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바깥 활동에 나섰다.
엔지오 교육이 끝나자마자 다시 타오르는 마음과 영혼을 어쩌지 못하고
앓고 난 끝에 평화 활동가들과 서울과 제주에서 함께 지냈다.유엔 총장 이었던 코피아난이 만든 기구 세계 분쟁 갈등 예방을 위한 시민 사회연대 (GPPAC) 의 평화 교육자 대회(IPEC)가 11월 12일부터서울에서 시작해 제주까지 거의 일주일간 열렸다.
평화분과에서 활동하는 18개 나라의 평화 활동가들이 참여해 각 분야에서 활동했던 내용들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우리 나라도 여러 단체 이매진 피이스, 개척자들, 한국 아나벱티스트(KAC)... 많았다. 아이가 수능을 보는 날이라 처음부터 참가하기는 어려웠지만 제주와 서울에서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전엔 주로 중동지역 사람들과 만났었는데 이번엔 다른 여러나라 분쟁 지역에서 직접 활동했던 사람들이 온다기에 귀가 솔깃했다.
그런 자리에 가면 일단 듣는 편이다.
통역하는 사람이 있지만 빔으로 보면서 그사람들 표정을 보면 어느정도 느낌이 전해진다.
제주에서는 친할 기회가 거의 없었고 나 역시 불쑥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고 그런 자리에서는 농담을 잘 하지 않는 편이라 어려웠다. 영어도 못하니 대충 알아 들으며 표정으로만 주고 받았다.
그러다 마지막날 23일밤 엠마가 나한테 오더니 옆서에 주소를 적어 달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다음날 제주에서 헤어지고 24일 밤에 다시 서울 유네스코 회관에서 엠마가 동티모르에서 1 년간 자원 활동가로 지냈던 내용을 발표했다.
동티모르 음식, 아이들과 지내는 모습. 사람들의 일상... 불편한 삶이 불행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엠마와 지내는 시간들은 환해보였다.
동티모르도 포루투칼, 일본, 인도네시아 로부터 470여 년간 식민 지배였던 나라다. 강대국의 침묵속에서 전체 국민의 4분의 1, 20만 명이 기아와 학살로 죽었다.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했다 하더라도 그런 곳에 1 년간 삶이 쉽지는 않아 보였다.
엠마가 손수 그린 그림속에는 사람들의 애정과 평화 자체였다.
엠마는 힘찬 목소리와 그때 지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웃기도 하고 무겁지 않게 발표해서 편함도 있었다.
사람의 영혼은 진정 통하는 것일까? 생각지도 않은 인연이 시작되었다.
포럼이 끝나고 혼자 지하철을 타러 을지로 입구역에 왔는데 그곳에서 엠마, 코니. 도라(한국인 통역사 한정애씨)... 여러 사람을 만났다. 다시 만나 반가워 포옹하며 사진 찍고 그들은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양평 국수역까지 간다고 헤어졌다.
안타까웠다.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국수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려면 몹시 피곤하겠다.
자원 활동가들은 그렇다.
내 몸과 다리 품을 팔아 걸어 다니고 최소한의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어려움속에 행복과 평화의 즐거움을 찾는다.
무소유에 가까운 행복은 가깝게 다가가지 않으면 느끼기 어렵다.
그리고 다음날 밤 엠마와 코니가 우리 집에서 대만으로 출국전에 머물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이 좋은 기회를 그냥 지나 갈 수 없어 집에 빔프로가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나눠보자 제안을 했고 엠마는 좋다고 했다
바로 아침에 아이들에게 문자와 고마리 글쓰기 카페에 공지를 날리며 간식도 부탁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 올 시간이 되니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열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어머님들은 잡채, 부침개, 과일과 갖가지 찬거리를 보내 주셨고
올해 고등학교 2학년 준혁이 어머님은 상차림까지 해 주셨다. 아이가 공부하느라 못 와서 당신이라도 오고 싶었다고
참으로 고맙고 행복했다.
6시 30분에 엠마와 코니가 들어오자 아이들은 박수로 맞이한다. 환영하는 그린 그림을 들고 노래도 불렀다.
아들 녀석 덕에 빔이 설치되고 엠마는 아이들에게 평화 그림을 그리고 자신의 이름도 쓰라고 했다.
아이들 중에 영어를 잘 하는 녀석들도 있는데 쑥스러운지 듣기만 하고, 한정애씨는 마침 용산에 있어 아들 녀석이 통역을 해서 수월하게 진행됐다.
little bit 노래를 부르며 사람이 한명씩 나와 이름을 말하고 그림을 설명하는데 재미있는 소개방식이었다.
그리고 동티모르에서 아이들과 활동했던 사진들을 보여주며 페트병으로 풍차도 만들고 몸을 약간 구부리고 무릎에
앞에 있는 친구가 앉으면 허리를 잡고 노래를 부르면서 걷는 몸놀이도 하니까 아이들과 금세 친해졌다.
동티모르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과일, 생활 모습을 볼 땐 아이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 3세계 사람들 삶을 책으로만 보고, 듣다가 실제로 보니까 가슴이 아픈 모양이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모두 인도 아이들과 결연을 맺고 있다.
평화 책을 읽거나 자료를 보며 공부 하면서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자고 하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친구로 만나는 결연이나 조금씩 모을 수 있는 돼지 저금통이다.
일회성은 이벤트나 마찬가지이기 때분에 잘못하면 자신이 누구를 도와줬다는 자기 만족에 빠지기 쉬워 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매달 기부를 한다
이날도 6학년 지선이, 유정이는 돼지 저금통을 들고왔다.
여름에는 북한 어린이 한테 보내고 싶다고 해서 북한으로 보내고 오늘은 그동안 많이 모았다고 들고 와서 엠마에게 전했다.
엠마는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
아마 소통함이 전해져 가슴이 뜨거웠을 것이다. 나 또한 뭉클했다.
이런 모습이 진정한 평화가 아닐까 싶었다. 한동안 기운을 잃었는데 힘이 솟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지내니 두시간 반이 금세 간다. 아이들이 "헝그리, 오오 헝그리" 하길래 시간을 보니 9시가 다 되어갔다.
싸 온 간식을 먹고 엠메가 썼던 일기와 그림을 아들 녀석이 해석을 해 준다.
고마리와 하는 글쓰기와 같았다.
아이들도 끄덕끄덕 한다. 영어를 아는 녀석은 줄줄 읽어가며 "아아아~~' 하며 웃기도 한다.
아이들 한사람 한사람 안으면서 헤어졌다.
아이들은 엠마가 보여준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이 가슴에 많이 남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지낸 시간이 씨앗으로 자라고
힘이 되어 주겠지. 그전에 나와 공부하며 함께 걸었던 아이들도 그랬다.
평화가 무엇인지
인권이 무엇인지
환경이 무엇인지
그 것들이 존재해야만 행복한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늘 아이들에게 평화가 무엇인지 희망을 심어주고 흔들어 줘야 한다.
평화는 내 안에서, 내 둘레에 있다고...
엠마, 커니를 맞이 하는 고마리 아가들
엠마와 평화 그림을 그려요
아가들도 열심히 뭔가 집에 늘 그리는 도구나 만들기 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 다행 입니다(베란다 짐이 모두...)
어서 넓은 마당과 마루가 있는 곳으로 가야지요^^
호기심 대마왕 코니 ㅎㅎ 아들녀석에게 뭔가 열심히 물어보네요. 아이들과 함게 했던 사진이나 자료들이 벽에.
아, 예쁘죠 아가들 한사람이 한사람이 그리면 이런 협동 작품이 나와요. 늘 캠프 때 했던 힘으로 짜자잔 ㅎㅎ
자신이 그린 그림이 무슨 의미인지 설명합니다.
드디어 사진을 보며 질문도 하고 몸놀이도 시작 됩니다
첫댓글 그림그릴때 넘 좋았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