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우리는 과연 어디에서, 누구에게서 하느님의 얼굴을 뵐수 있을까요?
의롭고 독실한 신앙인으로써, 성령으로 충만한 삶을 사셨던 노인 시메온 예언자에게 드러내신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성령께서는 당신 마음에 드신 시메온에게 그가 죽기 전에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게 될 것이라는 언약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드디어 그날이 왔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아기 예수님의 정결례를 위해 성전으로 올라가는 길에 시메온 예언자와 딱 마주치게 됩니다.
시메온은 직감적으로 그 아기가 자신이 그토록 기다려왔던 메시아요 그리스도이심을 알아봅니다. 그리고 황송스러운 마음으로 아기 예수님을 자신의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루카 2, 29-32)
우리도 성체를 배령할 때마다 우리 각자의 두 손바닥 위에 놓인 그분을 보며 마음속으로 크게 외쳐야겠습니다.
‘주님, 너무나 은혜롭고 영광스럽게도 당신께서 오늘도 제 두 손 위에 탄생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시는군요. 이제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보았으니, 더 이상 여한이 없습니다.’
시메온 예언자는 노인 신앙인들의 모델입니다. 수시로 성전으로 올라가 기도에 전념했습니다. 노화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반드시 죽기 전에 주님을 뵙게 되리라는 희망을 지니고 설레는 가슴으로 하루를 살았습니다.
언제나 마음을 비우고 그 비운 자리에 성령께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도록 개방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 결과 구세주 하느님을 자신의 두 팔로 받아 안는 과분한 축복을 만끽했습니다. 자신의 두 눈으로 이 땅에 내려오신 하느님의 얼굴을 뚜렷이 바라볼 수 있는 큰 은총을 입었습니다.
하느님의 얼굴을 우리 두 눈으로 직접 바라볼 수 있는 지복직관의 은총은 시메온 예언자에게만 주어진 선물이 결코 아닙니다. 오늘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공평한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오늘 우리는 과연 어디에서, 누구에게서 하느님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겠는지 고민해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 양승국 신부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