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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타내셔널의 그린은 굴곡이 심하기로 워낙 유명하지만, 그 안에서도 세 가지 타입으로 스타일이 나뉘기 때문에 그만큼 공략하기가 더 까다롭다.
오거스타내셔널에 직접 가보면 텔레비전 화면으로는 온전히 파악할 수 없었던 것들이 놀라움을 안겨준다. 언덕은 더 가파르고, 홀은 더 넓다. 잔디는 너무나 빽빽하고 균일해서 실제 잔디인지 확인하려고 이파리를 당겨보게 된다. 11번과 15번, 그리고 16번홀을 지나는 시냇물은 잔잔한 흐름으로 그 속에 도사린 강력한 파괴력을 감추고, 그토록 드넓은 자연이 너무도 질서 정연하게 가꿔져 있는 모습은 불가사의할 정도다.
그러나 예리한 관찰자라면 그린, 즉 크기와 형태, 성격이 판이한 그린들의 조합에 가장 관심이 갈 것이다. 토너먼트 중계방송에서는 퍼트가 휘고 틀어지고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런 작용을 일으키는 힘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현장에서 보면 경사와 굴곡이 마치 조각해놓은 것 같고, 훨씬 위압적이다. A. W. 틸링해스트는 그린을 얼굴에 비유했고, “최고의 그린은 마치 평범한 무리 위로 머리와 어깨까지 불쑥 솟은 우락부락한 옆얼굴처럼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긴다”고 말했다.
오거스타내셔널의 그린은 서로 상충하는 기질을 지닌 18명의 신들이 자신의 영지를 굽어보는 것 같다. 여위고 얌전한 모습의 12번홀부터 1만 평방피트의 면적에서 나르시시즘이 뿜어져 나오는 14번홀에 이르기까지, 다들 제각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다채로움 속에서도 일정한 테마를 찾아볼 수 있고, 디자인의 패턴에 따라 크게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각 카테고리별로 전략과 어프로치, 그리고 퍼트를 조정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오거스타내셔널의 놀라운 점은 어프로치 샷을 다양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고, 모든 그린이 동일한 원형의 변주가 아니라는 것이야말로 그 코스의 진정한 성격을 말해주는 증거다.” 톰 레먼(Tom Lehman)은 총 열세 번 마스터스에 출전했고, 1994년에 2위를 기록했다. “모든 그린마다 요구하는 샷이 다르다.”
데이비스 러브 3세(Davis Love III)는 스무 번 마스터스에 참가해서 두 차례 2위를 기록했다. “우리가 참가하는 토너먼트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그린이다. 여기서는 무조건 그린 중앙에 볼을 올린다거나 앞쪽에 떨어뜨려서 퍼트를 시도하겠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 없다. 오거스타에서는 그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어떤 스타일의 그린은 이런 식으로 플레이하고, 또 다른 스타일의 그린은 다른 식으로 플레이해야 한다.”
세 가지 유형의 퍼팅면과 그린을 둘러싼 주변과의 상관관계에 따라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홀 위치가 가능하며, 그에 따라 그린을 어디서 어떻게 어프로치해야 하는지가 달라진다(당연히 드라이버 샷을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카테고리마다 독특한 스타일이 있고, 우리는 거기에 각각 바다와 계단, 경사지라는 이름을 붙여봤다. 틸링해스트의 말이 옳다면 바로 이것이 오거스타내셔널의 얼굴일 것이다.
▲ 파도를 일으키다_페리 맥스웰의 바다형 그린은 사진 속 14번홀처럼 그만의 독특한 파도와 너울이 특징이다.
◇ 바다(OCEANIC)
오거스타의 바다형 그린은 일정한 형태가 없이, 너울과 해저의 바닥 같은 등고선, 기복이 완만한 고원, 앞쪽으로 뚝 떨어지는 가장자리 같은 특징을 지닌다. 이건 1930년에 골프장의 의뢰를 받고 이후 여러 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디자인 변경의 첫 포문을 열었던 페리 맥스웰(Perry Maxwell)의 이름을 따서 ‘맥스웰 그린’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넓게 물결치는 퍼팅면과 안쪽에 두드러진 언듈레이션을 선호했던 맥스웰은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각각의 그린을 리모델링했다(그리고 7번홀 그린은 새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위풍당당한 1번홀 그린은 왕관을 쓴 것처럼 높고, 좌우의 낮은 곳과 앞쪽으로는 파도에 굽이치듯 솟구친 땅이 푹신한 발판 같은 형태를 이룬다. 5번홀 그린은 땅에 내려오기 직전에 바람을 타는 낙하산을 형상화한 것 같다. 페어웨이에서 가파르게 솟구치며 왼쪽이 높게 올라갔고, 길고 부드러운 파도 같은 언듈레이션이 뒤쪽 절반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것이 특징이다. 오거스타의 대표적인 스리-퍼트 그린 가운데 하나다. 17번홀 그린도 비슷하다. 뒤쪽이 제단처럼 올라와 있고, 엉뚱한 곳에 볼이 떨어질 경우 주변의 페어웨이로 흘러가고 만다.
이 스타일에 속한 그린들은 7번홀을 제외하면 모두 그라운드를 따라 어프로치를 하도록 설계되었다. 역설적이게도 공중전의 경향이 강해지면서 이 그린들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타깃 안의 타깃이 완벽한 높이와 스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홀을 움푹한 곳에 배치할 경우 중력의 힘에 의해 버디의 기회가 높아지고(7번홀의 오른쪽 앞과 14번홀의 오른쪽 뒤), 높은 곳에 배치해서 실수의 여지를 허락하지 않을 경우 보기의 확률이 높아진다.
“심하게 출렁이는 그린에서는 볼을 정확한 곳에 올려놓지 못할 경우 바로 굴러간다.” 레먼은 말했다. “타깃과 60cm 거리에 착지했는데, 2.4m 퍼트는커녕 17.5m 퍼트를 하게 되는 식이다. 7번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14번홀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 오른쪽으로 볼이 한참 굴러 내려가는 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바다형 그린의 형태와 굴곡은 홀을 조금 비켜 갔을 뿐인데도 굴곡을 넘어 롱 퍼트를 해야 하거나 일정한 지점(예를 들면 1번홀의 왼쪽, 또는 17번홀의 뒤쪽)에서 업-앤-다운을 하려면 극단적인 정교함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오거스타내셔널에서는 홀의 위치에 따라 기대 스코어를 거의 과학적인 수준으로 조작할 수 있다. 수월한 핀, 아주 까다로운 핀,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조합을 수학적인 공식처럼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파를 기준으로 한 스코어).
“라운드에 따라 급격한 차이가 있다.” 러브는 말했다. “그들은 홀의 위치로 보기와 버디를 컨트롤할 수 있다. 불공정하다는 뜻이 아니다. 버디를 할 수 있는 홀의 위치 두 군데, 그럴 수 없는 위치 두 군데를 갖춘 그린이라는 의미다.”
레먼의 생각도 같다. “그들은 두 가지를 갖고 있다. 그런 유형의 핀 위치, 여기에 속도와 단단함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까지 있다. 오늘의 최저타를 75타로 맞추고 싶을 경우 그린을 단단하게 하고 볼을 가까이 붙일 수 없는 위치에 핀을 꽂으면 되는 것이다.” 그는 말했다. “다양한 핀 위치와 그 효력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난이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
▲ 남다른 높이_9번홀을 비롯한 계단형 그린은 어프로치 샷의 가이드가 되기도 하고, 그 샷을 거부하기도 한다.
◇ 계단(STEPPED)
오거스타의 계단형 그린은 높고 낮은 부분이 보다 선형적이며 가파른 전환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바다형 그린이 그렇듯, 홀이 배치된 단에 볼을 올리지 못하면 그 단이 아무리 전반적으로 더 평평하고 착지 면적이 넓다 해도 볼이 한참 굴러가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9번과 18번홀 그린이다. 9번홀은 착지 지역이 뚜렷하게 세 곳으로 나뉘어 있고, 18번홀은 높고 낮은 부분의 격차가 크다.
모두 이런 식으로 설계된 건 아니었다. 혀처럼 나온 부분이 티잉 에어리어에 선 선수들을 놀리는 것처럼 보이는 4번홀 그린은 핀을 꽂을 수 있는 단이 처음보다 더 도드라져 있다. (4번홀은 사실상 하이브리드 그린이라고 할 수 있다. 앞부분은 계단형이고 넓은 뒷부분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리고 뒤에서 앞으로 기울어진 경사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1946년에 벤 호건이 18번홀 그린의 윗단에서 아랫단을 향해 스리-퍼트를 하는 바람에 허먼 카이저에게 1타 차로 패하는 걸 본 봅 존스는 그곳의 그린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했고, 로버트 트렌트 존스에게 대대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앨리스터 매켄지의 9번홀 그린은 원래 말굽 모양이었지만 1930년대부터 순한 탁자형 퍼팅면에서 지금의 가파른 계단 스타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린의 일러스트레이션 관련 데이터는 스트래커라인(StrackaLine)에서 제공했다.)
계단형 그린에서는 볼을 날려서 정확한 단에 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만약 거리가 짧을 경우 중력의 작용으로 인해 볼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어마어마한 롱 퍼트를 하게 될 수도 있지만, 홀의 위치에 따라 고저 차이가 뒷그물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유형의 그린은 어프로치 샷의 각도를 정할 때 가장 정확성을 필요로 한다. 대표적인 곳이 파3인 16번홀 그린인데, 1940년대에 로버트 트렌트 존스가 설계한 이곳은 뒤쪽의 높은 단이 티박스 반대 방향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른다. 여기서 홀이 높은 위치에 놓이면 어프로치가 상당히 까다로워질 수 있다. 선수들이 뒤쪽 벙커에서 공간의 여유 없이 샷을 하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수적으로 플레이를 했다가 실수하는 바람에 볼이 굴러 내려와서 오르막을 따라 12m 퍼트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반면 아래쪽의 분지에 깃대가 꽂히면 같은 경사가 티 샷을 왼쪽과 왼쪽 뒤의 핀을 향해 볼을 굴려준다. 파5인 13번홀 그린도 축은 반대편이지만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볼이 발보다 아래쪽 경사면에 있는 ‘행잉 라이’에서 더 긴 클럽으로 플레이를 하게 된다.
“13번홀은 핀에서 먼 곳을 겨냥하더라도 볼을 가까이 붙일 수 있는 그린의 대표적인 사례다.” 레먼은 말했다. “핀이 중앙에서 오른쪽 뒤에 놓일 경우 볼을 왼쪽의 어느 곳에 떨어뜨려도 볼이 경사를 타고 홀을 향해 굴러가기 때문에 세컨드 샷을 훨씬 보수적으로 구사하더라도 볼을 홀 가까이 보낼 수 있다. 하지만 핀이 뒤쪽 가운데 또는 왼쪽에 놓였을 때는 핀을 정조준하고 정교하게 플레이해야 볼을 가까이 붙일 수 있다.”
계단형 퍼팅면에서는 어프로치 샷의 결과가 보다 극단적으로 갈리는 경우가 많다. 바다형 그린에서는 볼이 골을 따라 아래쪽으로 모이지만, 계단형 그린은 볼을 거칠게 거부할 수 있다. 볼을 정확하게 착지시키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다. “홀을 맨 윗단의 오른쪽에 배치한 파3인 6번홀이 대표적이다.” 레먼은 말했다. “요즘은 윗단에 볼을 올리지 못할 경우 24m까지 멀어질 수 있을 정도로 고저의 차가 심한 디자인은 많이 볼 수 없다.”
6번홀의 윗단이나 9번홀의 뒤쪽 은색 단은 핀을 정조준해서 샷을 강타하는 수밖에 없고, 샷이 더 넘어갈 위험을 감수하고 18번홀 그린의 뒷문까지 샷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러브의 말처럼 “목표한 대로 그렇게 윗단에 볼을 올린다면 그날은 최고의 하루로 기억될 것이다. 그건 회원이든 선수든 마찬가지다. 홀이 있는 단으로 정확하게 볼을 보냈다면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다.”
▲ 미끄러운 경사_길게 휘어지는 퍼트는 기울어진 평면형 그린의 난도를 높이는데, 특히 10번홀이 대표적이다.
◇ 기울어진 평면(TILTED PLANES)
오거스타내셔널의 가장 일반적인 그린 유형이 바로 ‘기울어진 평면’이다. 나는 이 표현을 설계가인 제프 바우어(Jeff Brauer)에게서 처음 들었다. 앞에서 뒤로 또는 좌우로 기울어진 길고 대체로 평평한 퍼팅면을 뜻한다. 꺾이는 부분이 있어서 퍼팅면이 두 방향으로 나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8번홀 그린의 가느다란 앞쪽은 페어웨이를 향해 점점 좁아지면서 기울어지고, 넓은 뒤쪽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른다.
경사진 언덕에 비뚤어진 다트판처럼 걸려 있는 10번홀 그린도 이 유형이다. 1938년에 맥스웰은 매켄지가 장식용으로 설치한 페어웨이 벙커 옆에 있던 원래의 위치에서 더 높고 건조한 위치로 그린을 옮겼다. 이 그린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아찔하게 기울어진 데다 바로 옆과 왼쪽으로 깊은 물길까지 지나기 때문에 대단한 배짱이 필요하다. 왼쪽의 경사를 피해 어프로치 샷을 할 경우 볼이 홀보다 위에 놓일 위험이 있고, 핀이 앞쪽에 놓였을 때에도 뚝 떨어지는 폴스 프런트가 위협적이다. 내리막으로 인해 볼이 컵을 지나쳐갈 수도 있다.
바다, 심지어 계단형에 비해 기울어진 평면형의 그린은 확실히 순해 보여서 그 대비가 놀라울 정도이고, 이렇게 여러 가지 성격이 뒤섞인 것이 다른 코스였다면 약점으로 여겨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준 높은 토너먼트 골프의 방정식에서는 다양한 그린의 형태가 오거스타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짧은 파4인 3번홀 그린은 언덕 중반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다. 홀이 오른쪽 뒤에 있으면 최대한 그린 앞쪽의 움푹한 곳까지 드라이버 샷을 한 후 피치 샷을 그린 끝까지 보내서 오른쪽 둔덕에 맞고 스핀의 힘으로 컵에 가까이 붙이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반면 왼쪽 앞으로 반도처럼 나와 있는 얕은 곳에 홀이 놓였을 때는 같은 위치에서 심지어 퍼팅면에 볼을 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파5인 2번홀에서 전통적인 일요일의 핀 위치는 오른쪽 벙커를 건너서 앞쪽 중앙에 세컨드 샷을 착지시킨 후 홀 주변과 뒤의 굴곡을 타고 넘어야만 도달할 수 있다. 홀이 왼쪽 윗부분에 놓였을 때는 오른쪽 벙커의 오른쪽 끝도 결코 나쁘지 않지만, 왼쪽에 있거나 왼쪽 벙커에 빠졌다가는 버디에 대한 기대는 사실상 버려야 한다.
파4인 11번홀 그린도 잠재적인 홀의 위치는 다른 그린 못지않지만, 도달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홀 1, 2위를 다툰다. 2006년에 길이를 505야드로 확장한 후 마스터스 참가자들이 이 홀에서 기록한 그린 적중률은 40%에 불과하다. 퍼팅면 전체가 그린의 왼쪽 측면을 엄호하는 연못을 향해 기울어 있어서 오른쪽으로 벗어나면 언덕을 넘어오는 칩 샷이 물을 향하는 그 경사면에 놓인다는 뜻이다. 레먼처럼 드로 샷을 하는 선수들은 오른쪽 홀이 부담스럽고, 페이드 샷을 하거나 직선인 선수들은 왼쪽, 특히 왼쪽 뒤에 깃대가 꽂히면 힘들어진다.
“11번홀에서는 각도가 좋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러브의 말이다. “왼쪽에 있으면 오른쪽이나 뒤로 벗어나게 되고, 오른쪽에 있으면 볼이 물을 향해 굴러간다. 이 그린에서는 한 번도 마음 편하게 플레이를 했던 적이 없다.”
넓고 야트막한 15번홀 그린은 어려울 게 없어 보이지만 그다음 샷에 대한 염려와 앞쪽의 연못을 향해 기울어지고 뒤로도 경사가 있는 주변 지형 때문에 어프로치 샷이 가장 까다로운 곳으로 손꼽힌다.
“15번홀은 확실히 밤새 고민해야 하는 홀 가운데 한 곳이다.” 레먼은 말했다. “그린이 단단할 때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오른쪽 벙커를 겨냥하면서 드로 샷으로 오른쪽 중앙 부분에 볼을 올린 후 어디로든 투 퍼트를 시도했던 적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거리가 길어도 안 되고 거리가 못 미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볼을 올릴 곳은 어디일까? 이 그린으로 어프로치 샷을 할 때는 완벽한 거리가 나오기만을 바라야 한다.”
그린의 다양성은 홀마다 다른 종류의 퍼트를 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다와 계단 유형의 그린은 극단적으로 휘어지는 라인이 나올 수 있어서 아예 홀을 등진 채 퍼트를 해야 할 수도 있다. 9번과 14번홀 그린에서 이따금 나오는 고리 같은 퍼트를 생각해보라. 내리막 퍼트는 아슬아슬한 정도가 아니라 스트로크를 한 다음에 기도를 해야 할 정도다. 래스 크릭의 인력을 파악하는 게 필수다. 기울어진 평면 그린도 그 나름대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는데, 보통은 길고 휘어지며 감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가늠하기가 가장 어려운 퍼트가 고민거리다.
“넓고 평평한 표면에서 크게 휘어지는 래그 퍼트가 가장 까다롭다.” 러브는 말했다. “벤 크렌쇼가 ‘이럴 때는 속도를 내는 것도 좋다’고 했던 게 기억난다. 너무 높거나 너무 부드럽게 플레이를 하면 안 되는데, 달래보려고 했다가 홀 위로 90cm 지점에서 두 번째 퍼트를 할 경우 직선 내리막 퍼트를 멈춰 세울 수 없을 것이다. 크게 휘어지는 롱 퍼트는 홀을 1.2~1.5m 지나쳐도 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러면 오르막으로 두 번째 퍼트를 하게 된다.”
이것이 세 가지 유형의 그린을 갖춘 이 코스의 묘미다. 다양한 카테고리와 굴곡의 정도, 여기에 버디와 보기를 가르는 홀의 위치는 좋은 스코어를 원할 경우 공격적인 어프로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소극적이거나 신중한 플레이는 쇼트 게임을 곤경에 처하게 만들 뿐이다. 퍼트를 할 때도 어느 정도는 대담함을 발휘해야 한다. 오거스타의 그린에서 끊임없이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지고, 이곳의 그린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오거스타내셔널의 그린은 골프 코스의 얼굴일 뿐만 아니라 그곳의 심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