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그물
중국의 고전 《장자》에 소개되는 우화다. 황하의 신 ‘하백’은 물이 불어나서 끝없이 펼쳐진
자신의 강을 보고 흡족했다. 세상에 모든 아름다운 것이 모두 자기에게 있고 자신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자신의 모습에 도취하여 살던 하백이 어느 날 동쪽으로 여행을 떠났다. 동쪽 끝에는
거대한 바다가 있었다. 하백은 망망히 펼쳐진 바다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그동안의 자만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하백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크고 아
름다운 줄 알았는데 자기보다 더 큰 바다의 모습에 넋을 잃었다. 그는 바다를 다스리는 신
‘약’에게 말했다. “내가 당신의 모습을 보지 못했으면 어떡할 뻔했소. 아마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나고 크
다 생각했을 것이오. 그동안 나의 좁은 소견이 후회됩니다. 당신을 못 만났다면 영원히 남의
웃음거리가 될 뻔했습니다.”
약은 하백에게 세 가지 충고를 해 준다. “세상에는 나의 새로운 변신을 방해하는 세 가지
그물이 있네. 첫째는 공간의 그물이네.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에 관해 설명할 수 없네. 왜냐하면 자신이 사는 우물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이지. 이것이 공간의 그물에 걸려
있다고 하는 것이네. 둘째는 시간의 그물이네. 여름만 살다 가는 곤충에게는 겨울의 얼음에
대해 설명할 수 없네. 그 여름 곤충은 자신이 사는 여름이라는 시간에 집착하기 때문이지. 셋째는 지식의 그물이네. 자신의 지식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지식인에게는 진정한 세계를 설
명해 줄 수 없네. 왜냐면 자신이 아는 지식의 그물에 걸려 있기 때문이네. 이는 일명 장자가
말하는 자기 혁신을 방해하는 생존에 걸림돌이 되는 세 가지 그물이다. 장자는 이 우화를 통해 ‘세 가지 ‘집착과 한계를 파괴’하라고 충고한다. 첫째, 자신이 속한 공간, 둘째, 자신이 살아가는 시간, 셋째, 자신 알고 있는 지식입니다. 내가 최고라는 생각과 자만에 한 번쯤 빠져 본 사람이라면 이 우화를 새겨봐야 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앞으로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공간을 파괴하라. 둘째, 시간의 속도를 재조절하라. 셋째, 지식을 재신임하라.”
장자에서 제시하는 참사람 진인(眞人)의 모습은 자신의 익숙함을 부수고 새로운 나를 창출
하는 사람이다. 즉, 자기 파괴라는 ‘무기’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나의 고정관념과 공간과 시
간에 갇히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요즘 같은 난세에 영혼을 잃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다.
출처: 고전의 대문 2. 박재희 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