 동해안 바다 마을은 어땠을까. 강릉 동해, 삼척 그리고 고성과 양양과 울진 등 영동 지역에서는 가까운 바다를 뒤로하고 산으로 올라갔다. 울진도 한때 강원도 영동 지역에 속했다. 그곳에는 참나물, 곰취, 고비, 고사리, 두룹, 방풍, 곤드레 등 산나물이 많았다. 그중 방풍, 곤드레, 곰취, 고사리 등 찾는 사람이 많은 산나물은 밭에서 재배 했다. 특히 곤드레는 잡곡과 함께 밥을 지어 먹던 구황작물이었다. 식량자급이 이루어진 뒤에는 향토 음식으로, 고속도로와 KTX 개통으로 방문객이 많아지면서는 관광객이 찾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곤드레밥 전문집이 울진, 삼척, 강릉 바닷가에 생겨났다.
곤드레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서늘하고 습도 높은 곳을 좋아해 낙엽이 두툼하게 쌓인 고지에서 잘 자란다. 봄눈이 많고, 여름에도 서늘한 영동 지역 산지는 곤드레가 좋아하는 서식지다. 지척이지만 산 너머 영서 지역에는 귀한 산나물이다. 곤드레꽃을 보면 엉겅퀴꽃을 닮았다. 식물도감에도 곤드레를 고려엉겅퀴 (Cirsium setidens)라 했다. 5월부터 6월까지가 제철이며, 여러 차례 채취한다. 곤드레는 처음에는 쓴맛이 올라오다 나중에 단맛으로 바뀐다. 몸에 좋은 음식이나 식재료의 특징이다. 주로 나물이나 국거리나 볶음용으로 쓰지만,
생선조림을 할 때 밑에 놓기도 한다. 울릉도 물엉겅퀴와 마찬가지로 부드럽고 잎이 질기지 않아 국을 끓이고 나물로 무쳐 먹기 좋다.
곤드레는 봄철에 채취해 살짝 데친 후 말려서 통풍이 잘 되는 자루에 담아 보관한다. 곤드레밥을 지을 때는 물에 두어 시간 불린 후 삶아서 밥과 함께 안친다. 곤드레밥이 지어지면 취향에 맞게 준비한 양념장으로 비벼 된장국과 함께 먹으면 좋다.
전남대 학술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