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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 피어난 성경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고수라 불리운다. 여행고수가 꼽는 여행성지는 어떤 곳일까? 그가 꼽는 성지 1호는 프랑스 파리의 ‘페르라셰즈(Pere Lachaise)’다. 웬만한 파리 가이드북에는 ‘파리의 가볼 만한 곳 넘버 원’으로 페르라셰즈를 추천한단다. 연간 2백 만 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다.
대체 어떤 곳이길래? 뜻밖에도 페르라셰즈는 무덤이다. 아니 무덤이 무슨 관광지라니? 짐 모리슨, 쇼팽 같은 유명인들이 묻혀 있어서? 아니다.
고수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이런 것을 비(非)여행 혹은 탈(脫)여행이라 부른다. ‘탈여행의 극강’인 셈이다. 탈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무덤이 아니라 여행 성지다. 유대인들에게는 여전히 ‘통곡의 벽’이지만 이방인들에게는 ‘성지(聖地)’인 것과 다를 바 없다. 왜? 슬픔이 있는 곳이 성지라 하지 않나?
하이패밀리는 이미 성지가 된 수목장지를 추모와 애도의 공간을 넘어선 관광자원으로 꾸미기로 했다. 수목장의 길고 긴 옹벽에 1753페이지의 성경을 1페이지로 펼쳐 보이기로 한 것이다. 어제 동아일보 보도 이후 이 일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았다. 좀 더 설명이 필요했다.
‘무덤에 피어난 성경’ 생각만 해도 흥미롭지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역설 중에 역설이다. 교회 옆에 무덤도 모자라 무덤에 성경의 벽을 세운다니...... 말 그대로 ‘헐’이다.
그 주제가 ‘이제 성경을 펼치자’다. 펼쳐져야 할 성경이 스마트폰에 갇히고 영화와 유튜브 등에 가려졌다. 더구나 선교한국 150주년이 코앞인데 기념식만 하고 말 것인가? ‘바이블 코리아’를 문화유산으로 남기고 싶었다.
나는 이 프로젝트 이름 <K-성경>이라 이름 붙였다. 한국이 만들면 세계가 먹고 마시고 바르고 입는 시대가 되었다. 거기다 요즘은 누리기까지 한다.
컨셉은 찾아가 ‘뿌리는’ 성경을 찾아와 ‘새기는’ 성경보급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읽는’ 성경에서 ‘쓰고’(필사) ‘전하는’(SNS) 성경으로의 바꾸는 일이다.
나는 꿈꾼다. 이미 성지가 된 하이패밀리의 수목장, 거기 웅장한 옹벽이 성경의 벽으로 꾸며져 하나님의 말씀이 온 땅에 충만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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