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방에서 멀티메일 알람이 울렸어.. 어지간해서는 멀티메일 같은 건 울리지 않는데 웬걸. 누구일지 잠깐 궁금하기도 했지.
누구였겠어. 그 시간에 알람이 울려대는 걸 보면 누구였겠냐구.
재난방송 안내였어. 눈이 엄청 내리고 있으니 안전운전하라는 당부성 알람이었는데 나랑 같이 사는 남자가 벌떡 베란다 쪽으로 나가버리는 거야..
'' 정말 눈이 내리네.. 이거 오늘 차 두고가야하나부다.. ''
'' 정말 눈이 내려? 새벽에도 내렸었나? 드디어 일산에도 눈이 상륙한거군. ''
그동안 일산에 이번 겨울엔 눈다운 눈이 안 내려줬거든.. 일산만 빼고 그 잘난척하던 눈은 다른곳엔 다 내려준것 같은데 일산엔 저번에 잠깐 30분 얄밉게 흩날려준것 빼고는 못 본게 사실이야. 그래서.. 정말 보고싶었거든..
룰루랄라 출근준비를 끝내고 한번 더 베란다 쪽에 서성대다 뭘 입고나갈까 이리저리 허둥대다 겨우겨우 출근준비를 마쳤지. 괜히 설레더라구.. 나이 한살 더 먹어도 그 느낌은 달라지지 않았다는게 기특하고 신기하기까지 했던 아침이었어..
출근해서 의무실 기본 점검 마치고 점심먹고 다시 올라오는데 전화벨이 울렸어..
'' 눈 엄청 내린다.. 눈 보라고 전화한거야.. ''
'' 아직도 내린다구? 알았어. 눈보러 가봐야지.. ''
의무실엔 창문이 없거든.. 그래서 잠깐 정문쪽으로 가보기로 했는데 희뿌연 하늘에서 하늘하늘 달리 표현할수 없을만치 팝콘처럼 부드럽고 고소한 눈이 펄펄 내려붓는거야.. 아마도 더 내릴것처럼 우아해보이기까지 하던걸.
그때였어..
'' 저기요.. 여기 여자분이 쓰러졌어요.. ''
바로 하늘을 올려다보다 누군가의 외침을 듣고 그곳으로 눈길을 돌려보니 고객 한분이 벽쪽에 살짝 쓰러져 있는거야.. 애고. 눈은 뭔 눈. 결국 고객사고 터졌군..
서둘러 그곳으로 달려가보니 이마엔 땀방울이 구슬조각처럼 매달려있었고 얼굴색은 핏기가 가셔버린 창백한 상태였고 눈은 못 뜨더라구.. 의무실로 옮길순 없었고 옆 매장 마사지 샾 쇼파에 눕혔는데 그제서야 천천히 눈을 뜨는거야.. 일단 다리를 올려놓고 기본 활력증후를 살펴봤지..
맥박은 정상이었고 조금씩 의식이 돌아오긴 했는데 불안해보였어..
'' 하두 손이 거칠어져서 아로마 손 맛사지 받으려고 왔는데 갑자기 아로마 향을 맡는순간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리더라구요.. 오늘이 첨인데 그래서 그런것 같아요.. 화장실 가려다 쓰러진것 같아요.. ''
일단 의식이 돌아왔으니 반갑긴 했지만 그래도 좀 찝찝해져서 의무실로 돌아와 30분동안 지켜봤어.. 다행히도 기본적인 혈압 맥박 호흡도 정상이었고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도 사라졌으니 나도 정신이 다시 맑아지더라구.. 깨끗한 흰 눈처럼 막 세수한 느낌처럼 뽀드득 소리가 나는것 같기도 했어.
'' 고맙습니다.. 근데. 바로 옆에 계셨었어요? 절 언제 보신거예요? ''
'' 눈이 많이 내린다고 해서 눈구경 하려다가 바로 보고 달려온거예요.. 그러지 않았으면 다른 직원들이 의무실로 안내했을테구요.. 괜찮으신거죠? ''
'' 의무실이 있는줄은 몰랐어요.. 고맙습니다. ''
암튼.. 그렇게 또 한건 올려버린 하루였어. 솔직히 병원에선 각 부서마다 의료진들이 쫘악 깔려있어서 심적 부담감은 없거든. 근데. 의무실은 나 혼자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해결해야 하니 부담스럽고 불안하고 긴장같은 스트레스가 있는건 사실이야. 거기다 오늘처럼 누가 쓰러졌다고하면 내 스스로 긴장감에 사로잡혀 심장이 살짝 눌려버린 불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말야.. 그래도 어쩌겠어. 이게 내 일인걸. 그런거 아니겠어.
근데. 나도 이제서야 알아버린게 있는데 그 좋고 좋다던 아로마가 누구에게나 좋은건 아닌가봐. 이 여인처럼 안 맞는게 있다는 건 몰랐거든. 그녀의 향기는 좋았는데 향기에 취한 그녀는 정말이지 큰일날 뻔 한거잖아.. 그것도 눈이 펄펄 내려주는 오후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살짝 배신감가지 느껴지는 거 아니겠어?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퇴근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나에겐 어떤 향기가 느껴질까.. 하는 단순 유쾌한 생각을 해봤어. 내겐 나만의 밋밋하지만 짜릿한 독특한 향기가 있기는 한걸까. 그런 생각을 하다 갑자기 웃어버렸어. 그래보고 싶었어. 웃어보고 싶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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