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문홍
사양: 153*225 / 328쪽
정가: 17,000원
출간일: 2022년 6월 20일
ISBN: 978-89-5786-836-2 03810
1980년 <수직환상>을 시작으로 지금도 왕성하게 극작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김문홍의 여섯 번째 희곡집이다. 작가는 노익장을 과시하며 부산 지역 극단들과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이 희곡집에는 ‘사랑 4부작’이라고 이름 붙인 네 편의 희곡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섬섬옥수>는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것으로 부산 지역의 극단 한새벌에 의해 공연되었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젊은이들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순수성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작품이다.
<애끊다>는 역시 부산 지역의 극단 이그라에 의해 공연된 작품으로, 아비인 영조와 아들인 사도세자의 애증에 읽힌 부자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섶자리>는 부산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섶자리’를 배경으로 가족 간의 혈육적인 사랑을 탐구한 작품이다.
<눈보라 치는 밤, 집을 떠나다>는 조선 정조 치세에 광기와 저항으로 스스로 눈을 찌른 화가 최북을 통해 예술에 대한 사랑과 예술혼을 다룬 야심작이다.
차례
책을 펴내며
눈보라 치는 밤, 집을 떠나다
섬섬옥수
애끊다
섶자리
저자소개
김문홍
소설, 희곡, 동화, 연극평론 등 전방위적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한국연극협회 부산지부장, 부산 극작가협회 회장을 맡은 바 있으며, 동아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함세덕 희곡의 극적 전략과 의미구조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첫 희곡 <수직환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부산지역 극단들에 의해 35편의 창작희곡이 공연되었다. 그동안 <안개주의보>를 비롯한 6권의 창작희곡집, 아울러 4권의 연극평론집과 영화평론집 등 40여 권의 책을 펴냈다. 이를 바탕으로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아동문학론, 소설실기론, 연극론, 희곡창작 실기론, 연극의 이해 등의 과목을 가르쳤다.
부산연극제에서 희곡상 5회 수상, 전국연극제에서 희곡상 등을 받았다. 이주홍 문학상,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한국동화문학상, 한국 아동문학상, 부산시문화상(공연예술 부문) 등을 수상했다. 2013년 최우석 치과 원장의 도움으로 ‘김문홍 희곡상’을 제정하여, 이듬해인 2014년부터 지금까지 8명의 수상자를 선정해 창작지원금을 시상해 오고 있다.
현재는 희곡 쓰기와 연극 보기에 전념하면서 부산 창작극 연구회 대표로 창작희곡 진흥에 힘쓰고 있으며, 가끔 ‘김문홍 희곡창작 아카데미’를 통해 단막극과 장막 희곡 쓰기를 지도해 신인을 발굴해 오고 있다.
책을 펴내며
연극이 사라진 무대에는 희곡만 오롯이 남는다.
1.
여섯 번째 창작희곡집을 내놓고 나서야 비로소 희곡을 좀 알 것 같다.
1980년 엄혹한 신군부 시절을 상징적으로 은유한 첫 희곡을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무대에서 공연할 때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마음 졸였던 기억이 새롭다. 그 이후 지금까지 30여 편이 부산지역의 여러 극단들에 의해 공연되었다. 아직 설익은 작품들에 숨결을 불어넣어 제대로 된 걸음마를 하게 했고, 다시 그것들을 수정 보완하여 대여섯 편이 모이면 한 권씩 작품집으로 묶어 독자들의 심판을 받아 왔다.
내가 희곡을 쓰기 시작한 것은 30대 중반이었고, 희곡의 본질적 속성을 제대로 알게 된 것도 60이 넘어서였다. 그런데 80 문턱을 바라보는 이즈음에도 아직 희곡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여섯 번째 희곡집을 낸 지금까지도 여전히 미궁이고 첩첩산중이고 난공불락이니, 이 모든 것이 내 탓이오 하고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없다.
60 고개를 넘자 희곡이 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절제와 여백이 필요하다는 것을, 대사의 서브 텍스트가 중요하다는 것을, 대사의 시적 은유와 상징성을, 또한 관객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서 행동까지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 희곡의 힘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2.
희곡은 연극의 3요소 중 하나일 정도로 비중이 크다.
원칙은 이런 데에도 연극 현장에서는 희곡의 중요성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희곡을 쓰는 극작가를 중요한 예술가로 대우하지도 않은 것 같아 더러 섭섭할 때가 있다. 물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기 때문에 배우가 차지하는 몫이 크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문학으로서의 희곡이 배우의 대사와 움직임에 의해서 무대 위에서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적 구조물로 보이고 느껴지는 것이 배우의 힘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희곡을 줄 때 연출가의 면모를 하나하나 따져보는 편이다. 희곡 텍스트에 대한 해석력이 뛰어난가, 극작가가 써 놓은 대사와 지문을 소중하게 다룰 줄 아는가, 대본 읽기와 분석에서 작품의 원작자인 극작가를 꼭 참여시키는가, 그리고 어떤 부분을 줄이거나 수정해야 할 때 극작가의 의견을 꼭 묻는, 또한 대사 이면에 스며있는 서브 텍스트의 중요성을 알고 이해하는 감식안이 있는… 말하자면 극작가와 작품을 존중하는 연출가를 골라 작품을 준다.
연극을 만들고 설계하는 연출가를 비롯한 연극인이 극작가를 존중하지 않으면, 그 어느 누가 극작가를 존중해 주겠는가 말이다.
3.
문학성과 연극성은 희곡문학의 중요한 두 축이다.
문학성은 주제와 작가의 현실 인식, 대사의 시적 은유와 상징성, 대사가 내재하고 있는 서브 텍스트 등을 말하고, 연극성은 극적 갈등에 의한 극적 서사의 전개, 여기에서 비롯되는 극적 행동 등을 말할 것이다. 그러니까 좋은 희곡은 이 두 가지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흔히들 이런 말을 한다. 이 희곡은 문학성은 뛰어난데 공연하기에는 어렵다든지, 아니면 공연하기에는 참 좋은데 내용에 있어 뭔가 미진하다 등의 표현이 이를 말한다. 연출가가 쓴 희곡은 연극성이 강한 대신 문학성이 약하고, 전업 작가의 희곡은 문학성은 좋은데 연극성이 약하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인 희곡은 어떤 것을 말할까? 그것은 문학성과 연극성이 한데 어우러진 희곡을 말한다. 문학으로서의 희곡을 읽을 때도 좋지만, 연극 공연으로 이어져도 좋은 텍스트를 말한다.
최우석 치과원장의 재정적 도움으로 내 이름을 딴 ‘김문홍희곡상’이 2013년에 제정되어 2014년에 첫 시상식을 가졌다. 혹자는 살아 있는 극작가의 이름을 딴 희곡상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상의 본뜻은 신인작가를 발굴하고 후배 작가들의 희곡창작을 북돋우고 격려하기 위해, 부산지역에서 가장 희곡창작을 오래 한 내 이름을 빌렸을 뿐이지 나를 기리기 위한 상은 아님을 분명하게 밝혀둔다. ‘김문홍희곡상’의 상패 모두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연극이 사라진 무대에는 희곡만 오롯이 남는다.”라는 글귀는, 한 번 공연하고 나면 사라져 버리는 연극의 본질적 속성과 희곡의 영속성을 아울러 은유하는 뜻이 담겨 있다.
4.
이번에 여섯 번째로 선보이는 이 희곡집에는 ‘사랑 4부작’이라고 이름 붙인 네 편의 희곡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섬섬옥수」는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것으로 부산지역의 극단 한새벌에 의해 공연되었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젊은이들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순수성에 대해 질문해 보았고, 「애끊다」는 역시 부산지역의 극단 이그라에 의해 공연된 작품으로, 아비인 영조와 아들인 사도세자의 애증에 읽힌 부자간의 사랑을 다뤄보았고, 「섶자리」는 부산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섶자리’을 배경으로 가족 간의 혈육적인 사랑을 탐구해 보았다. 마지막 작품인 「눈보라 치는 밤, 집을 떠나다」는 아직 공연되지 않는 작품으로, 조선 정조 치세에 광기와 저항으로 스스로 눈을 찌른 화가 최북을 통해 예술에 대한 사랑과 예술혼을 다룬 야심작이다.
지금까지 30여 편의 희곡이 부산의 여러 극단들에 의해 공연되었고, 공연된 후에 다시 수정 보완의 작업을 거쳐 희곡집으로 묶은 것들이다.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부산연극제 경연 부문에 참여한 것들로, 등장인물이 많고 스펙터클한 무대 장치로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제는 소극장 무대에 적합하고, 대사를 압축, 절제하는 대신 침묵과 마임을 통해 은유와 상징성이 강한 작품을 써 보고 싶다. 연극적 행동을 통해 시각적 스펙터클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느끼는 ‘조용한 희곡’을 써 보고 싶다. 어떻게 보면 이번 여섯 번째의 희곡집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40여 년 이상 희곡을 빚어 왔으니, 이제는 창작은 접고 무대 한구석에 조용하게 앉아 무대를 느긋하고 지긋이 바라보는 관객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 눈도 침침해 오고 귀도 잘 들리지 않은 것을 보니, 이젠 좀 쉴 때도 되지 않았냐며 몸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혹사한 내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며, 창작과 일을 핑계로 소홀했던 내자에게 사랑을 듬뿍 주면서 후진들에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다. 이제야 좀 철이 든 것 같은 내 자신이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5.
연극 예술에 텍스트를 제공하는 희곡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극작가가 존중되는 풍토가 되었으면 한다. 희곡은 재미도 중요하지만, 인간을 인갑답게 하지 못하는 사회체제의 부조리를 척결하는 불씨가 되어야 한다. 또한 희곡은 인간의 영혼을 정화하고, 관객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나아가서는 행동까지 변하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공연을 해도 인간과 세상에 대한 나름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 하고, 문학으로 읽어도 향기와 여운이 남는 그런 희곡이 되어야 한다.
내가 희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연극으로서의 현장성 때문이다. 관객과 함께 객석에 앉아 내가 쓴 희곡의 무대화를 지켜본다는 것은 무한한 즐거움이다. 관객의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발견하고, 내가 쓴 희곡의 영향으로 그들의 마음과 영혼이 정화되는 것을 지켜보는 직접성과 현장성의 흥분과 설렘이 40여 년 이상 나를 연극 현장에 붙들어 두었다. 내가 쓴 어설픈 희곡에 좋은 옷을 입히고 제대로 된 걸음마를 시켜 제법 꼴을 갖춰 준 연극인들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
6.
나는 연극을 사랑하고 연극인의 순수한 열정을 신뢰한다.
희곡은 계속 공연되면서 수정 보완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완성된다. 나의 희곡이 연극인들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도록 부대끼게 되는 것을 원한다. 지금까지 내 희곡에 온기를 불어넣어 준 부산지역의 모든 연극인들에게 이 희곡집을 바친다.
2022년 7월 수문재에서
책 구입 방법
책의 정가는 17,000원이지만 제게 주문하면 서점 마진을 생략하고 13,000 원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통장으로 13,000원을 입금한다. (농협 931-12-371375 예금주 김문홍)
입금했으면 저자에게 입금했다는 문자와 함께 책 받으실 주소를 알려준다.
(김문홍 전화번호 : 010-5508-4431)
3. 발송료를 저자가 부담하여 구입자에게 책을 보낸다.
첫댓글
김 박사님, 축하드립니다.~
모든 것이 사라지는 세상.
부지런한 선생님의 손길,
섬섬옥수!
발간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