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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영사기 키네토스코프의 발명가는 따로 있었다. 바로 에디슨 회사의 직원이었던 윌리엄 딕슨(William K. L. Dickson)이다. 딕슨은 오늘날 널리 쓰이는 35mm필름을 최초로 사용한 인물이다.
딕슨은 에디슨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고 감동해서 에디슨의 회사에 입사했다. 활동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연구하던 끝에 키네토스코프를 발명한다. 그 기계로 최초 촬영한 연속사진은 딕슨의 손이었다. 하지만 딕슨의 발명품으로 특허를 얻은 건 에디슨이었다. 에디슨이 딕슨의 고용주였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날에도 이런 일은 드물지 않다. 삼성에서 일하는 연구원의 특허도 삼성이라는 회사의 것으로 종속된다. 그런데 에디슨은 회사가 아닌 에디슨 본인의 명의로 특허를 등록했다. 삼성 직원의 발명품을 삼성의 이름이 아닌 이건희의 이름으로 특허를 낸다면 얼마나 웃긴 일인가? 이런 웃긴 짓을 했음에도 위인전에는 에디슨이 영사기를 발명한 것처럼 나와 있다. (게다가 오늘날의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거기다 에디슨은 딕슨의 발명품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혼자서 감상하는 장난감 수준의 영사기가 상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딕슨의 연구는 제동이 걸렸으며 영사기 연구는 금지된다. 그 사이 뤼미에르 형제는 영사기를 발명했고 공은 그들에게 돌아갔다. 딕슨은 이 때문에 에디슨과 결별하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에디슨 회사에 고용된 천재는 딕슨 말고도 많았다. 그 유명한 니콜라 테슬라도 에디슨 회사의 직원이었다. 테슬라는 원시적인 에디슨 발전기의 단점을 파악하고 다시 설계해 주었다. 테슬라의 설계대로 새로 제작된 24개의 발전기는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다. 테슬라는 그 대가로 에디슨에게 5만 달러를 받기로 약속 받았지만, 에디슨은 한 푼도 지불하지 않았고, 화가 난 테슬라는 회사를 나가버렸다. 그리고 테슬라와 에디슨은 숙명의 라이벌이 되어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인다.
에디슨은 발명가라기 보다는 CEO였다. 그는 테슬라와 딕슨 같은 수많은 천재들을 자신의 부하직원으로 고용했던 사장님에 불과하다. 그리고 부하직원의 발명을 자기 이름으로 특허를 내는 뻔뻔한 인간이었다.
영사는 그렇다 치고 테슬라의 발전기는 어떻게 된 것일까? 더 이상 자료를 찾을 수 없었지만, 아마 그것조차도 에디슨이 자기이름으로 특허를 냈으리라 추측해 볼뿐이다. 5만 달러는 그것에 대한 보상이었을 텐데, 에디슨이 입을 싹 씻어버리니 테슬라가 화날 만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