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날 영화 <코리아>를 가족과 함께 관람했습니다. 11살 아들은 감동하여 눈물이 났다고 소감을 말하더군요. 어린 녀석이 뭘 알까, 재미 없어하면 어떡하지? 하고 내심 염려했는데 감동했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다 싶더군요.
스포일러가 되기 싫으니 영화 내용은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제가 받은 느낌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리분희(배두나 분)의 말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남조선보단 미국이 더 살기 좋지 않갔어? 기럼 정화동무도 미국 가서 살디 기래. 나는 잘 사는 나라보다는 기래도 우리 조국에서 살기야."
병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리분희의 처지가 가련하게 생각된 나머지 현정화(하지원 분)는 리분희에게 조심스럽게 제의합니다. 남한은 잘 살고 있고 병도 쉽게 치료할 수 있으니 남한에 와서 살면 어떠냐는 얘기였죠. 그 대답으로 리분희는 위와 같이 말한 것입니다.
진지한 표정의 리분희 답변에 현정화는 무안해집니다. 남한 사람들이 북조선 인민들을 대할 때 흔히 가질 수 있는 생각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살기 어렵지? 남한에 와서 사는 게 어때?" 그러나 이는 북조선 인민의 마음가짐을 모르고 하는 생각이죠. 북조선은 가난해도 자존심만큼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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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된 적이 있지요. 남한군 이수혁 병장(이병헌 분)이 인민군 중사 오경필(송강호 분)에게 초코파이를 건네자 오경필은 맛있게 먹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이수혁은 "남한에 오면 초코파이를 매일 먹을 수 있으니 남으로 와서 함께 살자" 라고 조심스레 말을 건넵니다. 오경필이 정색을 하며 하는 말, "이수혁이, 내 한 번만 말하갔어. 내 꿈은 말이야 우리 공화국이 이보다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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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영화 속 얘기지만 이는 북조선 현실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자주성과 주체성은 세계 제일입니다. 미국을 중심한 자본주의 진영이 잘 모르는 점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딨어?' 북조선은 돈으로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자존심, 자주성과 주체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북조선입니다. 그 정신으로 60년 이상 버텨 왔고, 지금 세계가 깜짝 놀랄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북조선은 우리의 반쪽입니다. 스포츠 단일팀처럼 남북이 힘을 합치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