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출처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80442895409
독립언론인 페테르 코로타예프와 독일베를린 대학 연구원으로 있는 우크라출신 사회학자 이쉬첸코 두사람이 쓴 글이다. 우크라쪽에 서 있는 ‘좌파’의 관점이다.
아주 흥미롭다. 이쉬첸코의 글은 이미 나의 우크라이나책에서 자주 인용했던 적이 있다. 우크라의 패배 원인을 군사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학적으로 혹은 우크라인 내면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있는 아주 주목할 만한 글이다. 내가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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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크라의 최대 쟁점은 18-25세 청년층의 전시총동원문제다. 일부 친서구 관료들의 찬성과는 달리 젤렌스키는 이를 거부하는 데 그것은 인구위기때문만은 아니다.
현 우크라는 단순히 전쟁피로때문이 아니라, 전쟁으로 더욱 심화된 ‘포스트소비에트 혁명’ 사회인 우크라의 사회정치적 기초의 균열fractures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회주의붕괴이후 다른 모든 포스트소비에트 국가와 마찬가지로 1990년대 우크라에서도 신사회계약이 출현했고, 이 속에서 국가-시민 관계는 ’국가가 시민에게 도움을 주지 않지만, 마찬가지 국가는 시민에게 손해도 가하지 않는다‘로 요약된다.
2004년 오렌지혁명과 2014년 마이혁명이후 활성화된 정치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사회의 기회는 올리가르히, 전문직 중산층 그리고 외세등 소수 엘리트집단에 의해 호선co-opted되었을 뿐, 대다수는 이로부터 배제, 과소대변되었다.
전전 2022년까지 이 상황은 견딜만한 것이었고, 국경이 개방되어 수백만명이 해외이주를 떠났다. 하지만 이 경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전쟁으로 인해 허약한 사회계약은 더욱 위기에 처했고, 보이지 않던 국가는 시민에게 희생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전쟁 초 자발성의 물결이 대두했음에도 전쟁이 본격화되자 국가는 전쟁의 부담을 배분하기 시작했고, 전쟁의 이익은 불평등하게 배분되었다. 소수가 물질적, 정치적 이익을 독차지했고 다수는 희생을 감당해야 했다. 국가는 시민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허약한 사회계약은 생사존망의 전쟁이란 내러티브와는 달리 침묵하던 우크라인 다수의 동기를 더이상 동원하지 못했다. 전쟁은 더이상 ‘나의’ 전쟁이 아니었다. 징병기피는 참전동기부여의 위기와 더불어 대규모로 또 계급분열을 심화시켰다. 징병면제대가로 거역의 뇌물을 지불하면 될 일이었다.
동원된 병사들의 대량탈영도 잇달았다. ‘버스로 실어나른busified’ 병사는 대부분 가난한 농촌출신이었고 이들에게 애국을 설득할 순 없었다. ‘내가 30, 40, 50살이 되도록 국가가 해준건 오직 칼라쉬니코프 소총 한자루였다. 그런데 내가 왜 애국자가 되어야 하나?’
여기에다 90프로 이상의 장교는 동원된 병사를 ‘짐승취급’ 했다.
반면 키에프와 서부 르보프에는 상대적으로 안락한 삶을 사는 ‘전사 엘리트’가 존재하는 데 이들은 승리할 때까지 우크라는 싸워야 한다는 애국주의 서사로 무장해 있었지만 이들중 다수는 건강상등 온갖 이유로 군복무 면제를 원한다. 또 해외에서 자금을 받는 133개 NGO 직원들은 공식으로 군면제를 받았다.
심지어 이른바 ’민족주의적‘ 엘리트들도 다수 싸우기를 거부하는 우크라대중들을 비난하길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 - [러시아에선 네오나치라 불리는 - 역자주] ’인종민족주의적‘인 그리고 동시에 계급주의자들은 대수 노동자, 빈곤층, 연금생활자들을 그 자체로 ’반동적인‘ 이른바 사회'진보'에 장애라고 본다.
우크라의 전쟁 실패는 러시아의 전력 우위와 서방의 부족한 지원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우크라가 심각한 사회정치적 단절disconnect에 의해 분열된 우크라 국민을 동원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크라 국가가 우크라인 다수에게 유의미한 기회와 보장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바로 전선이 눈앞에 있는 하르코프의 한 ’애국적‘ 우크라인이 말했다.
’지금의 이 국가를 위해 나는 죽을 생각이 없다. 우리에게 강요된 바로 그 우크라를 위해서는 아니다. 이 우크라는 나의 나라이다. 하지만 나의 국가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