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7집 [꽃, 내게로 와서 울었다]
살갈퀴, 가슴 저리다
겨울 징검다리를 이제 막 건너온 것들은 모두 다 여리다
가냘프게 여린 것들이 목숨만큼은 아주 끈질기게 강인하다
그러므로 겨울을 지나온 바람이 살에 닿으면
온몸 구석구석 갈퀴들이 쭈뼛쭈뼛 날 세워 일어선다
길게 덩굴지지도 못하는 몸뚱어리
기어오를 데라곤 아무것도 없는 키 낮은 광막한 풀밭에서
겨우 제자리만 뱅뱅 돌고 돌면서 어쩔 줄 모르는데
햇살은 또 왜 이리 눈부신 것이냐
갈퀴로 봄을 긁어 끌어당기면
그대 가슴에 기대어
이번 신록에도 다시 함께 꽃 필 수 있을까
빙글빙글 제자리 맴돌며 허공만 휘젓다 어지러워
찬란한 봄을 놓쳐버린 오후
내려앉았던 벌 나비도 비틀비틀 온몸 비비 꼰다
그래도 어쩌다 한두 송이 피어나는 꽃이
스스로도 대견스럽고 황홀하여
늘어지는 봄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또 붙잡고 매달리느니,
가지 말아라 이 환장할 봄이여
뒤늦게 컬러로 그리는 우리 늦사랑의 수채화
바람 한 점 없이 뾰족뾰족한 햇살만 캔버스에 녹아들고,
저만치서 시커멓게 해일처럼 밀려드는 세월 앞에
짧은 추억으로 오래도록 남을
발그레 얼굴 붉힌 꽃잎 한 장 덩그러니, 가슴 저리다
※ 살갈퀴 : 콩과의 두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밭이나 들 또는 산기슭의 낮은 곳에 자생하는 덩굴식물이다. 줄기는 밑부분에서 많이 갈라져 길이 150cm까지 옆으로 자라고 전체에 털이 있으며 원줄기는 네모진다. 잎은 어긋나는데 3~7쌍의 작은잎으로 구성된 짝수깃꼴겹잎으로 줄기 끝에는 갈라지는 덩굴손이 있다. 작은잎은 거꾸로 된 계란형 또는 넓은 계란형이며 끝이 뭉툭하거나 둥글고 가장자리에 잔털이 있거나 밋밋하다. 턱잎은 2개로 갈라지며 흔히 톱니가 있고 1개의 선(線)이 있다. 5월에 나비 모양의 홍자색 꽃이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꽃자루가 나와 한두 송이씩 달린다. 꽃자루가 짧고 꽃받침조각은 5장으로 끝이 뾰족하게 갈라진다. 6~7월에 협과의 꼬투리 열매가 검은색으로 익는데, 편평하게 납작하고 겉에 털이 없으며 10개 정도의 검은색 씨(종자)가 들어있다. 봄에 어린잎과 줄기를 삶아 나물로 먹거나 새순을 데쳐서 무쳐 먹기도 하며 열매는 콩이 여물기 전에 튀김을 하거나 데쳐서 볶아 먹는다. 한방에서 ‘대소채(大巢菜)’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퇴비나 사료로 이용하며 밀원용으로 심기도 한다. 유사종으로 ‘가는살갈퀴’가 있는데, 여러해살이풀로서 작은잎이 선상(線狀) 긴 타원형으로 가늘고 덩굴손이 3갈래로 갈라지는 점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