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물날
제목 : 재미있는 수학 공부
옹달샘 수학 공부는 셈 공부로 봄학기까지 받아올림이 있는 덧셈 공부를 꾸준히 해왔습니다. 보수로 가르기와 모으기를 해서 받아올림이 없게 만든 다음에 더해서 답을 찾는 것을 해와서 이제 문제를 내면 다들 척척 잘 풀 정도가 되었습니다. 도형은 주로 선 그리기를 하면서 삼각형과 사각형의 특징을 알아보는 공부를 했습니다. 실제 구체 물건을 가지고 도형 공부를 하는 건 가을학기쯤 집중해서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학은 대체로 어린이마다 좋고 싫음이 뚜렷하게 갈리는 공부인데 올해 옹달샘 어린이들은 대체로 수학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잘 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큽니다. 그래서 수학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재미를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재미있는 수학 공부는 작년부터 줄곧 고민하고 있는 ‘수학을 어떻게 하면 어렵지 않게 여기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까?’에서 시작된 공부입니다. 학년마다 꼭 배워야 하고 이뤄야 할 기본 성취 목표가 있는데 수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어려워하는 어린이들이 꼭 있어서 어느 정도로, 어떻게 가르칠까가 늘 고민입니다. 그래서 수학이 어디 먼 우주에서 온 게 아니라 우리 곁에서 재미난 놀이처럼 가까이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 고민에서 작년에 재미있는 수학 문제를 2주에 한 번꼴로 냈고 문제를 풀어보려고 이렇게도 했다가 저렇게도 해보는 애씀과 문제를 풀었을 때 성취감이 잘 이어졌습니다. 작년에 아이들이 꽤 좋아하고 즐겼던 걸 기억하고 올해도 문제를 냈는데 생각보다 관심이 없습니다. 몇몇 아이들은 문제를 보고 답을 맞히려고 저에게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나머지 아이들은 크게 관심이 없어서 결국 봄학기 중간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그다지 관심 없고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없으니 다른 걸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했던 것이 숫자 카드 놀이(기억하기 놀이), 스도쿠, 칠교놀이, 스트링아트가 있습니다. 숫자 카드 놀이와 칠교놀이는 짝끼리 하면서 엄청 집중하면서 좋아했던 게 기억나고 스도쿠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다 풀고 싶은 마음에 낑낑대면서도 저마다 풀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스트링아트는 곧은 선을 줄곧 그으면서 굽은 선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했던 게 기억납니다. 수학이 꼭 수를 가지고 더하고, 빼는 것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신기하고 재미있고,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공부라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불러일으켰다면 재미있는 수학 공부를 하는 뜻이 살아나겠지요.
옹달샘에서 여름학기에 애써 해야 하는 수학 영역은 길이 재기입니다. 해마다 2학년은 대나무 자를 만들어 학교 곳곳에 있는 물건과 공간을 재는 공부를 합니다. 내 신체 부위를 가지고 재기도 하면서 어느 정도 길이가 될지 어림도 해보고 실제 길이와 얼마나 다른지 견줘보기도 합니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수와 단위가 아이들이 직접 한 뼘 한 뼘, 또는 걸음을 걸으면서 몸으로 익혀지고 이해가 됩니다.
아침나절 수학 공부로 길이 재기를 들어가려고 아이들에게 문제를 냈습니다. <맑은샘학교에서 양지마을, 환경사업소 버스 정류장까지는 몇 미터일까요?> 2년째 학교를 다니면서 제법 익숙하게 다닌 곳인데 거기까지 거리가 얼마나 될지 아이들이 생각을 했을까요? 제 짐작이긴 하지만 멀다라고 느끼거나 멀지 않다고 느끼는 둘 가운데 하나였을 것 같습니다. 바깥에 나가면 온통 장난칠 거리와 동무와 이야기 나눌 게 끊이질 않거든요. 머릿속으로 학교에서 하리공원을 지나 철물상을 돌면 보이는 버스 정류소까지가 과연 몇 미터일지 가늠해 보고 저마다 발표를 합니다. 몇 미터가 될지 가늠이 잘 되는 아이가 있어 옹달샘 어린이 가운데 키가 가장 큰 해솔이에게 부탁해서 서게도 하고 눕게 하기도 했습니다. 해솔이는 키가 132cm이니 1.32m로 바꿀 수 있는데 아직 소수를 배우지 않기 때문에 0.3m는 1미터를 3조각으로 나눈 것 가운데 한 조각쯤이라고 알려주고 다시 거리를 어림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가장 짧은 거리가 120m이고 가장 긴 거리가 800m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까닭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거리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실제 걸으면서 거리가 어떻게 될지 재보기로 했습니다.
손바닥 공책과 연필을 들고 나온 아이들에게 걸음 수를 잴 거고 50걸음이나 100걸음마다 자기가 알아볼 수 있는 표시나 그림을 그려서 나중에 전체 걸음 수를 알아보자고 했습니다. 너나들이 주차장 입구에서 가로로 길게 선 아이들이 저마다 숫자를 입으로 말하면서 자기 걸음 수를 셉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걸으면서 걸음 수를 세고 있는 지 보고 있노라니 웃음이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웃기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정말 진지하게 자기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해 있는 걸 볼 수 있어서 놀랍기도 합니다. 다른 동무들이 세는 숫자와 자기가 세는 숫자가 헷갈리면 안 되니까 귀를 막고 걷는 아이가 있습니다. 또 100걸음을 걸었는데 멈춰서 손바닥 공책에 표시를 하지 않고 걸어가는 아이가 있어 도움말을 줘야 하는 어린이가 있기도 합니다. 또 평소에 걷는 보폭보다 일부러 더 크게 걷기도 합니다. 한 걸음씩 발을 떼고 놓으면서 숫자를 세야 하는데 그냥 평소 걷는 것처럼 걸으면서 숫자를 말해서 실제 걸음과 숫자가 틀리기도 합니다. 도움말을 주고 싶지만 워낙 진지하게 집중해서 자기 나름으로 걸음 수를 세고 있으니 그냥 내버려 둡니다. 또 50, 100단위로 세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수를 세면서 걷기도 하는데 100이 넘어가니 세는 데 한참 걸리다 보니 다른 동무들보다 뒤처져서 걷는데 선생이 할 일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길을 살펴봐 주고 기다려 주는 것입니다.
양지마을, 환경사업소 정류장에 닿아서 몇 걸음인지 물어보니 모둠방에서 거리를 가늠한 게 다 달랐던 것처럼 이번에도 다들 다릅니다. 아까 아이들이 걷는 것을 본 것 가운데 자기 기준에 따라 걷는데 걷는 만큼 걸음 수가 정확하지 않게 되는 까닭을 도움말로 주고 되돌아가면서 다시 걸음 수를 재보자고 합니다. 아까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고 한 번 해본 게 있으니 이번에는 더 정확하게 하겠지라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저마다 자기 속도대로 걸어가고 있는데 CU 쪽에서 김경미 선생님과 희주민주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아이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데 아이들은 자기 걸음을 세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아이들에게 말 걸면 안 된다고, 지금 숫자를 세야 한다고 했더니 공부로 뭔가 하는 걸 눈치채고 웃으면서 지나쳐 갑니다.
학교에 돌아와 조금 쉰 다음에 저마다 센 걸음을 발표했더니 600걸음에서 832걸음까지 꽤 차이가 나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라고 물었더니 이미 답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마다 보폭이 달라서 걷는 정도가 달라서, 걸음 수를 까먹거나 가야 할 길을 곧게 가지 않고 살짝 돌아가서, 빨리 걷는다고 잰걸음으로 걸어서, 누구는 다리가 길고 누구는 다리가 짧다는 따위로 똑같은 거리를 걸어도 저마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까닭을 아이들은 걸으면서 눈치채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실제 걸은 것을 바탕으로 다시 거리가 얼마나 될지 어림해서 고쳐보라고 했더니 아까보다 아이들이 서로 비슷한 길이를 이야기합니다. 처음과 달라지지 않은 아이도 있지만요.
아이들이 정확히 몇 미터냐고 답을 알려달라고 성화여서 답을 알려줬습니다. 496m입니다. 496은 500과 가깝다는 것을 아이들도 알고 있고 500이 두 번 있으면 1000이 된다는 것도 큰 수를 배우지 않았더라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정류소까지 갔다 온 거리가 대략 1km가 된다는 것을 몸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모둠 방과 학교 공간 안에서 작은 길이를 재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가 잘 아는 길 길이를 어림해 보고 실제 걸으면서 수를 세고 기록하는 공부도 했으니 오늘 수학으로 엄청난 공부를 한 셈입니다.
‘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는 여전히 저에게 있어 큰 부담과 고민을 안겨줍니다. 책상 위에서 수를 가지고 계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수와 도형을 만나고 실제와 추상을 넘나드는 경험을 자주 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오늘 한 것과 같이 활동 수학 또는 일놀이 수학으로 펼칠 수 있는 꼭지를 더 찾고 아이들이 수학에 더 빠져들 수 있는 물음을 던질 채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학은 제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자신이 없지만 아이들은 수학을 가지고 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저는 조금씩 수학의 재미를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규칙을 찾아낼 때, 겉으로만 봐선 보이지 않던 것이 생각을 뒤집거나 해서 속을 알게 되었을 때 얻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하고 손바닥을 탁 내리치는 그 순간. 그 순간이 수학이 정말 재밌어지는 거라고 여겨집니다. 그런 순간이 우리 아이들에게 종종 다가오기를 바라고 수업 채비에 더 애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