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괴로워요, 어떡하죠?
“기도를 하기 전에는 남편이 너무 밉고 싫었습니다. 밉고 싫은 마음은 이제 많이 없어졌고, 고마운 마음도 가끔 듭니다. 그러나 남편과 막상 같이 있으면 또 순간순간 밉고 싫은 마음이 막 올라와서 괴롭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다 그래요. 남편의 모습을 보면 싫고, 안 보면 그리운 게 늘 반복됩니다. 마음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그러니 어쩌겠어요?
음식을 먹을 때는 좋았는데 나중에 배가 너무 부르거나 체하면 ‘괜히 먹었다’ 하고 후회를 하게 되고, 술을 먹을 때는 좋았는데 나중에 토할 때는 ‘괜히 먹었다’ 하고 후회를 하게 되고, 이런 게 인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자가 지금 느끼는 괴로움은 달리 방법이 없어요. 오히려 그럴 때 ‘남편을 미워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돼요. 미워하지 않겠다고 결심해서 안 미워지면 벌써 해결됐겠죠. 각오하고 결심한다고 미움이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내 기준으로 남편을 보기 때문에 남편이 미운 겁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는데 남편이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니까 미워지는 거예요. 남편한테 물어보면 남편도 아내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안 해준다고 기분 나빠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미움을 없애는 방법은 나와 다른 남편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옷을 벗어서 아무 데나 둔다고 합시다. 그럴 때 한두 번 얘기해 보고 개선이 안 되면 그냥 두면 돼요. 어릴 때부터 생긴 버릇이기 때문에 고치기가 쉽지 않아요. 본인이 어느 순간에 깨달아서 고치면 고쳐질까, 남이 고치라고 해서는 안 고쳐집니다. 어린아이도 잘 안 고쳐지는데 다 큰 어른은 오죽하겠어요?
식사할 때 늘 밥을 차려놓으면 늦게 나타나는 사람이 있죠? 이런 습관을 고치는 것도 아주 쉬울 것 같지만 잘 안 고쳐집니다. 사회 인사들과 약속을 해보면 늘 약속 시간보다 일찍 오는 사람이 있고, 늘 지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지각하는 사람은 항상 지각하는 건 아니지만 10번 중 7번은 늦게 옵니다. 일찍 오는 사람도 늦게 오는 경우가 가끔 있긴 하지만 10번 중 7번은 일찍 와요. 그런데 말을 한다고 해서 이런 습관이 고쳐지지 않아요. 몇 번만 만나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은 늦게 오는 사람이구나.’
‘저 사람은 일찍 오는 사람이구나.’
어느 정도 관계를 맺어보면 이렇게 알게 되기 때문에 저도 거기에 맞춰야 해요. 어떤 사람은 늘 항상 30분 먼저 오니까, 약속을 12시에 했더라도 저는 11시 30분부터 시간을 비워놓아야 해요. 그 사람은 늘 먼저 오니까요. 반대로 어떤 사람은 약속 시간보다 늘 늦게 와요. 그러면 저는 약속한 시간이 될 때까지 일정을 꽉 채워 시간을 씁니다. 그 사람은 먼저 오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요.
이렇게 상대에 따라 맞춰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옷을 아무 데나 벗어 놓는다면, 알아서 내가 치우든지, 안 그러면 그냥 두든지 하면 됩니다. 그냥 두면 되지, 그걸 가지고 짜증 낼 필요는 없어요.
관점을 이렇게 잡으면 그래도 남편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습니다. 관점을 바꿔야지 어떤 노력을 한다고 해서 남편에 대한 미움이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노력해서 고쳐지면 이 세상에 못 고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 남편을 바꾸려고도 하지 말고, 나를 바꾸려고도 하지 마세요. 제일 쉬운 방법은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제일 쉽잖아요. 나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너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세요.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기만 해도 미움은 사라집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구나
있는 그대로 인정이 되면 조금 더 나아가 보세요.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상대를 이해해 보는 겁니다.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는 게 아니에요.
‘아이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
이런 마음을 갖는 것이 이해입니다. 이해가 되면 그게 곧 사랑입니다. 사랑은 이해입니다. 이해 없는 사랑은 폭력이에요. ‘내가 널 좋아한다!’ 하는 것은 욕망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우선 남편이 질문자와 다르다는 것을 그냥 인정해 주세요. 그것만 해도 돼요. 그런데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으면 이렇게 남편을 이해해 보세요.
‘그래, 당신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 직장 다니는 당신 입장에서는 늦게 들어올 수도 있겠다’
이렇게 남편을 이해하게 되면 가장 좋고, 그게 안 되어도 할 수 없어요. 우선 늦게 들어오면 늦게 들어오는 대로, 어떤 버릇이 있으면 버릇이 있는 대로, 상대를 인정하는 것부터 먼저 해보세요.
내가 보기에는 틀렸다 싶더라도 상대한테 한 번 물어보세요. 남편은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늘 자기가 옳다고 할 거예요. 기도문이 굳이 필요하다면 이렇게 기도를 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남편 입장에서는 그것이 옳습니다’
남편 입장에서는 그게 옳은 겁니다. 다른 말로는 이렇게 기도해도 됩니다.
‘남편이 부처님입니다’
이 말은 ‘남편이 아주 훌륭하다’ 이런 뜻이 아닙니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다 부처님처럼 옳다는 뜻이에요. 자기 입장에서는 다 옳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우선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부터 해 보세요. 남편을 고치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만 해도 미움은 사라집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해하기까지 하게 되면 마음에서 애틋함이 일어나요. 굳이 한꺼번에 하려고 하지 말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부터 해보세요.
‘그는 나와 다릅니다.’
이렇게 기도하셔도 돼요. ‘그는 나와 다릅니다’, ‘남편은 부처님입니다’, ‘남편 입장에서는 그것이 옳습니다’ 이 세 가지 기도문이 다 같은 뜻이에요. 어떤 기도문을 가지고 기도하든 결과는 똑같습니다.
남편을 볼 때마다 미움이 일어난다면, 우선 세상 사람이 다 그렇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아주 못 살겠다는 정도가 아니라면 별일 아니라는 겁니다. 마음이란 늘 변덕이 죽 끓듯 하니까 미웠다 좋았다 오락가락하는 거예요. 조금 잘해주면 좋고, 조금 못 해주면 미운 겁니다. 그러니 미움이 일어나면 ‘지금 미움이 일어나는구나’ 이렇게 알아차리고 그냥 넘어가면 됩니다. 사실대로 알아차리고 넘어갈 뿐이에요. 이게 제일 쉬운 방법입니다.
질문자가 여기에서 조금 더 뭘 해보려는 마음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를 해보세요. ‘남편 입장에서는 옳습니다’ 이렇게 받아들여주는 거예요. 어떤 것이든 남편의 입장에서는 자기 나름대로 옳은 겁니다. 이렇게 인정하기를 하면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이 좀 사라지거나 줄어들어요. 미움이 안 줄어들어도 별일 없습니다. 미움을 조금 더 줄어들게 하고 싶으면 이렇게 해보시라는 거예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남편을 보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오늘 아침에도 너무 미운 감정이 확 올라오길래 ‘내가 미워하는구나’ 이렇게 알아차렸습니다. 스님께서 한 번 더 일깨워 주시니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남편 입장에서는 자기가 부처예요. 자기가 하는 일은 다 바르고 옳은 거예요. 그리고 아내인 나는 내 입장에서 내가 바르고 옳은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해요. 진짜와 가짜를 나누어 시비하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상대의 자유이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해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나를 비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그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야 어떤 경우에도 내가 나 자신을 지키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전법을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자기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불교대학을 다녀보니 정말 나한테 도움이 되더라’ 이런 생각이 든다면 남이 뭐라고 하든 전법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전법을 하되 강요는 하지 마세요.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비난하는 건 감수해야 합니다. 그들은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 오해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받아들여야 여러분이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법문출처/정토회<스님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