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4개월 동안,
친구의 한결같은 열정과 수고,
그리고 황소같은 우직함과 성실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감사와 찬미의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어제 오후,
친구는 마지막 출근을 했다.
야간 근무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
친구는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드디어 옷을 벗었다.
친구가 공직자가 된 지
33년 4개월만의 퇴임이었다.
일견 시원하기도 하지만 무지 섭섭하고 아쉽다고 했다.
'축하주' 한 잔 하자고 했다.
서울의 빌딩 숲 속이 아니라 광활한 대자연에서.
그래서 내주 주말,
이른 아침에 KTX 타고 떠나려 한다.
엄마의 따스한 품속 같고, 아버지의 넓은 어깨 같은
우리들 영혼의 고향, 지리산으로.
사내들 3명의 원초적인 오체투지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더운 땀을
흔쾌하게 쏟아보자고 했다.
당사자인 친구가 그랬다.
"이런 고행으로 잊지 못할 '쫑파티'를 준비해 주어 고맙다"
"역시 니가 아니면 도출할 수 없는 독특하고 무식한 1박2일이다"
KTX 하차 후 택시로 '쌍계사' 입구까지 가서 본격적인 하이킹을 할 예정이다.
쌍계사-불일폭포-상불재-송정굴-삼신봉-세석산장-한신폭포-한신계곡-백무동까지
강행군을 해야만 하는 약 23K 종단 종주다.
'마라톤', '트레일런', '철인3종'으로 다져진 친구들이라 큰 문제는 없으리라 본다.
지리산을 숱하게 다녀본 사람일지라도
서울에서 출발해 이 코스를 하루만에 주파한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힘들고 팍팍한 루트지만 그만큼 지리산의 특성과 캐릭터를 최대한 함축해 놓은,
게다가 찾는 이들이 별로 없는 천혜의 트레일이다.
특히 '한신폭포'에서 친구에게 알탕을 한 번 시켜주고 싶다.
백무동의 원시림과 시원한 계곡에서 밤이 깊도록
깊은 대화를 나누려 한다.
단골 민박집의 별채를 예약해 두었다.
맛있는 음식에 격려주를 곁들여 가면서 말이다.
쏜살 같이 시간이 흐른다.
앞으로 친구에게 펼쳐질 값진 인생 2막.
그 서막과 야무진 재출발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사랑하는 친구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하며.
God bless you !!!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