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통일기구 수립
이영순
6·15 공동선언의 의미
지난 2000년 6월 13일부터 15일 사이 합의된 ‘6·15 남북공동선언’은 민족통일을 선언하는 역사적인 공간이었다. 공동선언은 조국통일 3대원칙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을 기초로 하여 공동선언 1항에서는 민족자주통일을 선언하고, 2항에서는 남북 통일방안의 공통성을 인정하여 사실상 연방제안을 동의하였다. 이것은 역사상 최초로 남북이 상호 통일방안을 인정한 것으로 이는 남측에서 그 동안 금기시 되었던 연방제 통일방안이 합법화되었음의 의미한다. 즉, 이제는 연방제 통일을 주장한다고해서 탄압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남 당국의 기본 통일방안인 ‘국가연합제’를 ‘연합’제안으로 끌어당김으로써 국가연합제의 반통일적인 두 개의 국가 원칙을 제거시키고 나라의 통일을 위한 연합제로 규정함으로써 통일을 지향한다는 공통성을 만들어내었다.
국가연합제와 연방제는 사실상 상호용납될 수 없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통일방안이다. 연방제는 완전한 형태의 연방제이든 낮은 단계의 연방제든 1국가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국가연합제는 두 개의 국가를 유지하는 것으로 국가연합제는 사실상 통일방안이 아니라 분단고착화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공동선언 2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규정함으로써 남북의 통일방안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지향되는 공통성을 합의한 것이다.
6·15공동선언의 쟁점
하지만 여전히 6·15공동선언 1, 2항에 대한 여러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북측의 통일방안에 대한 진보, 보수성향에 따른 해석의 차이로 일방적인 남측의 통일방안을 전제로 한 통일방안연구들은 체제중심적 관점을 극복하지 못하는 연구의 한계를 명확하게 가지게 된다.
6·15공동선언에 대한 여러 논쟁중 대표적으로 몇 가지를 본다면 먼저, 공동선언의 해석을 둘러싼 쟁점을 들 수 있다. 특히 공동선언 1항에서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의 선언은 주한미군을 비롯한 민감한 한미관계에 있어 해석의 차이를 가지게 하였다. 즉 그동안 북측에서 말하는 ‘자주’의 기본조건으로 외세배격과 미군철수를 중요하게 강조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자주’라는 용어가 사용된 남북공동선언의 맥락을 무시한채 단어 선택만을 가지고 문제로 삼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6·15남북공동선언에서 사용되어진 ‘자주’는 바로 남북한간의 첫 합의문인 7·4공동성명에서 언급되어진 것으로 이 흐름을 통해 이남사회의 ‘자주’에 대한 북측의 관점의 변화를 알 수 있다.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와 같이 7·4남북공동성명에서의 외세배격을 기본으로 한 ‘자주’를 강조하지만 6·15공동선언에서의 자주는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민족공조를 바탕으로 한 자주통일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논쟁의 두 번째로는 남북공동선언 제2항의 통일방안에 관한 것으로 현재까지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용이다. 특히 북측의 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한 남측의 수구보수진영의 이데올로기적 공세 속에서 단순하게 체제대립적 관점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도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기존의 이남 정부의 통일방안의 본질적 문제에 대한 구체적 연구없이 일방적으로 한쪽의 통일방안만 옹호하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반면에 북측의 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의 관점도 문제가 있다. 북측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통해 이미 점진적 연방제 통일방안을 장기적 통일방안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또한 이남정부를 통일협상의 주체로 인정함으로써 실제적인 통일의 준비과정에 들어간지 오래다. 이것은 남북장성급회담이나 남북경제협력진행상황 등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6·15남북공동선언 4주년이 되는 지금, 이제 이남 또한 통일방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방안에 기반한 이후 통일과정에서 민족통일기구의 상에 대한 합의 또한 필요할 것이다.
민족통일기구의 의미
조국통일은 정치적으로는 남과 북을 포괄하는 범민족적인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것이다. 여기서 통일정부는 전민족인 범위에서 외세의 개입과 간섭을 몰아내고, 민족의 끊어진 혈맥과 자주권을 회복하며, 민족공동의 번영을 실현해 나가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통일방안이란 결과적으로 통일정부의 권한을 얼마나 더 부여하느냐, 얼마나 더 빨리 추진하느냐의 문제이며 이로써 통일정부의 구성과 성격을 가늠하는 문제이다.
민족통일기구는 낮은 단계연방제 과정에서는 내정, 군사, 외교권을 각각 지역정부에 둔다고 할지라도 민족통일기구는 민족공동의 이익을 통일적으로 조정하고 지휘해 나가는 통일국가기구로서의 본질적 역할을 수행하며 그 수행정도를 부단히 높이고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민족통일기구가 단일한 통일국가기구라고 하는 것은 권력의 제한성과 과도성에 주목하는 것이기보다는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의 의사와 요구를 반영하고 집약하며, 민족공동의 이익이 실현되는 방향으로 전민족적 역량을 모아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족통일기구의 방향모색
민족통일기구의 구성에 대해서는 남북의 구체적인 합의가 아직은 도출되지 않은 상태이다. 판단해보건대, 민족통일기구는 대체적으로 남북당국간의 합의에 의해 수립되며, 민족의 의사를 결정하고 대표하는 ‘최고회의’를 두고, 동수의 고위당국자와 입법기관의 대표자, 정당단체 대표자들로 구성되는 상설기구를 두게 될 것이다.
1989년 9월 11일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는 남북정상회의, 남북각료회의(총리가 공동의장이며 10명 내외의 각료로 구성), 남북평의회(동수로 하되 100명 내외의 남북국회의원으로 구성), 공동사무처를 제안하고 있다. 남북평의회는 통일헌법을 기초하고 통일절차를 마련하여 각료회의에 자문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와 같이 그 동안 남측정부의 통일방안들은 6·15공동선언의 2항에서 말하는 남측의 연합제와 같이 기본적으로 연합기구의 성격을 띄는 것으로 분단체제내에서 공존을 통해 평화를 관리하고 통합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기능적 장치의 역할을 강조한다.
하지만 남측 정부의 통일방안이 가지는 문제는 바로 자본주의 체제중심적 방식으로 결국 분단고착화에 이르는 결과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민족통일기구를 세우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점은 전민족적 성원의 의사와 요구를 반영하고 참여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통일국가의 통일헌법의 기초마련, 유엔의석 단일화 등 통일국가의 기능적 초석을 마련하는 활동과 민족공동의 이익을 구현해나가는 실질적인 통일정부의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현시점에서의 과제
반세기가 흐르는 시간동안의 분단상황에서 남북은 6·15남북공동선언 이후의 민간교류를 통해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통일의 절실성을 확인하였다면 이제는 실질적으로 법체계에서부터 통일기반을 닦아야 한다. 먼저 통일에 있어 이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부터 대체법안 없이 폐지하고 남북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대미추종외교에서 벗어나 평화와 자주외교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받아안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라크파병 결정으로 국민들의 마음속에 불안과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6자회담에서 또한 한·미·일 공조에 치중하고 북·미 양국의 입장 차이를 조정하지 못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핵심 현안인 남북경협의 진전에도 걸림돌을 낳고 있다.
즉 한미동맹에 대한 새로운 검토와 법체계의 정비의 기반을 통해서 남북당사자간의 만남의 공간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대중운동을 통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만이 진정한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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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민주노동당의 의원이다.
* 이 글은, 통일연대가 7월 22일 개최한「2004 통일 심포지엄」에서 필자가 발표한 것이다.
* 필자가 붙인 제목; 6·15 공동선언을 통한 통일기구 수립에 대한 전망 및 방향성에 대하여
첫댓글 이슈 글 추천이요
좋은 글입니다. 저도 이슈 지정 추천 합니다.
어려운 글이군요
그래도 글 잘읽고 갑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슈 글로 등록햇습니다.
대문에 올릴만한 글입니다. 이 논의가 더욱 촉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순 의원이 방패에 맞았다는데 괜찮은지 궁금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