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김준한
스스로 오른 길을 허물며
귀환하고 있다
뜨거워질수록 가당찮은 비상을 꿈꾸었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구덩이에 결박된 날들
높은 곳에 두었던 꿈들이 출렁이고 있다
바다의 아들이,
우물의 딸들이, 강의 자식들이,
구름처럼 부풀렸던 몸을 버리고,
태고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허공에 부딪혀 산산이 깨진 몸,
완전한 소멸을 위해
켜켜이 쌓아 올린 어둠을 내리고 있다
시작노트/
어차피 우리는 바닥에서 태어났다.
그러니 바닥으로 돌아오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들은 그 어떤 꿈을 잡으려 애쓴다.
꿈은 언제나 저 높은 곳에 있다.
낮은 곳에 꿈이 있다고 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쩌면 애초에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산다는 건 다 허상이다.
허공을 비비는 일이다.
잡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우리는 착각하며 산다.
남녀의 사랑도 처음에는 뜨겁다. 청춘은 달아오른다.
갈급과 갈망, 욕망때문에 영혼은 늘 갈증 상태다.
꿈이 크면 클수록 갈증은 더 증폭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절망을 맛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허상이며 착각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다만 우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뿐이다.
시인은 말한다.
삶의 끝은 절망도 허무도 아닌 단지, 귀환일 뿐이라고