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기도의 해’ 사목 자료 요약문
1. 이 자료집에 대하여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5년 희년을 준비하는 2024년을 ‘기도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하느님과의 친밀한 대화인 기도는 우리 마음을 하느님의 자비로운 마음에 가까이 닿게 하여 삶을 변화시키며 우리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합니다. 이런 기도가 영적인 “생명의 숨결”(수요 일반 알현, 2021년 6월 9일)과 같이 우리 일상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기도의 의미와 방법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2. 기도의 종류
제자들은 예수님께 “주님, …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루카 11,1) 하고 청합니다. 제자들은 자신들의 기도가 불완전함을 인식하고 스승이신 예수님께 기도를 배우고자 합니다. 우리 또한 이미 하느님께 기도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기도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흠숭: 흠숭은 위대하신 하느님 앞에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경배드리는 행위입니다. 우리를 창조하시고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 주시는 하느님을 인식하며 감사드리고, 순수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의 작음을 인정하는 기도입니다.
찬미와 감사: 하느님께서 주신 수많은 은총에 대하여 기쁨과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도함으로써 우리는 형제자매들을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존재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전구: 성인들과 함께 세상과 우리 형제자매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하느님께 청하는 기도입니다.
청원: 개인적으로 간절하고 시급한 것들을 하느님께 표현하는 기도입니다. 나약한 우리가 하느님의 무한하신 자비와 사랑 안에서 친밀한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시간을 통하여 걱정, 희망, 간절함 등의 모든 감정들을 하느님께 의탁하며 주님을 더욱 신뢰하는 법을 배웁니다.
3. 본당 공동체에서의 기도
1) 성체성사
주일마다 바치는 성찬례는 교회 내 신앙생활의 중심이며 기도의 정점입니다. 예수님의 몸과 피의 식탁을 체험하고, 그리스도께서 파스카 신비를 통하여 인류 구원이라는 큰 선물을 주셨음을 기억하게 하는 성체성사를 우리는 어떻게 잘 참례할 수 있을까요?
- 미사에 적합하게 준비합시다: 바쁜 일상으로부터 빠져나와 침묵 안에 잠시 머무릅니다. 그러는 동안 예수님께서 곧 제대 위에 현존하시게 될 것이며,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실 것임을 기억합니다. 또한 미사의 독서와 복음을 미리 읽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 성호를 잘 그어 봅시다: 우리의 몸과 영혼과 마음은 성호를 시작으로 미사에 참례하게 됩니다. 성호를 그으며 주님의 강생하심과 부활하심을 기억하고 삼위일체이신 주님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 말씀에 귀 기울여 봅시다: 살아 있는 말씀이 우리 안에 잘 스며들도록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묵상하면 도움과 위로를 얻을 것입니다. 특히 자리에서 일어나 봉독되는 복음을 듣는 그 시간 동안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시는 주님의 현존을 느껴 봅니다.
- 주님의 기도를 정성껏 바쳐 봅시다: 되뇌는 기도 문구 하나하나의 의미를 곱씹으며 서둘지 말고 정성스럽고 경건하게 기도에 머무릅니다.
-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기쁘게 맞이합시다: 주님께서는 우리 각자의 삶에 들어오길 원하십니다. 성체를 향하여 나아갈 때, 주님의 현존을 더 깊이 인식하고 침묵 가운데 주님께 감사 기도를 바쳐 봅니다.
- 평화의 전달자가 됩시다: 미사의 은총을 가득 받은 우리는 평화의 전달자가 되어 세상으로 돌아갑니다.
2) 성무일도(시간 전례)
성무일도는 교회의 공적 기도입니다. 낮과 밤의 모든 일과를 거룩하게 하는 이 기도를 우리는 본당 공동체 안에서 바칠 수 있습니다. 신자들이 모여 아침 기도와 저녁 기도를 바칠 수도 있고, 본당의 여러 공동체에 소속되어 봉사할 수도 있으며 찬미가와 시편을 배우며 함께 기도하고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3) 주님을 위한 24시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사순 제4주일을 앞둔 금요일과 토요일에 이 기도를 바치길 바라셨습니다. 신자들에게 깊이 있는 기도와 회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종일 성당과 성지를 개방하여 신자들이 성체 조배를 하고 고해성사도 받을 수 있게 배려하는 것입니다.
4) 성체 조배
성체 조배를 하는 것은 주님을 계속 기억하는 것이며, 성체 안에 참으로 현존하시는 예수님과 인격적으로 만나는 것입니다.
- 성체 현시: 주님 앞에 있는 자신을 인식하며 침묵 가운데 마음을 모읍니다. 노래와 분향으로 기도 분위기를 조성해도 좋습니다.
- 용서를 청함: 주님께서는 우리의 상처와 허물을 잘 알고 계십니다. 용서해 주시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하느님의 현존 앞에 자신을 내어 맡깁니다.
- 성령을 청함: 위로자이신 성령께서는 우리의 정신을 깨우쳐 주님께서 참으로 우리와 함께하고 계심을 느끼게 해 주실 것입니다.
- 침묵: 침묵은 하느님의 마음이 인간의 마음에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침묵 사이에 짧게 성가를 부르거나 말씀을 듣고 기도를 바칠 수도 있습니다.
- 성체 강복: 준성사인 성체 강복은 다른 종류의 축복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이 축복 안에 주님께서 참으로 당신 몸과 함께 현존하시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가장 특별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오시어 참석한 이들을 감싸 주시고 당신께 이끌어 주십니다.
4. 가정에서의 기도
1) 식사 전·후 기도
가족이 한데 모이는 장소에서 우리가 받은 것에 대하여 주님께 감사드리고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위하여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2) 아침·저녁 기도
잠자리에 들기 전 지난 하루를 기억하며 아픈 친지, 함께한 친구들을 기억하며 기도한다면 자녀들이 그날 주님께 받은 은혜를 깨닫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도와 함께 형제간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기도한다면 그날 일어난 일로 분을 삭이지 못하고 화난 채로 잠자리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3) 아침 기도로 시작하는 주일
짧은 복음 구절을 읽고 부모님들이 그 안에 담긴 함의를 설명해 주면 어떨까요? 함께 기도하며 그 주간 있었던 일들을 하느님 말씀에 비추어 나눔을 하는 것입니다. 가족 구성원이 역할을 나누어 참여하며, 가정과 학교에서 있었던 사건들을 하나하나 말씀과 연결해 보고, 나눔 안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성가를 함께 부르는 것도 추천합니다. 또 그날의 성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5. 젊은이들의 기도
1) 기도 관련 행사와 모임
- 『가톨릭 교회 교리서』 제4편을 활용하거나 성경 속 인물들의 기도를 되새겨 보거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의 150-157항, 250-252항, 287-290항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일과를 시작하기 전 만남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침 등교 전 복음 나눔이나 공동 아침 기도 모임 등이 가능합니다.
- 젊은이들은 직접 체험을 통하여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소박하게라도 기도의 공간을 마련하여 조용하게 기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좋겠습니다. 한 귀퉁이, 기도 천막도 괜찮습니다.
- 그밖에 수도원이나 신학교에 마련된 프로그램, 성지 순례, 청년 소모임, 어플리케이션이나 팟케스트 등의 매체 등을 통해서도 젊은이들을 기도에 전념하도록 이끌 수 있습니다.
6. 피정을 통한 기도
피정은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침묵을 통하여 현실에 더 깊이 들어가 보는 것입니다. 도시의 삶은 기회가 풍부하지만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하고 주님께서만 주실 수 있는 기쁨을 충분히 맛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하여 수도원이나 순례지 등의 장소들을 방문하거나 본당에서 주관하는 피정에 참여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일상 안에서 ‘예수 마음 기도’라고도 알려진 화살 기도를 하루 종일 바치거나 대중교통이나 거리에서 마주치는 낯선 이들을 위해 전구 기도를 바치는 것으로도 한 해 동안의 영성 피정에 임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특정한 시기, 예를 들면 5월이나 10월에 거리에서 묵주 기도를 바친다거나 묘지를 방문하여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어떻습니까? 실제로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이 기도는 ‘모든 기도의 모범’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기도의 각 부분을 일정 기간 집중하여 살펴보면서 그 안에 담긴 단순성과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친밀성 등을 느껴봅시다.
7. 기도에 대한 교리 교육
교리 교육의 직무는 그리스도교 공동체 전체에 있지만, 주교는 그의 말과 삶의 증거로 첫째가는 복음 선포자입니다. 기도의 해는 주교들이 교구 공동체를 격려할 특별한 기회입니다. 그러므로 기도의 가치에 관하여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직접 가르치며, 교리 교육이 잘 이루어지도록 이끌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실질적인 제안을 몇 가지 드린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주요 전례 시기(대림, 성탄, 사순, 부활)에 주교들은 기도에 대한 교리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2) 공동체와 함께 몇 가지 실천적 기도를 바치는 것도 유용할 것입니다.
3) 교리 교육할 때 일정 시간을 기도에 할애할 수 있습니다. 또한 렉시오 디비나, 묵주 기도, 성무일도 등을 장려할 수 있습니다.
4) 부모들이 식사 전·후 기도, 감사와 축복 기도, 아침·저녁 기도 등을 통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가정 기도를 생활화하도록 그들을 초대합니다.
8. 수도원의 기도
남녀 수도자들은 자신의 삶을 주님께 온전히 봉헌하며 기도에 자기 삶의 핵심적인 부분을 할애합니다. 2025년 희년을 지향으로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기도 생활을 통하여 하느님과 더욱 깊은 일치를 이루고 희망으로 힘을 얻어 기쁨에 찬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해 줄 것을 수도 공동체에 청합니다.
관상의 소명: 세례받은 모든 이는 그리스도를 관상하고 그분의 말씀과 삶의 자세에 빛을 받아 그분과 동화되어야 합니다. 나의 건강과 일, 감정 상태와 상관없이 우리는 언제나 관상 기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수도원 순례: 순례는 회개의 체험, 자기 삶이 하느님의 거룩함을 향하게 하는 체험입니다. 2024년 ‘기도의 해’를 맞이하여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수도원 체험, 기도를 위한 정기 방문, 남녀 수도자의 축성된 삶에 감사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위하여 수도원을 방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9. 성지에서의 기도
거룩한 장소에서 바치는 기도는 그 깊이를 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기도는 희망의 첫 번째 힘이며 희망의 문을 열어 준다.”(수요 일반 알현, 2020년 5월 20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다시 오심을 간절히 청하는 ‘주님의 기도’를 성지에서 바쳐 봅시다. 그리고 우리 삶에 계시는 하느님의 신비로운 현존을 느껴 봅시다. 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은 자신이 청하는 바에 대한 희망을 필요로 합니다. 사목 활동은 그들의 기도가 희망에 힘입어 허락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희망의 순례자’입니다. 순례자는 마음속 염원을 성취하고자 희망에 이르기 위하여 여러 어려움을 이겨낼 것입니다.
- 성지는 우리의 지향들을 성인들의 전구에 맡겨 주님께서 들어 허락하시리라 믿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희망의 장소인 성지는 참으로 귀중한 기도의 보물 창고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 우리의 필요한 것을 청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맙시다.
- 성지에서는 사제들이 상주하며 뉘우치는 이들의 고해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희년을 준비하는 올 한 해 동안 순례자들이 성지의 은총을 체험하고, 고해소에서 온 세상을 위한 참된 ‘하느님 자비의 문’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희년을 향하는 이 기도의 해에 희망이 스러진 듯 보이는 지역들의 상황과 세계 정세 안에서 세상을 위하여 특별 지향 기도를 바치면 좋겠습니다.
10. 2025년 희년을 위한 신자들의 기도
가톨릭 전통은 공동체 기도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 왔습니다. 공동체의 기도 안에서 우리의 믿음은 참여를 통하여 표현됩니다. 성인들의 전구를 구하는 기도는 교회의 일치를 강하게 보여 줍니다. 전 세계 신자들이 희년에 선포될 하느님의 용서를 체험하고 영적으로 회개하고자 하는 열망을 서로 나눈다면, 교회의 일치가 특별한 방식으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 전구: 자비로우신 아버지, 하느님 자녀들의 간구를 들으시어, 저희가 2025년 희년을 준비하며 믿음을 새롭게 하고 희망과 사랑의 덕을 길러 이 세상에 하느님 사랑의 증인이 되도록 도와주소서.
- 찬미: 주님, 주님의 선하심은 무한하시니 찬미드리나이다. 다가오는 희년에 저희 눈을 열어 주시어 저희가 주님 피조물의 아름다움을 보고 주님 작품의 놀라움과 위대함에 기뻐하게 하소서.
- 감사: 오 하느님, 베풀어 주신 모든 은총과 선물에 감사드리오니, 희년을 준비하는 저희가 삶의 모든 순간마다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고 하루하루를 하느님 자비와 사랑의 선물로 맞아들이도록 저희를 가르쳐 주소서.
- 청원: 온갖 자비의 원천이신 주님, 다가오는 희년의 거행을 준비하며 기도의 해를 살아가는 저희를 이끄시어, 저희가 자비와 용서의 선물을 깨닫고 온전히 체험할 수 있도록 저희 마음을 열고 저희 생각을 밝혀 주소서.
[내용출처 - https://cbck.or.kr/Notice/20242172?gb=K1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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