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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 미사 봉헌, 기억과 축하, 약속 자리 마련
메리놀 수녀회가 한국 진출 100주년을 맞았다.
1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념 미사와 행사에는 지난 시간 메리놀 수녀회와 인연 맺고 살아온 이들이 모여 아낌없는 감사와 축하 인사를 나눴다.
이날 미사에는 메리놀 수녀회 미국 총장 테레사 호넌 수녀, 부총장 지니 나티비다 수녀, 일본과 한국에서 선교하는 수녀들과 메리놀회 사제들을 비롯해, 여러 이웃 수도회와 선교회, 교구 사제들이 참석했다.
무엇보다 메리놀 수녀회가 창립과 양성을 도운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수도자들, 여성노동자회, 부산 메리놀병원과 마취간호사협회, 가톨릭노동청년회와 장년회, 생태영성그룹 등 한국에서 동행한 각 지역 공동체 회원들과 친구들이 100년을 함께 기억하고 축하했다.
1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봉헌한 메리놀 수녀회 100주년 기념 미사. 이날 미사는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리차드 어거스틴 신부, 필 마레스 신부, 서울대교구 홍근표 신부가 공동 집전했다. ⓒ정현진 기자
“선교 활동과 보편 교회의 현존에 참여하고, 그리스도께서 선포한 정의와 평화, 사랑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며, 세상 모든 곳에서 회원 수녀들의 삶을 통해 그것을 증거한다”는 메리놀 수녀회 창립 목적을 1924년 10월 24일 의주에 도착한 수녀 6명이 한국 땅에서도 체화시켰다.
메리놀 수녀회는 해외 선교를 위한 미국 최초 수녀회로 1912년 설립했다. 1923년 창립자 마더 메리 조셉 수녀가 한국을 방문한 계기로, 그해 평양교구에서 일하던 메리놀회 사제와 수사들이 요청해 메리 루시 르듀크(원장 수녀), 메리 쥴리아나 베디에르, 메리 유지니아 고르만, 메리 앤드류 스미스, 메리 실베스터 콜린스, 메리 아우구스틴 쿠퍼 수녀를 파견했다.
“선교사의 삶은 모든 사람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랑을 온전하게 드러내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창립자 마더 메리 조셉 수녀)
메리 조셉 수녀가 강조한 것은 예수의 삶과 활동 속에 내내 있었던 ‘사랑’이며, 메리놀 수녀회 수녀들의 신원 의식에서 가장 앞섰던 것은 ‘여성’ 선교사였다.
이날 100주년 기념 미사에는 100여 명이 모여 함께 축하했다. ⓒ정현진 기자
기념 미사와 축하식 자리를 가득 채운 인연들. ⓒ정현진 기자
파견된 6명을 이어 100년간 동료 수녀 120명은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 “그리스도와 같은 자비, 명료하고 단순한 영혼, 영웅적 관대함, 사심 없음, 확고한 충성심, 근면한 열심, 상냥한 호의, 다정한 유머의 은총”을 가진 사람이 되라는 창립자의 당부를 따랐다.
그들은 역사적 고통 가운데 있는 한국 사람들 곁에서 특히 힘겨워하는 여성과 아이들, 노동자, 병든 이들을 품어 안았고, 의사, 간호사, 교사, 사회복지사, 환경운동가, 친구, 자매의 모습으로 갈 수 있는 모든 곳에 갔다.
북한 의주, 신의주, 진남포, 평양에서 이뤄진 가정 방문과 직업 교육, 1932년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창립 지원, 한국 출신 장정온 악니타 수녀의 납북, 1949년 부산에 도착한 수녀들의 의료 활동과 한국전쟁, 일본으로 피신했지만 피난민들을 외면할 수 없어 사목 재개를 청원한 뒤 다시 시작한 의료 사목, 의복과 음식 나눔이 전쟁 한복판에서 이어졌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1956년까지 사목과 선교 지역이 확대되면서 증평과 강화에 의료원을 세우고, 인천 사회복지와 노동자 사목, 학교 사목, 부산 메리놀 병원 운영과 신용협동조합 활동, 간호학교를 운영했다.
수녀들은 전쟁 후 재건과 발전이 이뤄지면서 도시를 떠나 섬과 농촌으로 들어갔다. 의료, 사회복지 활동을 이어 가면서 한편으로는 정의와 평화, 인권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고, 노동자, 학대받는 여성들과 더불어 살았다. 현재 메리놀 수녀회는 동북아시아 지역 중 일본에서 4명, 한국에서 2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70년을 맞은 문요안나 수녀의 일기, 세상 끝까지 기쁜 소식과 사랑을 전하겠다는 마음을 표현한 지구본, 메리놀 수녀회 창립자 마더 메리조셉의 사진과 한국 및 동양인 최초의 메리놀 수녀 장정온 수녀의 사진이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메리놀 수녀회의 지난 활동 모습들. ⓒ정현진 기자
메리놀 수녀회와 함께 한 가톨릭노동 청년들. ⓒ정현진 기자
1933-41년 신의주 선교 시절의 기록. ⓒ정현진 기자
메리놀 100년, 낯선 사람들의 곁에서 평화를 가져오고 아픈 사람을 낫게 한....
기념 미사에서 총장 테레사 호넌 수녀는 “루카 사도의 선교를 기억한다”면서, “우리는 우리를 원하지는 않지만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고, 또 우리를 원하지만 더 이상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그곳을 떠난다”는 창립자 제임스 월시 신부의 말로 강론을 시작했다.
호넌 수녀는 메리놀 수녀회의 봉사와 지금까지 이어진 사목 활동은 한국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표시였으며, 한국 사람들이 전쟁으로 고통을 겪을 때 우리들도 함께 고통을 겪었다면서, “한국의 분단, 장정온 수녀 피랍과 죽음은 우리 모두의 고통이었으며, 평화와 정의, 학대받는 이들을 위해 함께 일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머물고 먹었으며, 하느님나라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의 사명은 모든 사람과 모든 창조물과 함께 나누며 사는 일”이라며, “선교사의 사명은 모든 사람에게 향하고 있는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 우리는 이 사랑을 온전하게 드러내기 위해 이곳에 왔다. 우리는 사랑을 위해 이곳에 왔고, 사랑을 받았으며, 사랑으로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마음은 한국의 신앙 공동체가 우리를 환대해 준 사랑에 대한 감사로 가득 차 있다. 앞으로도 함께 모든 창조물을 위한 평화와 포용의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의 노래 선물. ⓒ정현진 기자
본원 총장과 부총장,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는 수녀들. 이들은 참석자들을 비롯해 지난 100년 시간 속에서 함께해 온 모든 이가 자신들의 빛이었다면서, 'You are my sunshine'을 노래했다. ⓒ정현진 기자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수도자들도 감사 인사를 전하며, “메리놀 수녀님들의 영적 열매인 우리들은 주님을 향한 수녀님들의 사랑과 열정에 깊이 감동하며, 그 희생과 헌신으로 우리 역시 민족과 온 인류에게 복음을 선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축하식에 참석한 이영자, 김성순 수녀(그리스도 성혈 흠숭 수녀회)는 메리놀 수녀회에 대한 오랜 기억을 떠올렸다.
이들은 메리놀 수녀회는 한국 수도자들에게도 큰 언덕이 되어 주었다며, 특히 여성신학을 모르던 한국 교회와 수도자들에게 그 존재를 알려 주고, 함께 공부하며 활동했던 것을 잊을 수 없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수련기 시절 메리놀 수녀회와 이웃이었다는 이영자 수녀는 모든 것이 소중한 일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특별했던 것은 “교회에 여성에 대한 인식을 일깨워 준 것”이었다며, 여성의 눈으로 성경을 읽고 공부했던 일을 말했다.
김성순 수녀는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성당에서 우연히 메리놀 (수녀회) 수녀를 만났던 일을 떠올리면서, “가난한 학생이었던 나에게 그분은 천사와 같았다. 학업을 이어 가던 내내 곁에서 도와준 덕분에 제때에 학기를 마칠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메리놀 수녀회는 현재 19개 나라에 수녀 280명을 파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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