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의미의 성전 정화 작업!
큰 도시에서 살다가 완전 시골로 귀촌한 한 교우가 직접 체험한 사건입니다. 어느 추운 겨울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교적을 옮기려고 가까운 시골 본당을 방문했습니다. 사무실에 들러 일을 마치고 성당 온 김에 성체조배나 하고 가려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성당 안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성당 안이 너무 추워 이빨이 딱딱 마주칠 정도였습니다. 왜 이리 추울까, 주변을 살펴보니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유리 창문마저 모두 열려 있었습니다. 단 몇 분도 머물러 있지 못하고 성당을 빠져나오는데 성당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왜소한 체구의 아저씨가 작업복 차림에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큰 마스크를 한 채 열심히 성당 바닥을 닦고 있었습니다. 엄동설한에 홀로 성당 청소를 하고 계시는 초라한 아저씨의 모습을 뵈니 안타깝고 측은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홀로 성당 바닥을 박박 닦던 그분은 바로 그 성당의 주임 신부님이셨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 교우가 약 2년의 세월이 흐른 후 어느 토요일, ‘혹시나 오늘도 그 신부님께서 홀로 청소를 하고 계시면 도와드려야겠다.’ 생각하며 성당을 찾았는데, 그 왜소한 체구의 아저씨, 아니 주임 신부님께서는 오늘도 여전히 홀로 성당 청소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성당 안에서 지극정성으로 성당 바닥을 청소하는 그 모습이 그리도 성(聖)스러워 보이더랍니다. 마치도 그 신부님이 성전 마당에 줄지어 서 있던 수많은 장사꾼들 사이에서 홀로 성전을 정화하시는 예수님처럼 보이더랍니다.
예루살렘을 향해 올라가시던 예수님께서 한 성전에 들어가십니다. 마치 시장 한 복판처럼 시끌벅적한 성전 마당을 둘러보시며 통탄하십니다. 조용하고 경건해야 할 성전 마당이 장사꾼들과 환전꾼들, 고리대금업자들로 빼곡했습니다. 제단에 바쳐질 동물들의 울음소리, 물건을 사고 파는 소리로 시끌벅적했습니다.
크게 분노하신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버렸다.”라고 질타하시며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내쫓으십니다. 갖은 물건들이 쭉 놓여있던 진열대를 둘러엎으십니다.
과격한 예수님의 모습에 사람들은 깜짝 놀랍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분노가 폭발한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기 전 당신 성전을 정화(淨化)시키십니다.
더럽혀진 성전을 정화하신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 교회에 바라시는 바가 무엇일까 묵상해봅니다. 이 시대 우리는 어떻게 성전을 정화시켜야 할까 고민해봅니다.
우리끼리 만의 폐쇄적인 교회가 아니라 춥고 고달픈 세상 사람들을 향해 활짝 열린 교회가 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성전 정화 작업이 아닐까요?
한 사람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좌지우지되는 공동체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자발적인 참여와 구성원 상호 간에 적극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교회를 건설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성전 정화작업이 아닐까요?
상상을 초월하는 건립기금으로 건립되는 성전이 아니라 방황하는 양떼를 극진히 사랑하는 겸손하고 예의 바른 사목자의 희생과 헌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성전을 건설하는 것이 더 시급하지 않을까요?
우리 시대 사회적 약자들,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들도 크게 환영받고 아무런 차별도 느끼지 않는 환대의 교회,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따뜻이 보듬어줄 수 있는 치유의 공동체, 나만 혹은 우리 가족이나 우리 본당만 생각하지 않고 더 큰 사랑을 실천하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보편적인 교회 건설이 시급하지 않을까요?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첫댓글 아~멘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
아멘
공동선을 추구하는 보편적인 교회 건설을 함께 꿈꿔 봅니다.^^
아~멘!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