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근래 자꾸 그리워지는 사람입니다.
그가 대통령을 퇴임하고
고향 봉하로 내려간 건 너무나 고마운 일이지만
그는 그 걸 넘어
농사를 짓는 농삿꾼이 되었고
동네 머슴이 되었습니다.
그래요, 왠지 자꾸 그가 그리워지네요.
장화를 신고 화초천으로 가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
우리의 친구 노무현이가
자꾸만 고맙네요.
명절만 되면 저한테도 이런 저런 선물을 보내더니!
우리의 큰 명절
한가위가 내일 모래로 다가 옵니다.
어제 밤 밭에서 나오는 길에 산길이 환해서 보니 가을 달이
가을 밤 하늘에 둥그렇게 떠서
산길을 걷는 우리의 앞을 환하게 비춰 주었습니다.
길 가에 달맞이 꽃이 피었습니다.
고향집에 들어서면 늘 장독대가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어제 양수리 <인문학 산으로 가다>
바로 인문학 주말농장에
스물 하나 인서점의 가족 모두가 모여서
송편을 만들고 고구마를 쪘습니다.
찐 고구마를 자귀나무 잎사귀에 올려 놓고
송편은 참취나물 잎을
요새 막 피고 있는 향기 짙은 취나물 꽃을 떡 접시 가장자리로 다문다문 놓고
또 요새 막 영글어 떨어지는 까도토리를 담상 살짝 곁들이니
송편접시와 고구마 접시가 예술이 됩니다.
접시를 준비한
인서점의 세 딸들에게
스물 한 가족 모두가 박수를 유감없이 보냈답니다.
(은근 슬쩍 이런 식으로 딸들의 시가여행을 위한 한가위 명절 상차리기 예행연습이 된 셈이지요.)
성큼 성큼
화포천으로 들어가서 쓰레기를 줍는
노무현의 모습 하나를
한가위 선물로 보냅니다.
고향길 무사히 잘 다녀 오시고
송편이랑 대추랑 밤이랑 부침개랑 많이 드시고
엄니 얼굴 이모 얼굴 할무니 얼굴이랑 아부지 모습도
고향의 보름달도 가슴에 꽉 품어 오세요.
인서점아줌마와 아저씨 올림
(사실, 화포천을 청소하는 사진만 보내려고 했으나
저의 컴과 인터넷 실력으로 도저히 불가능해서 모두 복사로 올립니다.)
그래서, 봉하마을의 사람들에게도 환한 보름달 달 아래서
이제는 두런두런 옛 얘기로 정담나누시라고 가벼운 인사나마 맘 가득 실어서 올립니다.
인서점아줌마와 아저씨 그리고 온 가족 스물 한명 다 모여서요.
첫댓글 올리고 보니 화포천은 물론 모두가 뜨질 않네요. 맘만 받아 주시고 꼭 보고 싶은 분은 <사람사는 세상>으로 찾아가서 보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지구촌의 역사에서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기가 거의 십상팔구일테니 말이지요.
노무현 대통령님, 정말 아름다운 모습과 사진들입니다. 오래된 거짓 권력과 싸우고 투쟁하다가...다 버리고 가신 분, 가신 분의 자리가 너무 큽니다...잊혀지지 않는 우리들의 영웅인 노무현 대통령님, 우리들의 가슴에는 늘 깊이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